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은 쌀쌀한 날씨에도 2만5000여 관중 앞에서 투지를 불태웠지만, 수준 이하의 잔디 위에서 끝내 골은 터지지 않았다.
FC서울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킥오프한 ‘하나은행 K리그1 2025’ 3라운드에서 김천상무를 상대로 활발한 공격을 펼쳤지만 0-0 무승부에 그쳤다.
10개 이상의 슈팅을 퍼붓고도 득점이 터지지 않자 서울 김기동 감독은 후반 36분 새로 영입한 '루마니아 리그 득점왕' 둑스(크로아티아)까지 투입해 공세의 수위를 높였지만, 끝내 골은 터지지 않았다.
두 팀 모두 나란히 1승1무1패가 된 가운데 서울은 9위, 김천은 7위에 각각 자리했다.
4만여 관중이 찾았던 직전 홈 경기에서 안양FC를 꺾은 서울은 홈에서 2연승을 노렸지만, 1골도 넣지 못하고 비겼다. 쌀쌀한 날씨에도 경기장을 찾아 뜨거운 응원을 펼쳤던 팬들은 아쉬움을 삼켰다. 잔디를 보며 고개를 갸웃한 선수들도 한숨을 쉬며 한참 동안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했다.
결과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라운드 환경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컸던 한판이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잔디가 경기를 지배했다”며 혀를 찼다.
영하의 체감 온도 속에 그라운드 잔디는 푹푹 파일 정도로 엉망이었다. 경기 전 김천 정정용 감독은 “잔디 상태가 많이 아쉽다. 많이 미끄럽고 긁힌 상태다. 좋은 경기력을 위해서는 잔디 상태도 좋아야 하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추운 겨울철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상태는 더 좋지 않았다.
김기동 감독도 “이런 상태라면 선수들이 크게 다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제시 린가드는 전반 25분 중원에서 김천 진영으로 돌파하다가 뜬 잔디에 걸려 넘어졌다. 발목 통증을 호소하는 린가드를 지켜보는 김기동 감독이나 선수들, 팬들 모두 걱정이 컸다. 린가드는 다행히 일어났지만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이후에도 린가드는 한 차례 더 잔디로 인해 넘어져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후반에는 기성용이 드리블 과정에서 고르지 못한 잔디 탓에 결정적 찬스를 놓치기도 했다. 중원에서의 정교한 패스 플레이, 빌드업을 위한 세밀한 플레이 등은 잔디 상태 탓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경기를 치를수록 움푹 파인 잔디는 더 잘 드러났다. 일부 선수들은 벗겨진 잔디를 발로 밟으며 ‘셀프 보수(?)’하기도 했다. 부상 위험은 물론 경기력 면에서도 손실이 이만저만 아니다.
선수들이 갈고 닦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어도 한껏 보여줄 수 없는 환경이었다. 잔디 상태로 인한 부상을 신경 쓰다 보니 선수들도 기량을 다 발휘하지 못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도 잔디를 많이 의식했다. (불규칙한 잔디 상태로 인한)실수도 나올 수 있으니 공격적인 플레이를 할 수 없었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4연임에 성공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아시안컵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축구장 중 하나인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만 놓고 보면 실현 불가능한 공약으로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