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관객수 14만 4151명…박스오피스 3위
영국 아카데미 작품상
영화 '콘클라베'가 개봉 9일 만에 10만 관객을 돌파한 후, 현재 누적 관객수 14만 명을 기록하며 '존 오브 인터레스트', '서브스턴스'에 이어 외화 예술영화의 선전을 보여주고 있다.
로버트 해리스의 동명 원작 소설을 각색한 이 영화는 교황이 선종한 뒤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비밀 투표 과정인 '콘클라베'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정치 스릴러다.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긴박한 설전, 배우들의 밀도 높은 연기, 강렬한 음악과 정교한 편집이 어우러져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포함한 총 8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으며, 최종적으로 각색상 부문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앞서 열린 제78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작품상을 비롯해 네 개 부문의 트로피를 거머쥔 바 있다.
'콘클라베'는 로마 가톨릭 교회에서 교황을 선출하는 선거 제도를 뜻한다. 교황이 세상을 떠나면 선거권을 가진 추기경단이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 모여 비밀회의를 통해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데, 인원 중 3분의 2 이상이 동의할 때까지 무기한 이어진다.
외부에서는 하루 두 번 성당의 굴뚝을 통해 투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결정되지 않았을 때는 검은 연기가, 새 교황이 선출되었을 때는 흰 연기가 피어오른다.
바티칸 안에서 외부와 단절된 채 진행되는 새 교황 투표 속에서, 추기경들은 은밀한 거래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자질을 의심한다. 이 투표에는 신앙심보다 인간의 본성과 야심이 깊이 얽혀 있으며, 추기경들의 권력과 신념이 끊임없이 충돌하는 모습은 한국 사회에도 친숙한 풍경이다.
교황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거래는 선거철의 정치적 공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념과 진영 논리에 따라 극명하게 대립하는 정치인들, 공정성을 내세우지만 결국 자신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리는 권력자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신념을 지키려는 소수가 존재해 왔다.
이는 지도자를 선출하는 방식이 다를 뿐, 권력의 본질적인 속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특히, 영화 속에서 3일차에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자 추기경들이 교회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하는 장면은, 한국 국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두고 지연되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바라보는 심정과도 유사하다는 인상을 준다.
2024년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국회에 의해 해제된 사건 이후, 야권 주도로 탄핵소추가 발의되었고 12월 14일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서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절차가 시작됐지만, 결정이 길어질수록 국민들의 불안과 정치적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콘클라베'는 종교가 아닌 정치 스릴러의 외피를 쓰고, 권력과 신념의 관계를 되묻고, 종교적 시스템 속에서도 인간적인 욕망과 계산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날카롭게 보여주며 질문을 던진다.
로렌스(랄프 파인즈 분) 추기경이 강조한 "확신은 포용의 강력한 적"이라는 말처럼, 지도자는 물론 국민 모두 끊임없는 의심과 검증 속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신념이 강할수록 배제와 독선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며, 이는 곧 사회를 분열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영화는 지도자의 역할은 확신과 유연함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며, 투표자 역시 무조건적인 신념보다 비판적 사고를 통해 사회를 바라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품고 있다. 이러한 태도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실천할 것인지는 각자의 몫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