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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도 안 되는' 판사가 왕이자 걸인인 시대


입력 2025.01.27 07:08 수정 2025.01.27 08:06        데스크 (desk@dailian.co.kr)

눈 감고 묻지 마 진영 판결...사법부도 자신도 추락

서부지법-중앙지법, 좌우로 쫙 갈라져 거수기 돼

차은경 새벽 3시 단 15자 구속 사유, 무례-무책임-실력 부족

20~30대 남성 폭동 재발하더라도 법원 할 말 없다

“판사 1인이 나라의 명운을 좌우하는 시대이다. 어떤 성향의 판사, 재판관이냐가 제1의 관심사이니 사법권이 신뢰를 얻을 수 있겠나?”

2025년 대한민국 사법부와 판사의 일대 타락을 질타하는 날카로운 지적이다. 판사가 왕인데, 그 왕이 진영 논리에 빠져 소속 정파의 박수를 구걸하는 걸인(乞人)을 자처한다는 얘기다.


판사를 지낸 사람의 말이다. 대구지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황현호가 설 연휴를 맞아 판사의 권위가 꽁꽁 얼어붙은 땅 저 밑으로 떨어진 개탄스러운 세태를 SNS에 적었다.


판사들은 법관 선배의 일침에 옷깃을 여며야 한다. 입고 있는 근엄한 검정 법복이 사실은 시정잡배가 입는 점퍼와 다름없었다는 자괴감을 가져야 마땅하다.


판사들도 사람이다. 정치적 선호가 있을 수 있고, 특정 성향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판결을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교과서와 상식이 그렇게 가르친다.


더구나 나라의 중대사,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려 있는 판결을 자기편이 신청한 것은 자동 인용, 반대편이 올린 건 자동 기각한다면 그게 판사인가? 그러라고 국민들이 판사를 시켜 준 게 아니다.


거대 다수 의석을 가진 야당이 국회에서 장난을 치고 있고, 과거 진보좌파 정권이 자기네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을 죽이기 위해 수사-기소권 분리라는 미명 아래 어설프게 신설한 공수처가 제 주제를 모르고 체포-구속에 목숨을 거는 선무당 굿을 하면 균형을 잡아 줘야 할 국가 기관이 법원이다. 이 법원이 그 정치질에 맞장구를 쳤다.


경찰과 검찰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수사라는 큰 장이 서니 앞 다퉈 정치 춤을 추며 차기 집권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야당에 추파를 던졌다. 눈 뜨고 보아 주기 씁쓸한 가관이고 꼴불견이다.


이 대목에서 분명히 해둘 게 있다. 대통령 윤석열이 잘했다는 게 아니다. 그러니 잘못은 잘못대로, 법과 원칙 그리고 상식에 따라 죄를 따지고 밝혀내면 된다. 그러지 않고 정치를 하기 때문에 국민 여론이 바뀌고, 황현호 같은 변호사가 사법부 추락을 꾸짖는 것이다.


같은 서울 안에 있는 서부지법과 중앙지법이 좌우로 쫙 갈렸다. 홍해 바다다. 이래 가지고 무슨 정의가 바로 설 수 있겠는가? 중앙지법 가면 안 될 일이 서부지법 가면 걱정 없이 되는 나라에 법치가 있고 정의가 있겠느냐는 말이다.


이래서 공수처가 판사 쇼핑을 하는, 세계 민주 국가 정치 진영 대결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할 코미디가 벌어졌다. 한 쪽에서 퇴짜를 당하기 전에 다른 쪽으로 가는 눈치 신청이 아니라 퇴짜를 먹은 다음 슬그머니 자기 편 법원으로 갔다는 게 또 역사에 기록되게 생겼다.


황현호는 그 전말을 이렇게 쓰고 있다.


“판사가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는 중앙지법 판사의 자존심도 걸려 있는 것 같다. 중앙지법 남천규 판사가 기각한 체포영장을 서부지법 이순형 판사가 발부했으니 열 받을 만하다.”

이순형(52)은 전북 무주-우리법연구회 출신의 친 민주당 성향이다. 그는 공수처가 1차 낙방 후 우회 재신청한 대통령 체포 영장을 흔쾌히 발부해 줬다. 그러면서 ‘군사 비밀 시설은 책임자 허가 없이 수색할 수 없다’는 형소법 적용을 자기 멋대로 배제해 버리는 ‘입법’도 했다.


경쟁 회사(중앙지법) 대신 자기를 찾아 준 고객에 대한 과잉 불법 서비스다. 이 나라 법질서가 이렇게 개판이 됐다. 수사 기관이 정치에 미쳐 날뛰는 데 판사가 그 속으로 들어가 한술 더 뜨고 있다.


공수처는 윤석열 체포에 이어 구속에도 사활을 걸었다. 수사권 논란이 있고, 대통령이 1차 조사 때 자기 입장을 일방적으로 설명한 뒤로는 불응해 더 캐물을 수도 없으니(캐물을 수사 역량이나 있나?) 구속으로 ‘유죄’를 사실상 확정 지으려는 수작이었다.


이 구속 영장을 또 서부지법에 신청했다. 자동으로 오케이가 나는 법원이라고 믿어서일 것이다. 당직 판사 차은경(57, 이대 경제)은 이 믿음에 충실히 부응했다.


영장이 신청된 지 35시간 동안 ‘고심?’했다. 백주 대낮 시간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느라 다 보내고 다음날 새벽 3시에(이때 그녀는 과연 거기 있었을까?)에 결정문을 내놓았다. 고작 15자였다.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


이재명 구속 영장을 기각한 판사 유창훈은 현란한(장황한) 문장들을 연결하며 892자(일부 언론은 600자로 보도)를 쓰는 성의라도 보였다. 그녀는 정해진 답, 한 줄을 쓰기 위해 35시간이 필요한 판사였다. 무례하고 무책임하고 실력이 부족했다고밖에는 적절한 평가가 없다.


이로써 대한민국 사법부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중앙지법 판사들이 2번 연속 올린 검찰의 윤석열 구속 연장 신청을 불허해 체면은 좀 살렸다. 재신청을 기각한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 여성판사 최민혜(37)는 묻지 마 좌파인 40~50대가 아니어서 희망이 보인다.


판사들은 점퍼를 입고 남루해진 자기들 모습을 바라보고 법복으로 다시 갈아입어야 한다. 20~30대 젊은 남자들이 법원에 난입해 또 폭동을 일으킨다고 해도 판사들 입에서 “법치가 무너졌다”"라는 말 나울 수 있겠나?


법치를 먼저 무너뜨린 건 바로 판사들이다.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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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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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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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 한주먹 2025.01.29  05:08
    대한민국에서 가장멋진 판사입니다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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