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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삼성人②] 기술·품질·근성이 힘…"과감한 혁신·새로운 도전, 절실"


입력 2025.03.18 15:44 수정 2025.03.18 22:05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DX 부문 제품 품질, 삼성 이름 걸맞지 않아"

재계 안팎의 '삼성 위기론' 인정하며 정면돌파

19일 주총서 한종희 부회장 메시지에 관심 집중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실상 '삼성 위기론'을 인정하며, 경영진의 반성을 요구하는 강도 높은 메시지를 냈다. 재계 안팎에선 제기돼 온 위기론에 정면 돌파하며 고강도 쇄신을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최근 삼성 전 계열사 임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 영상 메시지에서 각 주요 사업부를 일일이 짚어가며 질책했다. 삼성 그룹의 중추인 반도체는 물론, TV·스마트폰·가전 등을 포괄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에 대한 질책도 쏟아냈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는 과연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과감한 혁신이나 새로운 도전은 찾아볼 수 없고 판을 바꾸려는 노력보다는 현상 유지에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사즉생(死卽生·죽기로 마음 먹으면 산다는 뜻)의 각오로 과감히 행동할 때"라며 위기의식을 전파하는 데 더해 강한 혁신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TV·스마트폰·가전 등을 담당하는 DX 부문의 현 상황을 강하게 질책했다. 이 회장은 "디바이스경험 부문은 제품의 품질이 (삼성 이름에)걸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감한 혁신이나 새로운 도전은 찾아볼 수 없고, 판을 바꾸려는 노력보다는 현상 유지에 급급하다"고 지적하며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문제가 무엇인지 철저히 파헤치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 회장이 강도 높은 질책성 메시지를 낸 것은 반도체는 물론 TV·스마트폰·가전 등 줄곧 세계 1위 자리를 지켜온 삼성의 경쟁력이 점차 악화하면서다. 스마트폰 부문은 매출 기준 세계 1위 애플과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데다 TV, 가전 등은 중국 TCL, 하이센스, LG전자 등과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으로부터 거센 도전에 직면한 TV와 스마트폰 등 주력사업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하락세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TV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23년 30.1%에서 지난해 28.3%로 하락했고, 같은 기간 스마트폰의 경우 19.7%에서 18.3%로 떨어졌다.


중국의 저가 정책의 영향이 가장 크겠지만,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가전 프리미엄 제품을 제외한 중저가 모델의 경우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 등을 채택하며 제품의 품질 경쟁력이 하락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생산 능력 확보와 비용 절감이라는 이점도 있지만, 경쟁사에 비해 '질이 떨어진다'는 브랜드 인지도 저하를 야기할 수 있다. 일각에선 중국산과의 차이가 점차 없어진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이 회장이 가전 부문의 품질을 지적한 만큼 이에 대한 해결책이 자체적으로 제시돼야 하는 상황이다.


디스플레이(DSC)의 경우 스마트폰 패널 점유율은 지난해 41.3%로 2022년 56.7%, 2023년 50.1%에서 첫 40%대로 추락했다. 삼성전자에서 전장·오디오를 담당하는 하만 역시 주력 상품인 디지털 콕핏 점유율이 2022년 17.9%에서 2023년 16.5%, 2024년 12.5%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삼성이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에게 전달한 크리스탈 패.ⓒ연합뉴스

이재용 회장이 '사즉생' 정신을 강조하며 의지를 다진 만큼, 삼성전자는 위기 극복을 위한 타개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는 삼성전자 DX 부문이 AI에 기반한 해결책으로 재차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분석한다. 이미 사업보고서를 통해서도 AI와 기술력으로 위기를 돌파하겠다고 밝혔다.


DX부문을 이끄는 한종희 부회장은 지난해 9월 "인공지능(AI)을 기기마다 넣어 사용 편리성을 높여왔지만, 이젠 AI가 연결된 기기끼리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초개인화로 가는 상황"이라며 "AI를 통해 소비자들이 불편하고, 하기 싫고, 어려워하는 것을 해결하는 경험을 주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한 바 있다.


업계는 오는 19일 진행되는 삼성전자 주주총회를 주목한다. 이 회장이 쇄신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낸 직후 열리는 주총인 만큼, 한종희 부회장과 전영현 부회장(DS부문장) 등 주요 경영진이 청사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3월 개최된 제5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의장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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