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 3사, 수년째 유·무선 점유율 1%p 등락 반복
안정성 치중 탈피 위해 AI와 클라우드·DC 등 수익성 제고 노려
이통 3사의 유·무선통신사업 점유율 변화가 수년째 고착화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동전화, 인터넷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성장보다는 안정성에 치중된 사업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통신 시장 정체를 극복하기 위해 이통사들은 인공지능(AI), 금융, 모빌리티 등 비(非)통신 분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보안 등 영역에서 AI와 접목해 수익성을 늘리고 기업가치 제고 효과도 노린다는 전략이다.
24일 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지난해 IR 자료에 따르면, 세 회사 모두 AI 포트폴리오 확대와 주주환원 정책 강화를 주요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통신·비통신을 아우르는 실적 확대를 통해 주주가치를 끌어올리고, 동시에 AI 기업으로의 전환 의지를 분명히 하겠다는 메시지다.
실제로 SK텔레콤은 AIX(기업의 AI 전환), AI DC(데이터센터), 에이닷 등 AI 사업 부문 매출을 지난해부터 별도 공개했다. AIX와 AI DC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32.0%, 13.1% 증가했다. KT의 AICC(챗봇 고객센터), IoT, 멀티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등을 포함한 AI·IT 매출도 11.9% 증가했다.
이는 주력 분야인 유·무선 사업과 견줘 성장세가 높다. SK텔레콤의 무선 사업과 유선(SK브로드밴드) 사업 매출은 각각 0.2%, 3.8% 늘어나는 데 그쳤고 KT의 무선 사업과 유선 사업도 1.7%, 1.1% 증가에 그쳤다.
성장세가 제한적이다보니 이들 3사의 점유율 변화도 대동소이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이동전화 점유율은 2022년 48.3%, 2024년 48.7%였다. KT는 2022년 28.5%, 2024년 28.2%였으며 LG유플러스는 23.2%, 23.1%로 각각 집계됐다.
초고속인터넷도 SK브로드밴드는 2022년이던 28.5%였던 점유율이 2024년에도 28.9%였으며 KT도 41.3%, 40.3%로 큰 변화가 없었다. LG유플러스는 21.0%, 21.7%를 나타냈다. 대부분 1%p 내외에서 점유율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통신 시장이 '고착화'됐음을 의미한다.
점유율 변화가 거의 없다는 것은 그만큼 통신 사업이 안정적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동통신, 인터넷 등은 경기 변동 영향을 적게 받는 만큼, 통신사들의 현금흐름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작년(별도 기준) KT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3조9220억원, SK텔레콤은 4조1889억원이다.
예측 가능한 수익과 안정적인 사업이라는 장점은 주주정책 강화 요구로 이어진다. 투자자들은 기다릴 수 있으니 '잘 벌어라' 보다 이익을 '잘 나눠라'에 초점을 둔다. 이통 3사가 앞다퉈 주주환원정책을 강조하는 것도 이 같은 요구를 반영한 영향이다.
SK텔레콤은 2024년부터 3년간 주주환원 규모를 '연결 기준 조정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으로 제시했고 KT는 2028년까지 누적 1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하겠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 역시 주주환원율을 40~60% 수준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그러나 벌이에 문제가 없다고 나눠주는데에만 골몰하면 신성장동력을 발굴해 기업 체질을 다변화하기 어렵다. 중장기적으로 통신 보다는 비통신 비중을 높여야 더 높은 성장·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펼 수 있다.
이통사들은 최근 AI 시대 개화로 전 산업을 막론하고 AI 투자가 집중되면서 AI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데 전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KT는 2028년까지 AI·IT 매출을 2023년 대비 3배 성장시키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AICT를 활용해 본업을 혁신하는 한편 최고 수준의 AI·클라우드 역량 확보로 실적을 개선시키겠다는 계획으로,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IT 인력 역량 고도화를 추진한 것이 대표적이다.
SK텔레콤은 작년 말 7대 사업부 중 AI 관련 부서를 4개(AIX 사업부, AI DC 사업부, 에이닷사업부, GPAA(글로벌 퍼스널 AI 에이전트 사업부)로 개편해 '돈 버는 AI'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AI 데이터센터 사업과 B2B(기업간 거래)·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고도화를 핵심으로 하는 ‘AI 피라미드 2.0’ 전략도 최근 공개했다.
LG유플러스는 자체 개발한 AI 에이전트 '익시오(ixi-O)'를 구글,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빅테크와 협력하기로 하는 등 AI 기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파주 AI DC 건설을 통해 IDC 시장 경쟁력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