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전 촬영
첫 원톱 주연
누군가를 대신한다는 건 어디까지 가능할까? 퇴사, 복수, 만남이라는 세 가지 에피소드 속에서 SF9 다원은 박지언이라는 인물을 통해 이 질문에 담백하게 답을 건넨다.
지난 22일 웨이브, 왓챠, 쿠팡플레이, 및 각종 IPTV 채널을 통해 공개된 '대신해드립니다'는 단 한 명의 의뢰인을 위한 정의가득 오지라퍼 박대리의 생활밀착 의뢰인 맞춤 역할 대행극이다. 다원은 No.1 대행서비스 1인 기업을 운영하는 대표이지만, 스스로를 박대리라 칭하는 박지언 역을 맡았다.
이 작품은 퇴사편, 복수편, 만남편까지 총 3개의 에피소드가 공개됐다. 이야기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됐으며 이 중심에는 무엇이든 대신해 주는 박대리 박지언(다원 분)이 있다.
만남 편은 죽음을 앞둔 엄마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헤어졌던 아들을 찾는 이야기다. 버려졌다는 상처로 엄마와의 만남 앞에서 갈등하는 아들에게는 엄마의 마음을, 아들을 보고 싶어 하는 엄마에게는 아들의 진심을 전한다.
퇴사 편은 상사가 자신의 성과를 차지하는 것도 모자라 뇌물을 받은 혐의까지 뒤집어씌운 직원을 박지언이 적극적으로 돕는다. 건물 청소부로, 기자, 퀵서비스 직원, 그리고 직원의 말동무가 되어 회사 탈출 프로젝트를 펼친다.
마지막 복수편은 데이트 폭력을 당하는 여자의 남자친구 역할을 대행한다. 피해자지만 남녀 사이의 애정문제로 심각하게 바라보지 않는 사회적인 편견이 담긴 편으로 박지언은 여자가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옆에서 조력자를 자처한다. 박지언은 여자가 복싱을 배워 남자친구에게 시원한 복수를 하며 당당하게 완전한 이별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흥신소, 사설탐정, 심부름센터의 형태로 암암리에 존재했던 일이 서비스라는 명목으로 사회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현재, 구체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주제와 결합시켜 '대신한다'라는 행위의 본질과 그 행위 뒤에 자리하고 있는 인간적인 감정, 사회적 이슈를 짚는다.
그리고 이 여정을 이끌어가는 중심에는 다원이 있다. 박지언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한 다원은 극 속에서 단순히 의뢰를 수행하는 대리인이 아니다. 그는 의뢰인들의 삶에 스며들어 그들의 고민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인다. 해결 과정에서 정의와 인간적인 온기가 박지언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이 캐릭터는 서사 속에서 스스로를 드러내기보다는 상황에 깊이 잠기며, 보는 이로 하여금 공감을 느끼게 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대신하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 행위를 넘어서 마음의 무게를 덜어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무게를 같이 짊어져 전달하는 것이 주연 다원의 몫이다.
괄목할 만한 점은 그의 섬세한 연기다. 의뢰인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눈빛, 정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의 진지함, 그리고 때로는 가볍게 웃음을 유도하는 능청스러운 표정까지 자연스럽게 엮어냈다.
다원은' 대신해드립니다' 이전에도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드라마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파트타임 멜로', '나의 X같은 스무살', 영화 '비밀' 등 다수의 작품에서 장르를 넘나드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군 입대 전에 마무리한 이 작품은 다원에게 있어서 특별한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이 의미를 시청자에게도 자연스럽게 전하는 그의 태도가 더 인상적이다. 결국 '대신해드립니다'의 핵심은 '대신'이라는 단어에 담긴 온기다. 그리고 그 온기는 다원이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