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트럼프 관세에 국내 정유사들 반사익?…"실질적 영향은 '불확실'"


입력 2025.02.13 14:56 수정 2025.02.13 14:56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국내 정유사, 트럼프 행정부 캐나다산 원유 관세 정책에 기대감

관세 부과 시, 원유 수입 다변화·원가 절감 효과·정제마진 개선 가능성

현실적으로는 운송비용, 물량 확보, 외교적 고려사항 등 난제

SK울산CLX전경. ⓒSK이노베이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산 원유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를 검토하면서, 글로벌 원유 시장은 물론 국내 정유업계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미국이 캐나다산 원유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캐나다는 기존의 미국 중심 수출 구조에서 벗어나 아시아 시장으로의 판로를 확대할 가능성이 커지고, 이에 따라 한국도 캐나다산 원유 도입을 고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전망이다.


그러나 실제 관세부과가 이뤄질 가능성과 운송비용, 물량 확보, 외교적 고려사항 등 여러 난제가 남아 있어 과도한 기대는 어렵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캐나다산 원유 관세 정책에 대해 일부 긍정적인 전망을 내비치고 있지만, 실제 국내 정유업계에 미칠 영향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일 자국 에너지 산업 보호와 무역적자 해소를 목표로 캐나다, 멕시코산 제품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공표했다. 이후 발효를 하루 앞둔 3일, 미국은 캐나다 및 멕시코와의 협상을 통해 관세부과 시점을 30일간 유예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반사이익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산 원유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국내 정유업계는 캐나다산 원유 도입을 통해 원유 수입 다변화와 원가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캐나다산 원유는 그동안 미국으로의 수출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TMX(트랜스 마운틴 익스팬션) 파이프라인이 지난해 5월부터 가동되면서 아시아 시장으로 수출할 수 있는 경로가 열렸다. 이 때문에 미국이 캐나다산 원유에 관세를 부과하면, 캐나다는 미국 대신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할 가능성이 크다.


캐나다산 원유는 현재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나 두바이유보다 저렴하게 거래되고 있어 국내 정유사들이 도입할 경우, 원가 절감과 정제마진 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한, 한국 정유업체들은 대부분 중질유 정제 설비를 갖추고 있어 캐나다산 원유 정제가 기술적으로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미국이 캐나다산 원유에 관세 부과로 미국 정유업체들의 원가 상승으로 인해 글로벌 석유 제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유사들이 비용 증가로 인해 생산량을 줄이면, 한국산 정제유가 아시아 및 기타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미국 내 석유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인해 한국의 대미(對美) 수출 기회가 증가할 수도 있다.


SK이노베이션, HD현대오일뱅크 등은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캐나다산 원유에 대한 관세부과에 대해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미국산 원유 도입 비율은 약 20% 예상되고, 기회에 따라 캐나다산 원유도 도입 예정에 있다”며 “캐나다산 원유 중 일부가 아시아로 넘어올 가능성이 있는데, 그 경우 더 싼 원유를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매우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현실적 난제


그러나 이런 반사이익은 관세부과가 실제로 이뤄지고, 미국의 정유업체들이 대체 공급원을 확보하지 못했을 경우에만 가능한 시나리오다.


먼저, 관세 부과가 실질적으로 이뤄질지 미지수다. 30일 유예 기간 동안 미국과 캐나다 간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따라 관세 부과 여부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캐나다는 미국의 가장 큰 원유 공급국이며, 양국 간 긴밀한 에너지 협력 관계를 고려할 때 관세 부과가 양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미국 내 에너지 업계와 정치권에서도 캐나다산 원유에 대한 관세 부과가 미국 내 정유사들의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캐나다산 원유의 아시아 시장 유통 물량도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 현재 한국의 캐나다산 원유 수입량은 전체 원유 수입의 0.1% 수준으로 미미하며, 실질적인 수입 확대는 아직 검증이 필요한 단계다.


운송비용 등 추가 비용을 고려했을 때 경제성도 문제다. 또한, 캐나다산 원유가 국내 정유설비에 적합한 중질유인지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


여기에 미국과의 외교적 관계를 고려할 때 국내 정유사들이 캐나다산 원유를 대규모로 도입하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은 캐나다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으로, 국내 정유사들이 캐나다산 원유를 적극 도입할 경우 미국과의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와 함께 중동산 원유와의 균형도 고려해야 하는 등 복잡한 외교적 이슈가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실제로 시행될지, 캐나다산 원유가 아시아 시장에 얼마나 유통될지 등 불확실성이 많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캐나다산 원유 도입은 원유 수입 다변화의 한 옵션으로 검토할 수 있지만, 실질적인 영향은 아직 불확실하다”며 “경제성, 물량 확보, 외교적 고려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