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원, 지난 4일 尹탄핵심판 증인 출석해 '체포조 명단' 언급…"원장 공관서 여인형과 통화 후 메모"
'체포조 명단' 메모에 적힌 인사 인원수 변동 및 메모 작성 장소 혼동에 증언 관련 신빙성 문제 제기
국민의힘 "홍장원 거짓말에 전국민 속아…핵심부분서 진술 계속 바뀌고 사실과 다른 부분 드러나"
尹 "홍장원, 저와 통화한 걸 대통령 체포 지시와 연결해 내란·탄핵 공작…격려 차원에서 전화한 것"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인 체포를 지시했다고 주장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제시했던 '체포조 명단' 메모를 두고 진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메모 속 체포 대상자 인원수가 달라지고, 당시 메모를 작성한 장소를 혼동하면서 홍 전 차장 증언에 신빙성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앞서 홍 전 차장은 지난 4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에서 비상계엄 당일 윤 대통령이 정치인 체포를 직접 지시했다는 증언을 내놓았다. 그는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이 선포된 직후 관련 내용을 보고하기 위해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의 공관으로 찾아간 상황에서 밤 10시 53분에 윤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10시 58분과 11시 6분에 여인형 당시 국군방첩사령관과 통화가 이어졌고 홍 전 차장은 "당시 국정원장 관사 입구에 있는 공터였기 때문에 서서 메모지에 (체포조 명단을) 적었다"고 증언했다.
해당 증언은 윤 대통령의 위법한 지시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근거로 꼽혔지만, 조태용 국정원장은 13일 열린 8차 변론에서 홍 전 차장과 어긋나는 진술을 하면서 메모와 진술의 신빙성을 흔들었다. 조 원장은 '체포조 명단' 메모는 총 네 종류가 있으며, 메모 작성 시간에 홍 전 차장은 원장 공관 앞이 아닌 국정원 청사 사무실에 있었다며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홍 전 차장의 메모는 총 4가지 종류가 있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으면서 홍 전 차장 본인이 작성한 포스트잇 메모 ▲보좌관이 정서한 메모 ▲홍 전 차장의 요구에 보좌관이 기억에 의존해 작성한 메모 ▲ 가필한 메모 등이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20일 홍 전 차장의 진술이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공세를 폈다. 이들은 "홍 전 차장의 거짓말에 전국민이 속았다"며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와 내란몰이가 애초부터 한 사람의 거짓말로 시작됐음이 드러나고 있다"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홍 전 차장의 진술은 핵심적인 부분에서 계속 바뀌어왔다"면서 "바뀐 진술조차 사실과 다른 부분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의심은 더 커져만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홍 전 차장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의 핵심 증거인 '체포명단' 작성 과정에 대해 여러차례 진술을 번복했지만, 이마저도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이번에 국정원 CCTV 기록을 통해 확인됐다"며 "이미 많은 국민께서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홍 전 차장은 같은날 오후 윤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기일에서 '체포조 명단'을 메모로 남긴 경위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비상계엄이 해제된 이후이지만 방첩사에서 비상계엄 기간에 왜 이런 사람들을 체포하려고 했는지 궁금증이 있었다"며 "명단에 관심을 가져봐야겠다고 해서 나름대로 메모해서 이름을 잊지 않기 위해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좌관에게 정서시킨 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혼자 썼다면 누가 믿었겠느냐"라며 "정보기관 특성상 뭘 들으면 메모하거나 기록하는 게 습관"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체포조 명단 인원수가 14, 16 등 여러개가 적힌 것에 대해서는 "처음 들을 때 12명의 명단을 정확히 기억했고, 2명은 들었는데 잘 기억은 못했다. 한두명이 더 있었던 것 같아서 16명으로 적었다"고 해명했다. 메모 작성 장소를 혼동한 이유에 대해서는 "원장 관저는 사무실에서 3분 거리에 떨어져 있다"며 "어차피 통화 내역으로 시간은 확인되고, 사무실에서 관저까지 그 짧은 거리에서 통화가 이뤄졌다면 장소가 어디였더라도 크게 논란이 안 되지 않느냐"라고 맞섰다.
이에 윤 대통령은 홍 전 차장의 신문 직후 발언 기회를 얻어 "저와 통화한 걸 가지고 대통령의 체포 지시라는 것과 연결해서 내란과 탄핵 공작을 했다는 게 문제"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이어 홍 전 차장이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의 체포 지원 요청을 받을 당시 '미친 X인가'라고 생각했다는 진술도 인용했다. 윤 대통령은 "뭘 잘 모르는 사람의 부탁을 받아서 '에이, 미친X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네'라고 생각했다면서 메모를 만들어서 갖고 있다가 12월 5일 사표 내고, 6일에 해임되니까 대통령의 체포 지시라고 엮어낸 게 이 메모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홍 전 차장에게) 격려 차원에서 전화한 것"이라며 "'홍 차장이 여인형 사령관하고 육사 선후배잖아'라고 말한 게 제일 중요한 얘기인데, 아까 그 얘기를 못 들었다고 거짓말하지 않느냐"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간첩을 많이 잡아넣기 위해서 정보를 경찰만 주지 말고 방첩사에도 주고 지원하라고 한 얘기를 목적어 없는 체포 지시로 (만들었다)"며 "이걸 엮어서 대통령의 체포지시로 만들어냈다는 게 핵심"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홍 전 차장은 1964년생으로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으며 이후 보스턴대학교 대학원, 런던대학교 대학원에서 각각 국제관계학, 전쟁학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1987년 대학 졸업과 동시에 육군 보병 소위로 임관해 임관 5년 차인 1992년 대위로 전역한 뒤 국가안전기획부로 적을 옮겼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장 비서실장을 끝으로 퇴직한 뒤 현 정부 들어 국정원장 대북특보로 임명된 후 국정원 2인자인 1차장으로 복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