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임 과기장관 "정신 안차리면 큰일나겠다" 위기감
특히 화웨이, ICT 최고권위상 '글로모' 절반 차지해
6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25'의 화두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기존 모바일 생태계를 끌던 단말기 제조사 및 이동통신사들이 앞다퉈 AI(인공지능) 관련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한 것이고, 둘째는 중국 기업들의 테크 굴기였다.
사실상 올해 MWC의 주인공은 중국 화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MWC의 공식 시상식이나 ICT 업계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글로모' 어워즈 절반을 중국이 모두 가져갔다.총 7개의 카테고리 중 4개의 카테고리에 전부 중국 업체들의 명단이 올랐다.
총 47개 상 가운데 중국 업체들이 25개를 차지했다. 대상 격으로 일컬어지는 'CTO(최고기술책임자) Choice' 분야 역시 차이나모바일과 화웨이가 가져갔다. 그에 반해 세계 최초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에 성공하며 통신 강국을 자부했던 한국은 5개 상을 받는 데 그쳤다. 그 중 SK텔레콤이 4개를 수상했다.
실제로 올해 전시회 현장에서는 중국 기업들의 압도적인 성장이 돋보였다. 그 중 주인공은 단연코 화웨이였다. 화웨이는 전시홀 한 곳을 통째로 대관해 글로벌 참가 기업 중 최대 규모 부스를 마련했다. 전체 8개 전시관 중 1개 전시관 전체를 점유했다.
화웨이의 무서운 성장은, 단순 부스 규모 외에 사업 분야에서도 읽을 수 있다. 5G, 클라우드, 디지털 전력 사업, 소프트웨어 솔루션, 통신 장비, 광통신, AI데이터센터, 모바일, 웨어러블, 스마트홈, 전장 통신 기술 등 영위하는 사업 규모가 상당하다. 특히 통신 장비 시장에서는 글로벌 1위(31%)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올해 전시에선 화웨이 외에도 아너, 차이나모바일, 샤오미 등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인 아너는 화웨이의 저가 브랜드에서 벗어나 AI에 5년 간 100억 달러(한화 약 14조)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그 일환으로 AI 로봇 브랜드 '팍시니'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중국 휴머노이드 제조사인 파시니(PAXINI)와 협업한 휴머노이드형 손 로봇을 선보였다. 관람객이 손 로봇과 함께 전시된 아너의 노트북 카메라를 향해 오른손을 이리저리 움직이자 손 로봇도 같은 동작을 실시간으로 취했다.
아너는 AI 기술도 대거 선보였다. 아너 기기에 새로 탑재된 구글 AI 에이전트 '제미나이'를 활용한 다양한 AI 기능을 선보였다. 제미나이는 삼성전자 '갤럭시S25' 시리즈에도 탑재된 소프트웨어다. 사람과 함께 오목을 두는 AI 로봇 '센서 로봇'도 전시했다. 관람객이 바둑판 위에 검은 돌을 두자, 센서 로봇은 한 수 앞을 예측하고 흰 돌로 미리 길목을 가로막았다.
중국 통신사 차이나모바일 역시 집안일을 돕는 휴머노이드 로봇 '펑치'와 반려견 로봇 '샤오리'를 공개했다. 또 샤오펑의 자율주행 플라잉카 'X2'를 선보이기도 했다.샤오미의 경우 집안 스마트홈, 모바일 및 IT 기기, 가전 제품, 전기차 'SU7 울트라'를 선보였다.
놀랍도록 거센 중국 업체들의 위력에 한국 정부 관계자와 기업들도 당혹스러움을 나타내고 있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MWC 현장을 찾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간 중국을 제치고 미국과 함께 AI G2(양대 강국)이 된다는 목표를 잡았는데, 이번에 보니 쉽지 않겠단 생각이 든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유 장관은 화웨이를 콕 집어 "하드웨어, 안테나 분야의 비약적 발전이 놀라운 수준이었다. 전시장을 나오면서 정신차리지 않으면 쉽지 않겠단 생각에 머리가 아팠다"며 "GPU를 직접 생산할 뿐 아니라 구동을 위해 엔비디아의 쿠다 같은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하는 걸 보고 미국과의 경쟁에서도 손색 없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이에 기업들이 AI를 개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컴퓨팅 자원을 지원할 계획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국내서도 다양한 기업들이 AI 모델을 열심히 만들어오고 있다. GPU를 확보해 언어모델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면 중국 딥시크 수준은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