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주총 ‘이사 수 상한 설정’ 등 7개 의안 상정
핵심 안건은 ‘신규 이사 선임’…집중투표제로 표대결
“상호주 관계 형성으로 영풍 의결권 제한돼” VS “억지 주장”
경영권 향방을 가를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 개최일이 정해진 가운데 지난 1월 임시 주총 때와 같은 파행이 일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고려아연이 주총을 앞두고 다시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해 영풍 의결권이 제한된다고 주장하자 영풍·MBK파트너스는 이를 ‘억지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안건으로는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의 건’ 등 총 7개 의안을 상정하기로 했다.
먼저 ‘이사 수 19명 상한 안’에 대한 표대결이 이뤄진다. 이 안건이 가결되면, 이사회 정원이 19명으로 제한되며 집중투표제로 선출할 수 있는 이사는 최대 8명으로 조정된다. 반대로 부결된다면 이사 정원 제한이 사라지면서 ‘이사 12인 선임’ 또는 ‘이사 17인 선임’ 안건 중 하나가 표결에 부쳐진다.
이 중 핵심 안건은 ‘신규 이사 선임’으로, 양측은 이사회 과반을 차지해 경영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지분 자체만으로는 영풍·MBK가 앞서고 있으나 최근 법원 결정에 따라 집중투표제로 진행되면서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지난 7일 법원은 영풍·MBK가 제기한 고려아연 임시 주총 효력정지 가처분을 일부 인용했다. 법원은 ‘상호주 제한’을 이용해 영풍의 의결권을 방해한 것이 위법하다고 판단했으며 집중투표제 도입을 제외한 모든 결의의 효력을 정지했다. "집중투표제는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되지 않았어도 찬성률이 약 69.3%에 달해 임시 주총에서 가결됐을 가능성이 높아, 효력이 유지됐다.
법원 결정에 따라 1월 임시 주총에서 의결된 이사 수 상한 19명 설정과 이사 후보자 7명 선임 안건의 효력이 정지됐다. 이에 따라 이번 정기 주총에서는 해당 안건을 포함한 7개의 안건이 다시 상정되며, 주주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집중투표제는 다수의 이사를 선임할 때, 주주가 선임할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가지고 특정 후보에게 몰아주거나 나눠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최다 득표자가 선임되는 방식으로, 소액주주의 영향력이 커지는 특징이 있다. 즉,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어 소액주주의 영향력이 커지는 제도이기에 상대적으로 지분율이 낮은 고려아연 측이 유리해질 수 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영풍·MBK가 40.97%,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우호지분을 포함해 34.35%로 보고 있다. 다만 최근 최 회장의 우호세력으로 분류되는 현대자동차그룹의 김우주 전무가 고려아연 이사직 사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 현대차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중립적인 입장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김 전무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이후 이사회에 여러 차례 불참한 바 있다. 현재 현대차의 고려아연 지분은 5.05%로, 현대차가 중립 입장을 지킨다면 최 회장 측 지분은 34.35%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고려아연 지분 25.42%를 보유한 영풍의 의결권 제한 여부가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고려아연은 지난 12일 호주 자회사이자 주식회사인 썬메탈홀딩스(SMH)가 썬메탈코퍼레이션(SMC)이 보유한 영풍 지분 10.3%를 현물 배당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과 영풍 사이에 상호주 관계가 형성돼 영풍의 의결권이 다시 제한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법원이 SMC가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이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자 주식회사인 SMC에 지분을 넘긴 것이다.
이에 영풍·MBK는 최 회장의 영풍 의결권 제한 주장이 법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영풍과 SMH는 단 한 순간도 상호주 관계였던 적이 없으며, SMH가 영풍 주식을 취득한 시점에는 영풍이 고려아연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상법 제369조 제3항을 적용해 의결권을 제한하려는 시도는 근거 없는 억지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지난 1월 임시 주총과 마찬가지로 이번 정기 주총도 파행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