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9개 중 6개’ 아시아무대서 세계 최강 위용 확인
중국 비롯한 경쟁국들 견제와 텃세, 올림픽에서 더욱 심해질 듯
남자 에이스 박지원 “깔끔한 레이스 펼치기 위해 더 노력”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역대 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 타이를 기록한 한국 쇼트트랙이 내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에 대한 전망을 밝혔다.
한국 쇼트트랙은 7~9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9개의 금메달 중 6개를 쓸어 담으며 ‘최강’의 위용을 과시했다.
당초 목표로 세운 금메달 6개를 수확했고,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를 더했다.
여자 대표팀 에이스 최민정(성남시청)이 3관왕에 등극했고, 김길리(성남시청)와 박지원(서울시청)은 각각 2관왕에 올라 세계 정상급 기량을 과시했다.
특히 개최국 자격으로 대회를 치른 중국의 ‘홈 텃세’에 대한 우려와 중국 홈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에도 한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금빛 질주’를 이어갔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기대를 모았던 남녀 계주에서 중국과 잇달아 충돌하며 노메달에 머물렀다. 남녀 쇼트트랙 계주가 동계아시안게임 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여자 3000m 계주에서는 결승선 통과 직전 김길리가 중국의 공리와 충돌해 넘어지면서 4위로 밀려났고, 남자 5000m 계주에서는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과 몸싸움을 펼치던 박지원이 실격을 당했다.
특히 박지원의 실격 판정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웠다.
마지막 한 바퀴를 남기고 치열한 선두 경쟁을 펼치는 과정에서 인코스로 파고든 린샤오쥔이 손을 사용하자 박지원도 이에 대응했다.
선두를 달리던 박지원이 인코스를 잘 방어했기 때문에 린샤오쥔이 다소 무리하게 파고드는 과정에서 먼저 손을 썼고, 이후 두 선수의 치열한 자리 다툼 끝에 린샤오쥔이 밀려났다. 박지원도 몸싸움을 펼치느라 중심을 잃고 흔들리는 사이 3위로 달리던 카자흐스탄이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중심을 잃은 박지원이 넘어지지 않으며 2위로 통과했지만 경기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갔고, 결국 심판은 박지원에게만 페널티를 줬다.
그러자 심판 판정을 지켜보던 맏형 이정수를 비롯한 선수들은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듯이 허탈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박지원도 경기 후 “매우 재밌었다”고 웃으며 쿨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이 아닌 올림픽에서 이런 석연치 않은 판정이 나왔다면 어땠을까.
2017년 삿포로 대회 이후 8년 만에 열리는 아시안게임은 생각보다 국가 간에 격차가 크다. 쇼트트랙도 생각보다 일본의 수준이 많이 떨어진 가운데 전 종목에 걸쳐 한국와 중국의 2파전 양상이 지속됐다.
중국의 견제를 이겨낸 한국은 쇼트트랙 결선 첫 날 5개 금메달 중 4개를 가져오며 순항했고, 둘째날도 남녀 1000m를 모두 석권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었다.
안방에서 체면을 구길대로 구긴 중국의 노골적인 홈 텃세를 어느 정도 예상한 듯 웃어 넘겼지만 세계 최고 무대인 올림픽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이 나왔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올림픽에서는 계주서 자리 싸움과 경쟁이 한층 치열하고, 중국 뿐 아니라 모든 나라들이 한국에 대한 견제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이에 한국 쇼트트랙은 내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제대로 된 ‘예방주사’를 맞았다.
박지원은 “유독 몸싸움이 잦았는데, 앞으로는 깔끔한 레이스를 펼치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며 “이번 대회를 통해 좋은 경험을 했다”고 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