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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꾸·필사…‘텍스트힙’ 시대의 독서


입력 2025.01.26 14:42 수정 2025.01.26 14:42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책 읽기 넘어 공유하며 즐기는 새 문화, 긍정적"

스티커를 붙이고, 북커버를 씌우며 ‘책꾸’(책꾸미기)에 열을 올리는가 하면, ‘필사’를 통해 관심사를 더 깊이 있게 파헤치기도 한다. ‘텍스트힙’(독서는 힙하다) 열풍 속, 젊은 층이 책을 ‘적극적’으로 소비 중이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속에 최근 헌법과 민주주의 관련 서적을 찾는 독자들이 크게 늘었다. 지난 20일 예스24에 따르면 이달 들어(1월 1~14일) 헌법 관련 도서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배 폭증했다. 전월과 비교해서는 79% 늘었다. 비상계엄 사태가 촉발된 지난해 12월에는 전월 대비 판매량이 219% 급증했었다.


ⓒ예스24에서 베스트셀러 1·2위를 차지한 도서들

전문가를 위한 학술 서적보다는 헌법 대중서에 대한 관심이 컸다. 헌법 관련 도서 중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일생에 한번은 헌법을 읽어라’의 작년 12월 판매량은 전월보다 323.5% 늘었는데, 이 책은 검사 출신 헌법 전문가인 이효원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헌법을 쉽게 풀어쓴 책이다.


이 외에도 읽기 쉬운 헌법 해설서 ‘지금 다시, 헌법’, 헌법 100문장을 소개하는‘슬쩍 보는 헌법’ 등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헌법 전체를 조문 순서대로 제시하고 따라 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헌법 필사’는 1월 들어 판매량이 전월 대비 1036%까지 급상승해 베스트셀러 2위를 차지했다.


20~30대 독자들은 헌법 관련 서적을 읽는 것을 넘어, 이를 필사고 SNS를 통해 인증까지 하며 헌법을 되새기며 파헤치고 있다. 예스24 관계자는 “필사 열풍을 일으킨 2030 세대는 헌법 역시 읽고 써보며 그 가치를 되새기고 있다”며 “최근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는 ‘헌법 필사’는 주 구매의 과반(53.8%)이 2030 젊은 세대로, SNS 등에 필사 인증 사진을 올리며 헌법에 흠뻑 빠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독서는 힙하다’는 인식이 생겨나면서 스티커를 붙이고, 북커버를 씌우는 등 ‘책꾸’ 문화도 확산이 되고 있다. 필사처럼 책 내용에 방점을 찍고, 적극적인 독서를 하기도 하지만 책을 꾸미는 행동을 통해 만족감을 더하며 책에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기도 하는 것. SNS 등에 ‘책꾸’, ‘책꾸미기’ 키워드를 검색하면, 이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젊은 층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출판사에서도 책갈피를 비롯한 책 관련 굿즈를 적극적으로 선보이며 ‘독자 사로잡기’에 열을 올리는 등 전에 없던 책 관련 문화들이 출판계에 열기를 더하고 있다.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을 넘어 새로운 ‘독서 문화’를 조성하며 책을 새롭게 즐기는 젊은 층에 대해 ‘독서의 본질과는 무관하다’며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없지 않았다. 일명 ‘과시형 독서’라며 SNS 인증 또는 챌린지를 위해 책에 잠시 관심을 가지는 젊은 층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헌법 대중서를 찾아 읽고, 나아가 이를 필사하며 관심사를 자신의 방식대로 들여다보는 젊은 층의 독서 문화가 ‘긍정적’이라고 보는 시선도 이어진다. 한 서점 관계자는 “요즘 독자들은 책을 읽고, 모임까지 결성해 감정과 의견을 나누는 것이 자연스럽다”면서 “이를 통해 더 깊이 있는 독서를 한다는 점에서 그들의 ‘적극성’이 당연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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