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책 쓰고 있다"…등판 초읽기
친윤계서 우려 제기…"당 혼란 야기"
친한계 "이재명 독재에 맞서는 게 우선"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정치 복귀 가능성을 내비치며 본격적으로 조기 대선을 향한 기지개를 편 가운데, 친윤계 일각에서는 한 전 대표의 등장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견제의 명분은 한 대표의 등장이 자칫 '단일대오' 태세를 유지했던 여당을 분열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친한계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전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두 달 동안 많은 분들의 말씀을 경청하고,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책을 한 권 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머지않아 찾아뵙겠다"며 "아직 추우니 감기 조심하라"는 당부와 함께 글을 맺었다. 한 전 대표가 이와 같은 메시지를 낸 것은 지난해 12월 16일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후 대표직에서 물러난 지 두 달 만에 처음이다.
이처럼 한 전 대표가 재등판을 예고하자, 친윤계 일각에서는 한 전 대표의 등판이 여권의 분열상을 초래하는 것 아니냐고 벌써부터 견제구를 뿌리는 모양새다.
'맹윤'이라 불리면서 대통령 탄핵 반대에 앞장서고 있는 윤상현 의원은 "지금은 한동훈 전 대표가 나선다면 탄핵 인용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국민께 주고 대통령의 시간을 빼앗는 것이며 당의 혼란을 불러올 뿐"이라며 지금 한 전 대표가 나설 시간이 아니라 "책임과 자숙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 전 대표가 나서는 건 우리 모두 득은 없고 실만 있는 결과만 가져올 것으로 결국 웃는 자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라며 "당을 위한 선택이 무엇인지 현명한 판단을 하라"고 쏘아붙였다.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데일리안에 "한 전 대표가 지난 전당대회에서 가만히 있는 나경원 의원에게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를 부탁했다'라고 말하지를 않나, 대표가 된 이후 계엄 정국에서 '내가 계엄했냐'는 무책임한 말을 하지 않나"라며 "이는 당의 동지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말이다. 이런 언어를 쓰는 한 대표는 들어와서도 분란만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직격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대표가 들어오면 우리 당은 '탄핵의 강'을 건널 수가 없을 것"이라며 "들어와서 중도층을 잡겠다는 명목으로 계엄의 책임이 누가 있는지에 대해 계속해서 공격을 할텐데 그럴 경우 우리 당은 계속 비상계엄의 강에서 헤엄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어 "오랜만에 '단일대오'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는데 한 전 대표 등판으로 메시지 싸움이 본격화되면 혹시나 치러질 대선에서 분열하는 모습만 부각될 가능성이 커서 걱정스럽다"고 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여권 곳곳에서 한 전 대표의 등판을 겨냥한 견제구가 잇따르고 있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 '이재명의 광주 집회 악마 망언 규탄"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전 대표가 '머지않아 만나겠다"며 복귀를 예고한 것에 대해 "지금은 한동훈의 시간이 아니다. 자숙의 시간을 더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현 시점은 대통령 탄핵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재판 일정이 맞물려돌아가 당이 이를 막아야 하는 시점이라며 "그런 것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조기 대선에 정신이 팔린 것은 정치인으로서 생각해 볼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친한(친한동훈)계는 당내서 나오는 이런 비판에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박정훈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신동욱 수석대변인의 발언을 작심 비판했다.
박 의원은 "신 대변인은 한 전 대표의 페북 글에 대해 '조기 대선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고 말했다. 맞다. 지금은 부결 당론이었던 탄핵을 막고, 정국을 수습해서 이재명의 의회 독재에 결연한 의지로 맞서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신 대변인은 '조기 대선을 기정사실화 하며 시정에 마음이 떠났다는 걸 공식화' 했던 분에게는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는 평가가 나온 행사에는 직접 참석까지 했다"며 "짧게 책 출간 소식을 전한 한 대표의 글에만 '정신이 팔렸다'는 표현으로 비판했다"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이런 편향성은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이 정도면 당 대변인이 아니라 특정 캠프 대변인이라는 지적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결국 헌법재판소에서 인용으로 결론 난다면 국면은 빠르게 조기 대선 정국으로 전환하게 된다"며 "그 과정에서는 당원과 지지자들도 누가 본선에서 이재명 대표를 상대로 가장 경쟁력이 강한지, 누가 정권을 이 대표에게 내주지 않을 사람인지 생각해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