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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다음날 연차 쓰지 말라는데”…불법인 거 아시나요?


입력 2025.01.27 06:00 수정 2025.01.27 06:00        세종=데일리안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근로자가 연차 청구…사용자 휴가 보내줘야

막대한 지장 없다면 근로자 연차 변경 못한다

연차 쓰라고 강제해도 근로자 준수 의무 없어

설 연휴를 앞둔 24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 및 귀성객들이 열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지역 중소 제조업계에서 근무하는 34세 남성 A씨는 이번 설날에 ‘황금연휴’를 보낼 생각이었다. ‘최장 9일(1월 25일~2월 2일)’로 예년보다 긴 올해 설 연휴 기간에 모처럼 여행을 떠날까 생각했다.


컴퓨터 앞에 앉은 A씨는 생각을 바꿨다. 지난주 점심 식사 자리에서 담당 부서장이 “연차 금요일에 쓰는 건 눈치 보면서 사용하세요”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경기 과천에서 사무직에 종사하는 29세 여성 B씨도 예외는 아니였다. 손꼽아 기다리던 설 연휴에 해외여행을 다녀오려고 금요일에 연차를 신청했다.


3시간 뒤 “연차 신청이 반려됐다”는 메일이 도착했다. 담당 부서에 반려 이유를 묻자 인력이 부족하고 연휴 뒤 처리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이 전부였다. 거듭 요청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2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5인 이상 사업장의 사용자는 근로자가 휴가를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보내줘야 할 의무가 있다. 회사의 승인 여부와 무관하게 연차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사용할 강제할 수 없다.


다만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다면 연차 일정을 변경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노동자가 청구한 연차휴가 시기를 변경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막대한 지장의 여부는 기업의 규모와 업무 성질, 업무대행 가능성, 작업 시급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업무 지장이 판단되면 사용자에게 ‘사용시기 변경권’이 부여된다.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의 연차휴가 시기 변경권은 사업장의 업무 능률이나 성과가 평소보다 현저히 저하돼 상당한 영업상의 불이익을 가져올 것이 염려되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기에 웬만한 경우가 아니라면 변경하기 어렵다.


사용자가 연차 사용을 강제한다면 근로자는 이를 준수할 의무도 없다. 다만 사업주는 연차 사용 촉진 제도를 통해 연차를 소진할 수 있다.


연차 사용 촉진 제도는 1단계 ‘미사용 연차 사용 촉구’, 2단계 ‘미사용 연차 사용 시기 지정’으로 나뉜다.


먼저 일정 기간을 기준으로, 미사용한 연차에 대해 사용 시기 정해서 신청하도록 사업주가 서면으로 촉구하고 그럼에도 연차 사용 시기를 정하여 통보하지 않는 경우, 특정 기간 전까지 사업주가 휴가의 사용 시기를 정해 근로자에게 서면으로 통보한다.


A씨의 경우 사업주가 연차 사용 시기를 미루라는 이야기를 듣고 연차를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관할 고용노동지청 등에 진정 신고를 하면 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눈치 주지 않는 회사 문화”라며 “근로자는 사용자의 사용 강제 등을 준수할 의무도 없다”고 밝혔다.


B씨의 경우도 사용자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당한 연차 신청을 거부할 권리가 없기 때문이다. 관할 노동지청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면 근로감독관이 사실관계를 조사한다. 이후 특별한 사정 없이 연차를 거부한 것으로 인정되면 근로자는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연차 관련 피해를 본 근로자는 사업장 관할 지방고용노동청에 신고해달라”며 “국가가 보장한 노동의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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