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민생예산 삭감 거짓 주장" vs
국민의힘 "국민 앞 석고대죄 해야"
팩트체크 논쟁·신경전 고조 가운데
다음주 여야정협의회서 담판 관건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여당을 향해 추가경정예산 편성 논의에 임하라는 압박을 재차 가하면서 여야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추경 논의의 걸림돌 중 하나는 지난해 12월 10일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이 야당 단독 순감 수정됐고, 삭감안이 그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한 것에 있다. 이후 민주당은 즉각 추경 카드를 꺼냈고, 신속 추경 불수용에 따른 정부·여당의 책임론을 역으로 제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오락가락한 입장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고, 이런 가운데 다음주 열릴 여야정국정협의회 테이블에는 추경 등 경제 현안이 오를 전망이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벚꽃추경'이 성사될지가 정치권 초미의 사안으로 부상한 상황에서, 여야 간 '민생예산 삭감'을 둘러싼 팩트체크 논쟁까지 발생되는 등 혼선이 일고 있다.
최근 민주당은 야당이 삭감한 예산에 민생 예산이 어디 있느냐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전날 최고위원회에서 "민주당이 삭감한 예산안을 잘 들여다보면 다 특경비, 특활비 예비비 뭐 이런 것"이라며 "그런 이상한 핑계로 추경을 피하려고 하지 말라"고 발언한 바 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도 전날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민생예산을 삭감하지 않았다"며 "국민의힘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거부할 핑계로 민주당이 민생예산을 깎았다는 거짓주장을 양산 중"이라고 주장했다.
진 의장은 "거대 권력기관의 특활비·특경비 등 깜깜이 예산, 집행이 부진한 예비비, 집행률 대비 과다편성된 예산 등이 민생예산인가. 진실이 무엇인지 널리 전파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지난해 말 단독 처리한 예산안의 감액 항목을 들어 반박하기도 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4조1000억원 민생 예산 일방적 삭감은 감출 수 없는 진실"이라고 반박했다.
구체적으로 △국가 유공자 보상금 179억원 △금융 혁신성장 및 원전산업 성장 펀드 288억원 △청년도약계좌 및 대학생 근로장학금 363억원 △AI(인공지능) 돌봄 지원 36억원 △ 광물 전용 비축기지 구축 125억원 △휘발유 가격 인하 및 유전개발사업비 497억원 △중소기업 신용보증기금 400억원 △ 외식 산업 활성화 14억원 △청년 일자리 강소기업 선정사업 15억원 △아이돌봄수당 384억원 등 감액 항목 등을 제시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무차별적·일방적 예산 삭감 폭거'에 대해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의 잇단 추경 요구와 관련해선 '이재명표 예산'으로 수식되는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지역구 예산 등의 증액·복구를 시사하기 위함이란 관측이 이어지던 상황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신속 추경 집행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설 연휴까지도 추경에 대한 진전 사항이 없자, 최근 돌연 "정부와 여당이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을 반대해 추경 편성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추경 요구 사항에 민생지원금을 포함하지 않겠다(1월 31일 최고위원회의)"는 입장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투자와 미래 먹거리를 무엇보다 중시한 민주당 전통을 이어 인공지능 개발과 투자에 진심을 다하겠다. 정부가 추경에 대대적인 인공지능 개발 지원 예산을 담아 주신다면, 적극적으로 의논하며 협조할 것을 약속 드린다(2월 1일 페이스북)"란 발언도 했다. 이는 조기 대선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수권 능력을 과시하고 민생·예산 주도권 선점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이 대표의 조급함을 반영한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정부가 우리 추경할 테니까 '야당이 도와주십시오'라고 해도 부족할 판에 야당이 하자고 하는데 무슨 정부가 조건을 붙이냐"며 "국민의힘도 이해하기가 어렵다. 민생 예산을 삭감했다고 민주당을 비난하면서 '민생 예산 삭감할 때는 언제고 민생 예산 추경하자고 그러냐' 이런 소리를 하는 모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에 민주당이 민생 예산을 삭감했다면, 복구할 기회로 활용해서 빨리 추경을 해야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게 책임 있는 여당의 자세"는 발언까지 불사했다.
추경 편성 문제를 둘러싼 여야의 신경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공은 여야정협의회로 넘어갔다.
이르면 10일 여야정국정협의회 열려
함께 묶인 반도체특별법 향방 등 관건
여당, 개헌 언급하며 대야압박 가능성도
정부와 국회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모여 반도체특별법·추경 등 국정 현안을 논의하는 국정협의회를 이르면 10일 개최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필요하다면 민주당의 추경 요구에 응하겠다면서도, 진정성이 있다면 이를 '여야정협의회'에서 논의하자고 응수하는 등 민생 정책 주도권을 둘러싼 전략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예산안을 일방 삭감해 처리한 민주당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표하면서, 예산을 미리 당겨 집행하는 '조기집행'이 먼저란 입장을 보였었다. 하지만 야당의 계속된 요구에 따라 추경 편성 가능성을 열어두되, 대신 다른 사안들을 테이블에 함께 올리면서 협상력을 높일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여야정협의회에서 추경뿐 아니라 반도체특별법, 에너지 3법(전력망확충특별법· 고준위방폐장법·해상풍력특별법)을 같이 논의하자고 제안하는 등 맞불을 놨다.
이 중 여야는 반도체특별법을 이번 달 안에 통과시키겠다는 점엔 공감대를 보이고 있지만, 주 52시간 적용 예외 문제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중이다. 국민의힘은 '주52시간 근로제 예외 규정'을 법안에 담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논란이 되는 부분의 추가 논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동시에 국민의힘이 개헌론을 띄워 이 대표를 압박하려는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대표는 개헌과 관련해 최근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데, 20대 대선 당시엔 여야 합의로 대통령 임기를 1년 줄이고 대통령 4년 중임제로 개헌하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국민의힘이 이 대표의 개헌에 대한 소극적 입장을 파고들어 대야 협상력을 높일 전망이라, 여야정협의회에서 추경 담판이 이뤄질 수 있을 지와 만약 '벚꽃 추경'이 이뤄질 경우에는 어떤 조건이 붙을지 등이 관전 포인트로 부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