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인근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한 의대생 최모(25)씨가 동성애자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최씨가 '정자 기증'을 한 정황도 포착됐는데, 범죄심리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행동이 자기애와 우월감에서 비롯됐으며, 범행 동기가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1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강남 의대생 살인사건의 전말이 공개됐다.
최씨는 지난해 5월 연인 관계이던 여성 A씨를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으로 데려가 흉기로 잔혹하게 살해했다. 최씨는 2018년 수능 만점자 중 한 명으로 사건 당시 명문대 의대 본과 4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최씨는 중학교 동창인 A씨에게 먼저 연락해 접근했고, 지난해 2월부터 교제를 시작했다. 교제 53일 만에 A씨 부모 몰래 혼인신고를 강행하기도 했다. 이를 알게 된 A씨의 부모가 혼인무효 소송을 진행하고 A씨가 이별을 통보하자 격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최씨가 A씨 집안의 재력을 노려, 서울에서 개인 병원을 개원하려는 목적으로 연락을 취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의 친구는 "내가 느끼기론 A씨가 속은 것 같다"라며 "최씨가 처음부터 A씨 집안의 재산을 이용해 서울에서 피부과를 개원하려는 목적으로 접근했다"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 역시 고인이 남긴 흔적들에는 최씨의 의도가 보인다며 "최씨는 피해자를 자신의 입신양명 발판으로 삼으려 했고 심지어 동의 없이 임신시키려는 흔적도 있다. 굉장히 계산적인 만남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작진은 최씨가 동성과 즉석 만남을 가져왔다는 점을 밝혀냈다. 최씨가 A씨와 교제를 시작하던 무렵, 동성애 커뮤니티 등에서 이름이 알려진 특정 찜질방과 목욕탕에서 즉석 만남을 가진 기록이 확인됐다.
당시 최씨와 관계를 가졌던 한 남성은 제작진과의 만남에서 "그때 SM 플레이(가학적 성행위)를 할 사람을 구한다는 글이 몇 개월에 걸쳐서 주기적으로 올라왔다"라며 해당 글을 보고 최씨와 만났다고 밝혔다.
남성은 "최씨와 만나고 계좌번호를 전달받았다. 모텔비를 더치페이 하기 위함이었다"면서 최씨의 계좌로부터 송금받은 내역을 공개하기도 했다.
최씨는 두 차례 정자 기증을 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광민 전문의는 이에 대해 "수능 만점 이후에 자기애가 고양되다 보니 '자신의 유전자는 정말 대단한 유전자구나'라고 착각해 버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씨는 구치소에서 제작진에 보낸 편지를 통해 "저는 양성애적 성적 지향을 지닌 사람으로, 피해자와 연인이 되는 데 문제가 없었다"라며 "제 성향과 정체성, 과거 경험에 대해 피해자에게 솔직하게 말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1심에서 징역 26년을 선고받은 최씨는 2심에서 감형을 주장하고 있다.
최씨 측 변호인은 12일 서울고법 형사7부(이재권 박주영 송미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2심 첫 공판에서 "피고인의 성격적 특성, 범행 전모, 정황 등이 충분히 조사되지 않아 양형을 다시 판단해달라는 취지에서 양형 부당으로 항소했다"라고 밝혔다.
최씨는 재판부에 반성문과 사죄 편지 등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1심 첫 공판에서 최씨 측은 심신장애를 주장했지만, 정신감정 결과 심신장애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20일 "살해 고의는 확정적으로 보이고, 범행 방법도 잔혹하고 비난 가능성이 높다"라며 징역 26년을 선고했다. 다만 검찰의 전자장치 부착 명령, 보호관찰 요청에 대해서는 기각했다.
판결에 대해 최씨와 검찰 양측 모두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