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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민감국가, 정치불안이 빌미…제외 쉽지 않아 길어질 수도"


입력 2025.03.17 14:31 수정 2025.03.17 14:35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美 DOE, '민감국가' 지정…韓 뒤늦게 '허둥지둥'

올라간지 두 달째 몰라…'한미외교 혹한기' 방증

당장 4월부터 원자력·AI 등 첨단기술 협력 제한

깜깜 정보력 비판 이어질듯…崔 "적극 협의하라"

미국 에너지부 ⓒ연합뉴스

미국이 한국을 에너지 안보상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SCL)'에 포함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정치·외교적으로 상당한 파장이 예고된다.


민감국가 지정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정부는 실제 발효 전까지 한국을 제외하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민감국가 명단에서 제외할 실효성 있는 카드가 없는 상태라고 평가했다.


만약 철회가 불발될 시 원자력, 인공지능(AI) 등 협력 등 양국 첨단기술 협력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美 민감국가 지정 '후폭풍'…정부, 뒤늦게 파악

미국 정부는 지난 14일(현지시간) 한국이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에 들어있다고 한국 언론을 통해 확인했다.


미 에너지부(DOE)는 "이들(SCL 국가)과 미국 간 기술 협력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상호 방문과 협력은 사전 내부 검토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한국과의 양자 간 과학·기술 협력에 대한 새로운 제한은 없다"며 "DOE는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상호 이익을 증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미국 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현 행정부가 출범하기 직전인 올해 초에 이전 정부인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2022년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대통령실

DOE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미 당국은 현재 SCL에 25개국을 포함해 놓고 있는데, 북한과 중국·러시아 등 미국이 적대국가로 규정한 나라들이 대다수다. 한국은 올해 초 26번째 나라로 추가 지정됐다.


통상적으로 DOE는 국가·경제 안보 위협과 핵 비확산, 지역 불안정, 테러리즘 등을 이유로 SCL을 지정하는데, 한국을 포함한 이유는 공개하지 않았다.


SCL에 오른 것은 한국으로선 달가운 상황이 아니다. 목록에 오른 것 자체로 미국과의 협력 기회가 축소할 가능성이 있고, 국제사회에서 부정적 인식이 광범위하게 확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 외교 당국으로선 트럼프 행정부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다음 달 15일 SCL 대상 국가에 대한 각종 제한이라는 불이익이 발효되기 전 한국을 목록에서 제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남게 됐다.


이른바 '늑장 대응'이라는 평가를 받는 정부의 "노력하겠다"는 입장은 당분간 비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지난 16일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으며 미 정부 관계 기관들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며 "한미간 에너지, 과학기술 협력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적극 교섭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외교부는 관련 동향을 인지하고 미 국무부와 DOE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월 민감국가로 이미 결정된 만큼 양측 간 외교 소통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현안간담회를 주재하고 "미 에너지부의 민감국가 포함 사안에 대해서는 관계 기관들이 미국 측에 적극 설명해 한미 간 과학기술 및 에너지 협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달라"며 "특히 산업부 장관이 금주 중 미 에너지부 장관을 만나 적극 협의해달라"고 밝혔다.


한편 외교 당국은 이달 초까지 한국이 민감국가에 지정됐다는 소문이 있다는 국내 언론 보도가 있기까지 이같은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탄핵정국 속 발목 잡힌 외교력…민감국가 길어질듯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한국을 '민감 국가 리스트'에 추가한 것을 두고 여야가 서로에게 책임이 있다며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외교 협력뿐만 아니라 첨단 기술 협력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분석했다.


정보 시스템 전문가인 문송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DOE가 12·3 비상계엄만으로 민감국가 조치를 내렸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국가적인 불안성과 불투명한 정치 일정 등이 빌미가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교수는 "이같은 지정을 막기 위해 여야가 논평을 내고 대립하기보다는 서로 힘을 모아 총력을 기울일 때"라며 "정치적 불안정성을 걷어내는 것이 먼저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이 강력한 규제에 묶일 가능성도 있다"며 "한미동맹 관계가 철저히 확고하게 돼 있음에도 이같은 지정이 나왔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특히 "연구와 수출 등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제조나 원자력 등 주요 기술 상당수가 DOE 협조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라 자칫하면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의 민감국가 지정은 적지 않은 시간 동안 꾸준히 관찰한 결과"라며 "민감 국가 분류 목록은 사실상 거의 내부 문건에 가까운 수준이지만, 외교부에서 관련 내용을 조금이라도 파악하지 못한 것은 비판받을 일"이라고 했다.


민감국가 지정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에 대해 묻자 박 교수는 "정부가 미 에너지부를 찾아 미국 측 입장을 확인하고, 목록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해도 이미 지정된 것이기에 제외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민감국가로 지정된 후 상당 기간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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