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배우로 많이 인정해 주셔…내가 노력하고 있다는 기분 들어야 편하다.”
속을 알 수 없는 싸늘한 얼굴로 긴장감을 불어넣다가도, 풋풋한 로맨스로 활력을 불어넣으며 ‘옥씨부인전’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었다. 비밀을 품고 옥택영(임지연 분)에게 접근한 미스터리한 여인 차미령을 ‘입체적’으로 완성한 배우 연우는 앞으로도 어렵지만, ‘예상 밖’의 작품으로 다양한 경험들을 쌓아나갈 생각이다.
연우는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옥씨부인전’에서 차미령 역을 맡아 성도겸(김재원 분)과 로맨스 연기를 펼쳤다. 집안의 복수를 위해 옥택영에게 접근하지만, 진실을 알게 된 후 선한 마음을 다시 드러낸다. 복잡한 캐릭터에, 사극이라는 장르도 쉽지 않았지만 연우는 그래서 더 도전하고 싶었다며 연기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내비쳤다.
“사극은 배우라면 다 하고 싶어 하는 장르인 것 같다. 말투, 에티튜드 같은 건 그 시대에 살아보지 않았으니까 어려웠다. 어느 정도로 준비를 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다만 감독님께서 우리 드라마가 정통 사극은 아니라 사극 톤을 좀 더 유연하게 해도 괜찮다고 말씀을 해주셨다. ‘구르미 그린 달빛’, ‘해를 품은달’ 같은 드라마들을 찾아봤다.”
성도겸과의 멜로도 연우에겐 ‘도전’이었다. 그간 형사부터 악역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했지만, 달달한 로맨스로 설렘을 유발한 적은 없었던 것. 특히 도겸과 마음껏 사랑하기 힘든 미령의 과거사가 있었던 만큼, 더욱 섬세한 표현이 필요했다. 연우는 로맨스 특유의 간지러운 표현에 어려움을 표하면서도 “다음에는 좀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당찬 모습을 보여줬다.
“너무 어려웠다. 제가 (오글거리는 표현에) 약하다는 생각을 했다. 귀엽게 말한다거나, 캐릭터의 그런 면을 제가 잘 못 표현하더라. 상대 배우인 김재원이 잘해줬다. 동생임에도 저를 이끌어 줘서 의지하며 연기했다. 어려웠지만, 편하기도 했다. 도겸과의 사랑은 그냥 사랑이 아니지 않나. 불편함을 깔고 연기해야 했다. 나의 행복에 대해 불편하고, 미안한 감정이 있어야 했다. 마음 편하게 웃을 수 없고, 또 마음 편하게 어울릴 수 없고. 그런 관계가 풀어져 가는 과정도 생각을 하며 연기했다.”
미령의 다채롭게 변하는 감정을 풀어내는 것도 어려웠지만, 그래서 배운 점이 있다며 감사했다. 연우는 잘못된 모정을 가진 엄마에게 상처를 받고, 상상 임신으로 고통을 겪는 미령에 대한 애정을 거듭 표현하며, 이를 잘 그려내기 위해 했던 고민들을 털어놨다.
“기본적으로 미령은 선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나빠 보여야 하는 인물인데, 동시에 그렇게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처음 잡은 것이, 서늘하게 보이는 장면은 철저히 그렇게 보이도록 연기를 하자고 했었다. 조금 더 미스터리함을 주기도 하고, 강하게 연기를 해보기도 했었다. ‘좀 더 과감하게 해 볼 걸’ 후회를 하기도 했다. 다 표현한 뒤 깎아내면 된다고 해 주셔서 그렇게도 노력을 했었다.”
이렇듯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활약하는 ‘옥씨부인전’에서는 예상치 못한 전개들이 이어졌고, 이것이 곧 흥행 비결이 됐었다. 연우는 4.2%의 시청률로 출발해 최종회에서는 13.6%를 기록한 ‘옥씨부인전’의 새로우면서도 풍성한 이야기에 만족하며, 적극적으로 지지를 해 준 시청자들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저는 이 작품이 그 시대의 이야기만 담고 있진 않아서 좋았다. ‘사극인데, 이런 이야기 나와’ 싶기도 하고. 성소수자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 신분을 속이는 사람의 이야기도 나온다. 계급에 따른 차별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것이 우리에게도 와닿는 내용이었다. 그런 점이 불편하면서도 끌리기도 했을 것 같다. 일단 새롭지 않나. 여자 외지부라는 내용부터 그랬다. 극 중 빌런도 많고, 사람도 많이 죽는데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정말 다정하다. 전개가 너무 빨라서 정신이 없는 와중에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린 것 같다.”
어려웠지만, 그만큼 만족도도 큰 작품이 됐다. 앞으로도 ‘쉬운’ 길이 아닌, 어려워도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할 생각이다. 그룹 모모랜드에서 배우 연우로 변신한 뒤 안정적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안주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아이돌에서 배우로 전향을 하지 않았나. 처음 전향을 할 땐 생각이 정말 많았는데, 요즘엔 신인 배우로 봐주시는 분들도 많고 아이돌 출신이라는 걸 아는 분들도 저를 많이 인정해 주시는 것 같다. 제가 잘해서라기보단 보는 분들이 너그럽게 봐주신 것 같다. 조금 이르긴 하지만, ‘금수저’ 때가 (인정의) 계기가 된 것 같다. 그때 ‘신인인 줄 알았는데 연우네’라는 말을 해주셨는데 기분이 좋더라. 그때도 악역은 처음이라 많이 신경을 썼었는데 (좋은 반응을 얻어) 기분이 좋았다. 힘들어야지 재밌는 것 같다. 마음이 편하면 오히려 불안하기도 하고. 내가 노력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야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