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준 '대통령의 자격' 출판기념회 개최
홍준표 "극단 치닫는 건 정치인들 책임
현 정치인 중 '대통령 자격' 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책 읽고 나라 생각할 것"
"나라가 이렇게 양분돼 지금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는 건 참으로 정치인들 책임이다."
여권 대권 잠룡 중 한 명인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이 13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에서 열린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의 저서 '대통령의 자격' 출판기념회에서 이렇게 술회했다.
이보다 앞서 홍 시장은 "이 자리에 와보니까 옛날에 같이 정치하면서 고생한 분들을 많이 봤다. 나라가 이렇게 돼서 참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언급하면서, 홍 시장은 이번 사태에 자신을 비롯한 과거 정치인들의 잘못도 적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홍 시장을 비롯해 김부겸 전 국무총리,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부영 전 의원, 추혜선 전 의원, 이태규 전 의원 등이 자리했다.
실제로 국민들은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로 이어지는 사건을 경험하면서 정치인의 역할과 '대통령의 자격'이 무엇인가를 두고 양분돼 격렬한 갈등을 빚고 있다.
한쪽에서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엄연한 위헌·위법이며, 내란에 준하는 횡포였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이른바 '탄핵 찬성' 세력이 돼, 윤 대통령의 즉각 파면을 외치고 있다. 반대쪽엔 "윤 대통령이 오죽하면 계엄을 했겠느냐"라고 주장하며,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통치행위의 일부라고 소리치는 '탄핵 반대' 세력으로 집결한 상태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홍 시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등장한 이래 좌파-우파, 진보-보수가 갈등을 한 지 20년째"라며 "20년이 지나며 양방향으로 달린 폭주 기관차가 충돌한 게 지난 번의 계엄이고, 탄핵 사태"라고 진단했다. 국민들이 정치적인 이념을 두고 양분된 상황에서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정치인들이 국민통합에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1년에 출판한 자신의 저서 '대통령의 자격'의 개정증보판을 낸 윤 전 장관의 생각도 홍 시장과 비슷했다. 윤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의 전락을 바라보며 착잡한 마음이 컸다"며 "최근 대통령의 무자격을 모두가 목도했고, 책임져야 할 위치에 올라간 사람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워질 수 있는지를 참담하게 관람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정치적 내전이 심화되다 못해 물리적 내전까지 우려되는 시대"라며 "모두가 현행 헌법이 한계에 달했다고 하고 심지어 대통령제를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까지 나오지만, 여전히 한국은 개헌 없이 새로운 대선을 치러야 하는 이 순간이 오히려 대통령의 자격을 다시 물어야 하는 시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 시장 역시 이 같은 윤 전 장관의 주장에 동의했다. 홍 시장은 "책을 쭉 보니까 장관 말씀대로 하면 대통령 자격이 있는 사람이 현재 정치인 중에 한 사람도 없다"며 "특히 (책에) 대통령의 언어를 사용하라고 돼 있는데, 대통령이 당선 되기 전에 대통령의 언어를 사용하라고 한다면 대한민국 정치인 중에 대통령이 될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윤 전 장관은 이번 저서의 부제를 '문제는 대통령 당선 이후의 통치력이다'로 정하며 '스테이트크래프트(Statecraft·통치역량)'의 검증이 차기 대통령에게 있어 필수적인 덕목이라고 주장했다. 윤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의 스테이트크래프트는 대한민국 수립 이래 유례가 없는 것으로 혼군(昏君)이자 암군(暗君)으로 불렸던 이들과 비교해야 할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대통령이 될 사람은 우선 비전이 있어야 하고, 또 대통령이 되는 분이 공공성이란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시장은 "다음주가 되면 탄핵심판 결론이 날 것 같은데 나라가 양분된 건 참으로 정치인들 책임"이라며 "이 책을 다시 한 번 읽어 보겠다. 읽어보고 나라가 어쩌다 이렇게 왔는가를 생각해보겠다"고 화답했다.
윤 전 장관은 1997년 제4대 환경부 장관을 지내고, 지난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지휘해 승리로 이끌고 자신도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활약하는 등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존경받는 정치계의 원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