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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쇳물 뽑고 통상팀 띄우고…철강업계 ‘관세 방패’ 총동원


입력 2025.03.31 14:43 수정 2025.03.31 14:44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트럼프발 상호관세 초읽기…현지 생산 정면 돌파

현대제철, 전기로 일관 제철소로 북미 수직계열화

포스코도 상공정 진출 검토…완결형 현지화 맞불

경기 평택항에 철강 제품들이 쌓여 있는 모습.ⓒ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가별 상호관세 발표가 눈앞으로 다가오자 국내 철강사들이 대응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미국 현지 생산 체제 구축과 통상 대응 조직 정비를 통해 고율 관세를 뚫고 북미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승부수를 띄웠다.


3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글로벌 무역전쟁이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관세에 이어 상호 관세 부과 국면으로 넘어가면서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과 자동차에 대한 25%의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다음 달 2일(현지시간)엔 전 세계 국가에 상호관세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미 품목별 관세를 적용받고 있는 상황에서 관세율이 ‘25%+α’로 더 높아지면 국내 기업들의 대미 수출은 더 큰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들은 ‘현지화’를 키워드로 관세 방어에 나서고 있다. 단순한 수출선 다변화를 넘어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북미 내 공급망을 장악하려는 전략이다.


대표적으로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총 58억 달러(약 7조8000억원)를 투자해 전기로 기반의 일관 제철소를 건설한다. 제선부터 압연까지 한 공장에서 처리할 수 있는 완결형 구조로, 연간 270만톤 규모의 자동차강판을 현지에서 직접 생산한다. 이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한국산 철강 무관세 수출 쿼터(263만톤)를 넘어서는 규모다.


특히 이번 제철소는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공장과 직접 연계된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과 인접한 위치에 들어서 현대차그룹의 북미 내 수직계열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투자에는 유상증자 없이 그룹 차원의 공동 자금 조달 방식이 활용된다.


포스코도 ‘완결형 현지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하공정 위주에서 벗어나 현대제철과 유사하게 쇳물부터 열연·냉연 제품까지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상공정 진출을 본격 검토 중이다. 포스코그룹은 이를 위해 최근 장인화 회장 직속 ‘글로벌통상정책팀’을 신설하고 외교부 출신 김경한 부사장을 팀장으로 선임해 통상 대응 역량도 강화했다.


장 회장은 이날 창립 57주년 기념사에서 “지금 하지 않으면 자칫 도태될 수도 있다는 위기 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미국 등 철강 고성장, 고수익 지역에서 완결형 현지 투자를 통해 의미 있는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철강 업계는 현지화 전략이 단순한 관세 회피에 그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보다 천연전력·가스 등 에너지 비용이 낮고 물류 효율성도 높아 생산원가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전기로 방식은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현대제철은 최근 철근 시황 악화와 수익성 둔화로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간 상태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전기로 제철소 투자는 관세 대응과 공급망 안정화, 원가 절감을 동시에 노린 전략이다. 현대제철의 감산과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그룹 차원의 공동 투자로 추진되는 이번 프로젝트는 생존과 전환의 성격이 짙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재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 주도의 미국 철강 합작법인(JV)을 설립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자동차강판 공급의 현지화를 통해 관세 등 불확실한 대외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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