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상공의 날 행사'서 위기 극복 해법 제시
지난해 총출동했던 주요 그룹 총수 전원 불참
정치권, 기업지원 약속…“환경 적극 개선할 것”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변화의 속도에 뒤처지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시도를 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주요 그룹 총수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상공의 날 행사는 예년보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최 회장의 발언은 경제계의 위기감을 더욱 짙게 만들었다.
최 회장은 19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제52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 인플레이션, 인공지능(AI) 기반 산업 패러다임 변화 등 복합 위기 속에서 우리가 지속해왔던 게임의 룰이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그러나 주요 그룹 총수들이 빠지면서 행사장은 다소 썰렁했다. 행사장 밖에서도 관계자들이 짧게 인사를 나눈 뒤 자리를 뜨는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해에는 윤 대통령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가 총출동했지만 올해는 주관자인 최 회장을 제외하고 모두 불참했다.
이날 대한상의 수장으로 재계 맏형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최 회장은 “한국 경제가 지금의 위기를 다시 한번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와 기업이 함께 변화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 회장은 규제 개혁, 경제 구조 전환, 기술 혁신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제시하며 제계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그는 “과거 산업화 시대에 만들어진 낡은 법과 제도는 현재 산업 패러다임에 맞지 않는다”며 “규제 완화와 제도 개혁이 절실하다”고 짚었다. 이어 “수출 주도형 모델에서 벗어나 전략적 해외 투자와 내수 활성화를 병행해야 한다”면서 “디지털 전환을 통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최 회장은 경제 성향을 MBTI 검사 방식으로 풀어낸 ‘경제 MBTI’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대한상의가 자체 개발한 경제 MBTI는 투자 성향, 시간 지향성, 경제 가치관 등을 바탕으로 16개 유형으로 구분된다.
그는 “행사에 앞서 수상자들이 경제 MBTI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도전 정신이 강하고 미래 지향적인 성향이 두드러졌다”며 “한국 경제가 위기를 기회로 바꿔온 저력을 다시 보여줄 때”라고 설명했다.
정치권도 재계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변화를 약속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 기업들이 공급망 위기와 인건비 부담, 규제 장벽까지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데 지나친 기업 규제와 반기업 정서는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라며 “대한민국을 기업 하기 좋은 나라, 혁신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업들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치적 불확실성을 신속히 제거하고 정 리더십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국정 정상화를 신속하게 이뤄내고 기업이 자유롭게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정부 차원의 지원을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해 현재의 위기 상황에 대응하겠다”며 “굳건한 한미동맹과 트럼프 1기 행정부의 경험을 토대로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며, 곧 다시 한번 미국으로 가서 우리 기업과 산업을 위해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도록 협상을 이어갈 것”이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