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이던 인디신...활성화 위한 변화 필요"
"BTS RM이 꼽은 꿈의 무대...소극장하길 잘했다 싶어"
“성공한 뮤지션이 고향(소극장)으로 돌아와서 공연하는 것이 쉽지 않잖아요. 그럼에도 YB는 여전히 롤링홀 무대에 서고 있습니다.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늘 고맙죠.”
‘홍대 인디신의 성지’로 통하는 롤링홀이 올해로 돌을 맞았다. 1995년 서울 신촌 롤링스톤즈로 출발해 2004년 지금의 ‘롤링홀’로 이름을 바꾸고 합정과 상수 사이로 확장 이전했다. 홍대 라이브 공연 문화를 만들어 온 곳 중 하나다. 김천성 대표는 1997년부터 형인 김영만 전 대표가 오픈했던 이곳을 인수해 운영해 왔다.
“힘들 때마다 뮤지션들과 함께 했던 기억, 음악에 대한 저의 진심을 믿었기 때문에 30년을 버틸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했던 모든 공연을 다 기억하고, 그 기억들이 모두 소중하게 자리 잡고 있죠.”
30년간 롤링홀은 YB, 크라잉넛, 노브레인 등 수많은 밴드를 배출했다. 잔나비, 실리카겔 등 유명 밴드는 물론 최근 케이팝 신에 밴드 붐을 일으킨 주역 데이식스도 데뷔 초 이곳에서 약 2년간 무대에 올랐다. 2022년 12월엔 방탄소년단(BTS) RM이 롤링홀에서 소극장 콘서트 ‘RM 라이브 인 서울’을 개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개런티나 스케줄에 의해 움직이는 정형화되어 있는 공연이 아닌, 함께 공연하는 아티스트가 성장하는 것을 보는 것에 자부심을 느껴요. 신인 때 이곳에서 공연했던 데이식스가 고척돔을 매진시키고, 스타디움에서 공연해야 하는 뮤지션인 RM이 롤링홀 무대에 서면서 이곳을 ‘꿈의 무대’라고 꼽았다는 것이 참 고맙더라고요. ‘소극장 하길 잘했다’ 싶은 순간들이죠(웃음).”
케이팝(K-POP)의 규모가 커지면서 전용 극장의 부재에 대한 지적이 쏟아지고 있지만, 라이브클럽이나 소극장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경우는 드문 것이 현실이다. 코로나 시기 홍대의 대표적인 소규모 공연장이었던 브이홀을 비롯해 인디라이브클럽의 상징인 DGBD(구 드럭), 500석 규모의 무브홀 등 오랜 기간 자리를 지켜온 공연장이 잇따라 문을 닫았다.
“15~20여년 운영되던 공연장이 문을 닫는 걸 현장에서 지켜보는 것이 조금 힘들었습니다. 소극장을 운영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이죠. 그분들도 굉장한 용기를 가지고 시작했을 텐데…. 단순히 ‘시간’적으로 오래 운영해서라기보다, 그 시간이 쌓여서 이 신에선 보이지 않는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라이브클럽이나, 소극장은 아티스트들의 뿌리와도 같은 공간입니다. 기초가 튼튼해야 오래 갈 수 있듯, 시작이 되는 소극장의 문화와 그 문화가 탄생하는 공간을 보존할 수 있는 장치들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김 대표는 “예전의 인디신은 낭만이 있었다”고 그리워하면서도 신의 활성화를 위해 변화하는 흐름에 적응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명 케이팝 가수들이 자신의 이름을 건 소극장 콘서트를 브랜드화해 선보이고, 대중음악에도 데이식스를 비롯해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더 로즈 등 밴드 포맷의 아이돌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지금은 인디신도 시스템화되어 있고, 월드와이드로 활동하는 가수들이 많죠. 더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이 소극장 무대에 서고, 그들로 인해 더 많은 이슈가 발생했으면 합니다. 이 신도 새로운 시도에 마음을 열어야 해요. 그래야 힘든 이 소극장, 라이브클럽 시장도 한 발짝 나아갈 수 있을 듯 합니다.”
롤링홀은 30주년을 맞아 올해 초부터 힙합, 발라드, 알앤비 등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을 라인업으로 꾸려 릴레이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노브레인, 허클베리피, 잠비나이, YB, 크라잉넛, 9와숫자들, 해서웨이, 캐치더영, 극동아시아타이거즈, 전기뱀장어, 박소은, 서울전자음악단 등이 이름을 올렸다.
“소극장, 라이브클럽은 그리고 ‘롤링홀’은 뮤지션들의 터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음악에 진심인 공간으로 계속 나아갔으면 합니다. 할 수만 있다면 조금 더 많은 사람에게 추억을 주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