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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트럼프 청구서와 취재일지 [기자수첩-산업]


입력 2025.04.08 07:00 수정 2025.04.08 07:01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윤석열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자정 무렵, 재계 한 관계자는 "상황이 힘들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달 전(같은 해 11월 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가 47대 미국 대통령 당선을 확정 지은 후 "정부의 힘이 어느때보다 필요하다"고 답해준 바 있다.


같은 해 12월 7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에서 의결 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의 결과가 나온 직후 통화에서는 "불확실성이 더 짙어지고 있다"며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1월 20일 두번째 임기를 시작한 트럼프는 곧바로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를 예고한 데 이어, 중국에 대한 새 관세 부과 방안 검토를 언급하며 본격적인 관세 전쟁을 선포했다.


지난 2월 10일에는 기어코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알루미늄 등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사흘 뒤 트럼프는 4월 2일부터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모 대학 교수는 "이제 전 세계 정부가 트럼프와 대화하기 위해 미국으로 날아갈 텐데, 우린 누가 가야하나"라고 우려했다. 경제 단체 한 관계자도 "누군가 나서지 않으면 한국이 결코 유리한 위치에 서 있지 못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짙어지는 사이 국내에서도 불확실성은 계속 커졌다.


한달이 조금 못된 3월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 구속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대검찰청은 즉시항고를 포기하며 석방을 지휘했고, 체포 52일 만인 3월 8일 윤 전 대통령은 제 발로 한남동 관저에 들어갔다.


이를 본 기업 관계자는 "이미 경제는 극한의 상황으로 갔다"면서 "이런 상황은 기업들의 경영 환경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4월 1일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 날짜를 4일 오전 11시로 지정했다. '5대 3 헌재 데드락' 설 등 온갖 추측이 난무하던 시간이 지나, 윤 전 대통령은 4일 오전 11시 22분 파면 결정됐다. 하지만 그 전날 미국 정부가 한국에 25%라는 높은 수준의 상호관세율을 매겼다. 정부의 부재로 비롯된 최악의 청구서였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수개월이 지난 현재 우리는 미국 경제지 포브스의 "윤석열의 이기적인 계엄령 사태로 발생한 경제적 대가는 5100만 한국 국민이 나눠서 감당해야 할 것"이라는 경고대로 모두 같은 청구서를 손에 쥐게됐다.


미·중 무역전쟁과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등 대외 불확실성에 대응하지 못한 상황에서 비상계엄으로 인한 정치 불확실성이 가중됐다 보니 그 대가는 감당키가 어려워진 수준이다.


지난 2월 한국은행은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5%로 낮췄고,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1.6%로 하향 조정하며 1%대 초반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부결된 12월 9일 코스피지수는 2360까지 하락했는데, 전날(7일) 코스피는 2328으로 마감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리스크라는 기차는 이미 출발한지 오래고, 여전히 정부의 공백 상태는 최소 2개월은 더 이어질 것"이라며 한탄했다. 또 다른 취재원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깊은 수렁에 빠진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그러나 취재원들은 한국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차차 해소될 것이란 데는 이견이 없는 듯 하다. '골든 타임'이 시작된 셈이다. 그간 전화 너머로 우려를 내비쳤던 취재원들이 차기 리더십이 들어서면 우려보단 안도의 목소리를 들려주길 기대한다.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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