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김연경 은퇴와 아본단자 감독 계약 만료로 새판짜기 불가피
차세대 에이스 가능성 보인 정윤주 성장과 수준급 외인 영입 절실
6년 만의 통합우승 기쁨도 잠시. 프로배구 흥국생명은 차기 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지난 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막을 내린 '도드람 2024-25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우승을 이끈 뒤 결별을 공식화했다.
튀르키예 리그 등 해외리그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아본단자 감독은 “다음 시즌에는 없을 확률이 높다. 마지막으로 인사를 드리고 싶다”면서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흥미로운 곳이 있다면 갈 예정이다. 내년에 한국에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탈리아 출신 아본단자 감독은 세계적인 명장으로 2022-23시즌 막판 V리그에 입성해 3시즌 만에 우승을 이뤄냈다.
유럽 여자배구 명문 구단 가운데 하나인 페네르바체 감독을 맡아 김연경과 인연을 맺고 튀르키예 여자 배구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호성적을 함께 일궈내기도 했던 아본단자 감독은 흥국생명 지휘봉을 잡은 뒤 매번 팀을 챔피언결정전에 올려놨다.
한국에서의 첫 시즌 챔피언결정전서 한국도로공사에 뼈아픈 리버스 스윕과 지난 시즌 현대건설에 시리즈 전적 3패로 완패를 당하며 체면을 구겼지만 올 시즌에는 정규리그부터 순항하며 극적으로 6년 만에 팀의 통합우승을 이끌어냈다.
단조로운 전술과 이탈리아인 특유의 다혈질적인 성향이 리스크로 부각되기도 했지만 올 시즌 차세대 주포 정윤주를 적극 기용해 주포 김연경의 부담을 줄임과 동시에 세대교체의 초석을 다졌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챔피언결정전 내내 리시브가 불안했던 정윤주를 5차전서 과감히 제외하고 김다은을 투입한 용병술도 제대로 적중했다.
V리그서 아본단자 감독과 다시 인연을 맺은 김연경은 “우리 선수들이 많이 배웠다. 한 선수, 한 선수에게 물어봐도 배구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없는 감독님이었다”며 “2년 동안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게 만들어줬고, 마무리까지 잘 돼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한국배구에 좋은 영향을 주신 분”이라고 감사함을 표했다.
아본단자 감독이 없는 다음 시즌을 위해 흥국생명은 새 사령탑 선임에 나서야 하는 중대 과제를 안게 됐다.
여기에 다음 시즌에는 주포 김연경도 없다. 포스트시즌(1045점), 챔피언결정전 득점(844점) 1위에 오른 김연경은 챔피언결정전 만장일치 MVP를 차지하며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는 팀 내 최다인 34점과 5세트 막판 환상적인 디그로 팀의 우승을 견인했다. 은퇴시즌이었지만 여전히 V리그서 김연경은 최정상급 공격수다.
아본단자 감독도 “김연경이 없었다면 정관장을 이길 수 없었을 것”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팀의 에이스이자 정신적 지주를 잃게 된 흥국생명은 다음 시즌부터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2020-21시즌 챔피언결정전에 올랐지만 김연경이 중국으로 떠난 뒤 곧바로 6위로 추락했던 전철을 반복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결국 다음 시즌에도 정상에 도전할 만한 전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차세대 에이스로서 가능성을 보여준 정윤주의 성장과 수준급 외국인 선수 영입이 더욱 절실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