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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현실화에 엔캐리 청산 우려까지...증시 악재 ‘첩첩산중’


입력 2025.02.03 16:38 수정 2025.02.03 16:41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美 관세에 글로벌 ‘무역전쟁’ 돌입...불안 심리 가중

수출 둔화에 강 달러 장기화 속 외인 증시 이탈 가속

日 은행 금리 인상 후 엔캐리 청산 재점화 전망 고개

코스피가 트럼프발 관세전쟁 우려에 2% 넘게 하락한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캐나다 관세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글로벌 관세 전쟁을 본격화하면서 국내 증시 및 수출 기업들의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일본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엔 캐리 트레이드(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다른 국가의 고금리 자산에 투자) 청산 우려까지 겹악재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불거진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 쇼크가 채 가시기 전에 미국의 3대 무역국에 대한 관세 부과 강행과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재점화 우려가 겹치면서 국내 주식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


그간 ‘관세 무기화’를 공언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캐나다와 멕시코산 제품에 25%(캐나다산 석유·천연가스는 10%), 중국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관세 부과가 4일부터 발효되는 가운데 캐나다·멕시코·중국도 맞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글로벌 증시에 불안 심리가 고조되고 있는 양상이다.


시장은 우려됐던 미국의 관세 전쟁이 현실화하면서 글로벌 경제와 증시의 파장이 불가피해졌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는 유럽연합(EU)을 대상으로도 보편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하며 글로벌 교역 구조에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에도 불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이하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 역시 캐나다(배터리), 멕시코(자동차·부품)를 통한 대미 우회 수출 규모가 상당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며 “향후 관련 중간재 수출뿐만 아니라 개별 기업 이익에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하고 추후 보편 관세까지 현실화 된다면 국내 경제성장률의 하방 위험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발(發) 관세 정책의 불똥이 국내 증시로 옮겨 붙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최근 정국 불안 속 내수 위축이 길어지고 수출도 둔화세를 보이는 등 국내 경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강 달러 현상으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어서다.


3일 오전 부산항 신선대·감만·신감만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는 모습.ⓒ연합뉴스

트럼프의 관세 부과 조치는 향후 미국 내 물가를 상승시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기준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는 결국 달러화 강세와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을 부추기게 된다.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환차손을 우려해 국내 주식을 매도하는 경향이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3.42포인트(2.52%) 내려앉은 2453.95에 장을 마쳤는데 외국인이 8706억원, 기관이 3730억원을 팔아치우며 하락장을 주도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1월 한 달간(1월2~31일) 8974억원어치의 코스피 주식을 순매도하면서 지난해 8월부터 6개월째 국내 증시에서 매도 우위 양상을 이어가고 있다.


김경훈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관세와 이에 따른 글로벌 보복 관세 움직임은 상당 기간 강달러와 고금리 장기화가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국내 경기의 수축 기조는 최소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될 전망으로 이는 국내 증시의 상방을 제한하는 부담 요소”라고 판단했다.


여기에 최근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엔 캐리 트레이드 우려가 재차 불거지면서 글로벌 경제와 증시에 미칠 여파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해외 고금리 자산이나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을 뜻한다.


이에 지난 8월 초 나타났던 금융 시장 혼란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당시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는 현상이 발생한 바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일본이 금리를 인상하며 미·일간 금리 차가 축소됐기 때문이다.


강현기 DB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일본 은행이 기준금리를 0.25%에서 0.5%로 인상했고 엔화 강세 여건이 마련돼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재점화할 여지가 발생했다”며 “미국 주식시장 하락에 의한 국내 주식시장의 2차 하락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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