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시대의 반항아, 밥 딜런의 삶 [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입력 2025.02.28 14:09 수정 2025.02.28 14:09        데스크 (desk@dailian.co.kr)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

201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밥 딜런이 선정되며 큰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노벨문학상이란 문학분야에서 뛰어난 기여를 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상인데, 1901년 노벨상 시상 이래 작가보다 가수로 알려진 인물이 수상한 첫 사례가 되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밥 딜런을 시인이라 부르며 그의 노래 가사는 시적이라고 말한다. 세계 역사를 변화시킬 만큼 그의 언어와 음악은 시와 음악 간의 핵심적인 관계가 회복되도록 도왔다고 평가받는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은 한 시대를 풍미한 음유시인, 밥 딜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밥 딜런(티모시 살라메 분)은 20세가 되던 1961년, 통기타 하나만 들고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에 등장한다. 당시는 문화적 격변기로 토론하고 노래하기 위해 많은 뮤지션들이 라이브 공연 무대로 모여 들었다. 여기에서 젊은 밥 딜런은 빼어난 재능을 선보이고 이를 지켜보던 뮤지션 피트 시거(에드워드 노트 분)는 그를 뮤지션의 길로 인도한다. 자유와 평화를 담은 저항의 노래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는 1964년까지 포크 싱어로 열광적인 인기를 누린다. 하지만 1965년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에서 돌연 어쿠스틱기타 대신 일렉트릭기타를 들고 연주하기 시작하면서 로큰롤로 변절했다는 비난과 야유 속에서 축제의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영화는 막을 내린다.




영화는 밥 딜런의 초기 음악 인생에 집중하며 전기 영화의 다른 길을 택한다. 대부분의 많은 음악영화 또는 음악인을 그린 전기 영화는 그들의 고난과 역경, 그것을 딛고 예술을 잉태하기까지의 험난한 과정을 다루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은 제목에서 의미하는 바와 같이, 밥 딜런의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삶의 한 부분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1961년 데뷔 때부터 1965년 음악인으로서 변화를 맞이한 시기를 영화의 배경으로 삼는다. 1961년 20세였던 밥 딜런은 청춘 스타이자 포크 싱어로서 절정의 인기를 구가한 때였고 1965년은 밥 딜런이 변화를 선포한 원년이다. 일반적인 전기 영화라면 로큰롤 가수로 변절하면서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뮤지션의 모습을 다루겠지만, 영화는 2시간 20분의 러닝타임 동안 데뷔 초기 대중의 인기를 얻게 되면서 스타가 되고, 뮤지션으로서 자신의 길을 선택하는 것까지만 보여주며 기존의 전기 영화의 경향에서 비켜선다.


혁신을 추구하지 않고서는 변화할 수 없음을 알려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존의 사고나 체계를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고 적응하며 살아간다. 이것을 깨는 사람들은 혁명가나 예술가라고 하는 사람들 뿐이다. 고정된 틀을 깨고 벗어날 때, 자신만의 새로운 길 또는 변화를 이뤄낼 수 있다. 밥 딜런이 데뷔한 이후 5년간은 사회적으로 격변의 시기였다. 1960년 베트남전이 시작되었고 1962년에는 미국과 소련이 쿠바 미사일 위기로 핵전쟁 직전까지 치달았다. 이러한 시대적 혼란 속에서 밥 딜런은 사회적 변화를 노래했다. 그러나 1965년 밥 딜런은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에서 보수적인 포크 음악계에 반기를 들고 일렉트릭기타를 집어든다.


그의 반항적 태도와 혁신적 정신에 대중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보수적인 포크 음악계를 뒤흔들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며 결국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하는 전설이 되었다. 대중이 원하는 안전한 삶을 택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다면 지금의 밥 딜런은 없었을 것이다. 혁신을 추구하지 않고 고정관념에 범위를 제한했다면 삶을 원하는 방향대로 살아갈 수 없음을 영화는 위대한 예술가 밥 딜런을 통해 전해준다.



시대의 특징이 스며든, 뜨겁고 눈부신 배우들의 열연 또한 돋보인다. 특히 밥 딜런의 배역을 완벽히 소화한 티모시 살라메는 한 시대의 반항아이자, 위대한 예술가의 이미지를 있는 그대로 묘사해 완벽한 싱크율을 자랑했다. 5년 동안 밥 딜런을 연구하며 준비한 결과 말투와 자세는 물론 표정과 버릇, 걸음걸이까지 모든 디테일을 파악해 또 한 번의 인생 연기를 펼쳐보였다. 더욱이 가슴으로 울려 퍼지는 목소리와 창법을 연구해 실제 라이브로 노래하고 하모니카까지 연주해 보이는 열정을 보였다. 아카데미의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배우조합상(SAG)에서 쟁쟁한 배우들을 물리치고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또한 실존하는 뮤지션 피트 시거 역을 맡은 에드워드 노튼, 밥 딜런의 뮤즈 역을 맡은 엘르 패닝의 연기도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데 한 몫을 했다.


우리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과학기술 진화로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으며 문화 및 예술의 유행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우리의 삶은 크게 달라질 것이 전망된다. 이렇게 급변하는 환경하에서는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은 한 예술가의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정신을 통해, 앞으로 우리가 변화의 시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그 지혜를 넌지시 전하고 있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