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 시장 과열에 가계대출 옥죄기
다주택자 신규 주담대·갭투자 전세대출 제한
디딤돌·버팀목·신생아 특례대출도 금리 인상 가능
“강력한 대출규제 가능성 시사…탁상행정 규제”
지난달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 이후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자 정부가 집값 잡기 카드로 대출을 옥죄겠다는 방침을 정하면서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이 더욱 멀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는 7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황비율(DSR) 3단계 적용을 앞둔 가운데 정부가 부동산 시장 상황과 가계대출 증가 추이에 따라 강력한 추가 대출 억제 정책을 내놓을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자금 마련을 위한 대출 문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통해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등 가계대출에 대한 금융권 차원의 자율관리 강화를 유도하겠다고 발표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서울 중심의 부동산 쪽에 투기, 갭투자, 다주택자, 외지인 등 시장을 교란시키는 대출에 대해서는 금융권이 중심이 돼 스스로 차단하는 조치를 하고 있고 이달 중 가시화될 것”며 “(금융권 자율관리가) 잘 안 되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추가적인 강력한 대출 억제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주택자의 신규 주담대나 갭 투자 관련 조건부 전세대출을 제한하는 등 금유권 자율관리 강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수도권은 지역별로 가계대출 모니터링·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자금대출 보증 책임비율을 100%에서 90%로 하향하는 것도 당초 예정됐던 7월이 아닌 5월로 2개월 앞당겨 시행하기로 했다.
수도권 주택 매매 및 전세 대출을 전방위적으로 조이겠다는 것으로 이는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크게 오르고 거래량이 크게 확대된 데 따른 조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값은 3월 둘째 주 0.20% 오르며 6주 연속 상승했으며 지난달 매매 거래량도 지난 19일 기준 5506건으로 지난해 8월(6537건) 이후 가장 많은 건수를 기록했다.
정부는 지난달 서울시에서 잠실·삼성·대치·청담동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된 이후 과열 조짐이 나타났고 기준금리도 2.75%로 0.25%포인트 하락하면서 부동산 구매 부담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연초 일부 시중은행 중심으로 대출 규제가 완화로 유동성 공급이 활발해졌단 판단이다. 실제로 가계대출 증가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1월 9000원 감소했던 가계 대출이 지난달 4조3000억원 증가했다.
오는 7월 스트레스 DSR 3단계 적용으로 대출 한도 축소를 앞두고 상반기에 매수 심리가 몰린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금리 인하기에도 연일 대출 문턱을 높이는 정책 기조로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크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정부가 은행에 자율적인 관리를 맡긴다지만 실상은 시장에 언제든 대출 규제를 강화할 수 있으니 긴장하라고 시그널을 주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집값이 크게 오르거나 하면 강력하게 대출로 규제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디딤돌·버팀목·신생아 특례 대출 등 정책 대출에 대해서도 규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책 대출 증감 추이를 모니터링 하면서 향후 수도권 주택 시장을 과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경우 대출금리를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 과열 양상을 주도한 강남권 고가 주택이 아닌 중저가 주택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대출 금리를 인상한다는 점에서 엇박자 규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서울 집값 상승을 주도한 강남3구는 정책 대출을 받아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며 “정책 대출 영향권에 있는 곳은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외곽지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탁상행정으로 규제를 내놓은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과 수요자들 상황, 규제에 따른 부작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