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난데 없는 더불어민주당 '정체성' 논란
이재명 "우리가 진보정권 아니다"선언했지만
논란 지속엔 "좌우·네편내편 가릴 것 없다"
'유연함과 오락가락은 천지차이' 함의는 무엇
이재명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을 '중도보수당'이라고 규정한 이후 정치권 후폭풍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과 맞물려 국민의힘을 '극우내란당'이라 지칭하며 외연확장의 어려움을 꼬집고, 비상계엄을 고리로 국민의힘이 헌정질서를 부정하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개념에 그친다면 모르겠다. 하지만 아예 데모크라틱(Democratic)이란 의미 자체를 두고 혼선을 빚게 되는 나날들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조기 대선 현실화 가능성에 따라 중도층을 겨냥한 각종 전략들을 짜는 것이야 정당으로서야 당연한 행보라고 해도, 당의 '정체성 훼손' 논란까지 불거지도록 한 점이 의아할 따름이다.
난데없는 '중도보수'선언이다 보니, 당 내부에서도 여러 의견이 교차하는 등 잡음이 그치지 않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마치 당의 일극체제에 대한 방증이듯, 이 대표의 중도보수 선언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섞여 분출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이 대표가 중도보수 지향적인 행보만을 보이고 있는 것도 아니다. 기존 지지층 앞에서는 이를 '오해'라고 공개 해명하는 등 '좌·우클릭'을 동시에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2일 이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입장문은 많은 함의를 품은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전국민 25만원 지원금'과 관련 '오락가락'이라고 지적한 한 언론보도 기사를 게시하면서, 오류를 시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입장 가운데는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결정을 위해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는 게 오락가락은 아니다"며 "대화와 토론, 타협과 조정을 해야 하는 정치에서 옹고집은 유연함보다 문제다. 유연함과 오락가락은 종이한장 차이 같지만 천지차이일 수도 있다"는 문구도 포함됐다. 뿐만 아니라 "진짜 보수를 위해서라도 먼저 국민의힘당의 극우반동행태에 경종부터 울려주기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진짜 보수를 위해서라도. 결국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가고자 하는, 그 민주당이 지향하는 바는 '진짜 보수가 아닌, 가짜보수'란 의미로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들어 정치권 내 너무 많은 것들이 모호하다. 명확한 판단을 위해선 이 대표의 발언들을 다시 복기하고 뒤적여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 취재 현장에서는 과거보다 큰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들도 들리고는 한다.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 수용 가능성을 열어놨던 것, 전국민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것과 함께 상속세 완화 방침을 동시에 꺼내는 든 것 등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나아가 이번엔 당 정체성까지. 그 범위가 계속해 확장되고 있는데 그야말로 너무나 '유연한' 상황이다.
이쯤에서 과거의 발언 몇 개만 소환해 본다.
"서민들에게 13조원, 지역화폐 발행해서 동네 골목상권 살리는 것은 안 되는데, 재정이 부족해서 그런 데 쓸 돈은 없다는데 초대기업·초자산가·초부자들 세금 깎아줄 돈은 왜 있나."(4·10 총선기간이었던 지난해 3월 30일 영등포을 지원유세)
"대규모 초부자 감세를 통해서 대체 얻은 것이 무엇이냐. 감세 혜택 보는 사람들 극소수야 즐거웠겠지만, 대체 그게 우리 사회에 기여하거나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참 암담하다."(지난해 11월 27일 고교 무상교육을 위한 현장 간담회)
"앞으로 대한민국은 민주당이 중도보수 정권으로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 우리가 진보 정권이 아니다." (18일 친야 성향 유튜브 '새날')
"자주 이야기하는데 민주당은 원래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보수."(19일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노동이 존중받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을 우리 더불어민주당이든, 저든 결코 버리지 않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주시기 바란다."(21일 민주노총 현장간담회)
"실용적 대중정당으로서 좌우나 네편내편 가릴 것 없이 국리민복에 필요한 일을 잘 해내면 된다."(23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