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 11개 맞고도 QS’ 류현진 노련함 빛났다
컨디션 떨어지고도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 과시
땅볼 아웃 7개 유도, 더블플레이 네 차례 잡아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6·LA 다저스)이 노련함으로 자신의 떨어진 컨디션을 보완했다. 중간계투에서 동점을 내주면서 시즌 7승은 실패했지만 나름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한 모습이었다.
류현진은 13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경기에서 6이닝동안 무려 안타 11개와 볼넷 2개를 내줬지만 실점을 3점으로 막아냈다. 류현진이 기록한 11개의 피안타는 12번째 등판 만에 최다다. 데뷔전이었던 지난 4월 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경기에서 10개의 안타를 허용한 것이 가장 많은 것이었다. 이후 류현진은 단 한 번도 두 자릿수 안타를 맞은 적이 없었다.
류현진이 이처럼 안타를 많이 맞은 것은 빠른 공의 구속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고 구속이 93마일(약 151km)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빠른 공이 90~91마일(약 146~147.5km) 정도에 그쳤다. 그러다보니 체인지업이나 슬라이더, 커브의 위력도 함께 떨어졌다.
컨디션은 이전만 못했지만 류현진은 노련함으로 위기를 넘겼다. 특히 땅볼 아웃을 7개나 유도하면서 더블플레이를 네 차례나 잡아낸 것은 발군이었다.
류현진은 1회초 제라도 파라와 폴 골드슈미트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1사 1·2루 위기에 놓였지만 코디 로스를 투수 앞 땅볼 더블 플레이로 잡아내면서 이닝을 끝냈다. 2회초에도 미겔 몬테로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지만 마틴 프라도를 더블 플레이로 잡아내 투구수를 줄였다.
3회초도 더블플레이나 다름없는 장면이 나왔다. 1사후 패트릭 코빈에게 안타를 맞은 뒤 A.J. 폴락의 볼넷으로 1, 2루의 위기를 맞았지만 파라를 상대로 땅볼로 잡아냈다. 조금만 빨랐더라면 3이닝 연속 더블플레이가 나올 수도 있었다. 이후 2사 1·3루 위기에서도 골드슈미트를 2루수 앞 땅볼로 잡아내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연속 안타가 나오면서 3실점한 4회초에도 더블 플레이는 어김없이 나왔다. 로스와 몬테로, 프라도, 디디 그레고리우스에게 연속 4개의 안타를 맞으면서 2실점하면서 무사 1·3루의 위기가 계속됐다. 하지만 클리프 페닝턴을 더블 플레이로 잡아내면서 실점하긴 했지만 아웃 카운트 2개를 잡았고 대량 실점을 막아냈다. 류현진이 대량 실점했다면 5회말 LA 다저스 타선이 4점을 뽑아 상대 선발투수인 코빈을 조기 강판시킬 수 없었을 것이다.
5회초 역시 1사후 파라의 안타 이후 골드슈미트를 더블 플레이로 잡아내 한 경기에 무려 4개의 더블 플레이를 기록했다.
류현진은 5이닝까지 단 1개의 삼진도 잡아내지 못했지만 안타를 무더기로 내주고도 실점을 최소화하며 퀄리티 스타트까지 기록했다. 만약 중간 계투에서 동점을 주지 않았더라면 7승도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류현진의 이날 컨디션을 감안했을 때 승리투수는 좀 과한 욕심이었다. 류현진이 컨디션에 나쁨에도 불구하고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경기였다.
한편, 다저스는 애리조나와 연장 12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6-8로 역전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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