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주식 미공개 정보 이용' LG家 장녀 부부 불구속 기소
구본무 회장의 '정도경영', 부정·부도덕·탐욕으로 흡집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로 적절치 않아…윤관도 조세원칙 지켜야
"국가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사랑 받는 기업이 됩시다."
고(故) 구본무 LG 선대 회장이 2015년 신년사를 통해 남긴 말이다. 그동안 LG그룹이 사회 각계로부터 '존경받는 기업'으로 평가받았던 것은 고인의 이 같은 신념이 계승됐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1995년 LG그룹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LG는 공정·정직·성실을 바탕으로 하는 정도경영을 통해 철저히 고객을 만족시키고 고객은 물론 사원·협력업체·주주·사회에 대해서 엄정히 책임을 다하는 참다운 세계기업이 되겠다"며 LG그룹에 '정도경영'의 가치를 심었다. LG그룹이 그동안 '갑질 논란' 등 총수 일가 관련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이유다.
이런 고인의 철학과 명예가 더럽혀지고 있다. 부의 축적 과정에서 맏딸과 사위의 몰염치한 처신이 잇따라 드러난 결과다. 실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취득하고 부당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을 받는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와 남편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가 최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2023년 구 대표는 투자회사 대표인 남편으로부터 한 코스닥 상장 바이오 업체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미공개 중요 정보를 제공받고 이를 이용해 해당 업체의 주식 3만주를 매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바이오 업체는 외국계 투자회사로부터 500억원 상당의 투자를 유치했다는 발표를 한 뒤 주가가 급등했는데, 투자한 업체가 윤 대표의 회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주당 1만8000원 수준이던 이 회사 주가는 16% 넘게 급등했다.
여기에 윤 대표는 이렇게 번 돈들조차 자신이 미국 시민권자기 때문에 세금을 납무할 의무가 없다며 국세청과 소송을 벌이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재판 과정에서 그가 미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위조된 과테말라의 공적 서류를 제출한 의혹이 나온 건 아이러니다. 윤 대표는 이 서류들로 병역 의무도 피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이라면 그는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해 또는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미다. 사회 지도층의 품격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호부견자(虎父犬子·호랑이 아비에 개의 새끼)"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남도 아닌 가장 가까운 딸과 사위가 돈과 권력 추구를 경계한 아버지의 명예를 더럽힌 셈이다. 그래놓고 구본무 선대 회장의 유산을 두고 다툼을 벌이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는 하루라도 빨리 국민에게 사죄하고 사퇴하는 게 옳다. LG복지재단은 구 대표 개인의 소유가 아니다. 무엇보다 재단 대표가 범죄 혐의로 재판에 불려 다니는데 공익사업이 잘 이뤄지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특히 LG복지재단은 구본무 선대 회장이 조부인 구인회 전 회장의 생전 사회공헌 의지를 경영철학에 담아 설립한 곳이다. LG의 창업주인 구인회 전 회장은 일제강점기 시절 상회를 경영해 큰돈을 벌면서 감시를 피해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하는 등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실천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LG복지재단이 졸지에 재벌가 자제의 장식품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윤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역외 탈세는 한국에서 내야 할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는 행위다. 단순한 세금 탈루나 재산 해외은닉이란 차원을 넘어 국부를 유출하는 행위란 점에서 악질적이다. 그가 국내에서 사업을 계속하겠다면 이제라도 꼼수 부리지 말고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원칙을 지켰으면 한다. 더이상 고(故) 구본무 LG 선대 회장의 얼굴에 먹칠을 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