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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역꾸역 버틴 류현진 QS…왜 안 무너졌을까


입력 2013.06.13 15:51 수정 2013.06.15 09:32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데뷔 후 최다 피안타, 컨디션 저조

슬라이더 완벽한 장착으로 위기 극복

아쉽게 시즌 7승에 실패한 류현진. ⓒ 연합뉴스

기록만 놓고 보면 올 시즌 최악의 피칭이라 해도 할 말이 없는 경기였다. 그러나 앞으로 5년간의 청사진을 그렸다.

류현진이 13일(이하 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 메이저리그’ 애리조나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했지만 후속 투수의 실점으로 아쉽게 7승 달성에 실패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2.72에서 2.85로 소폭 상승했고, 5회에는 데뷔 첫 3루타를 작성하기도 했다.

6이닝동안 11피안타 3실점으로 부진했고, 투구수는 정확히 100개를 채운 뒤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직구 최고 구속은 93마일(약 149km)에 그쳤고, 평균 구속 역시 90~91마일에 머물렀다.

이날 류현진은 데뷔 후 최다 피안타, 최소 삼진(2개)을 기록할 정도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공의 구위가 무뎌지다 보니 정확성을 자랑하는 애리조나 타자들은 간결한 스윙으로 류현진을 괴롭혔다.

사실 출루를 허용한 타자들의 수를 감안하면 실점이 더 늘어날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현진은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과 승부처에서 어떤 공을 던져야 하는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기록은 병살을 무려 4개나 유도했다는 점이다. 앞선 12경기에서 8개를 기록 중이던 류현진은 4개나 추가하며 이 부문 내셔널리그 공동 6위로 올라섰다. 병살을 손쉽게 얻어낸 이유는 그라운드 볼의 비율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이날 류현진은 땅볼과 뜬공 비율이 7-1에 이른 것이 하이라이트였다.

이는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완벽히 연착륙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사실 류현진은 한국 무대에서 활약하던 지난해까지 플라이볼 투수로 분류됐다. 때문에 힘이 좋은 메이저리그에서 홈런 등 장타 허용으로 인해 고전할 것이라는 걱정의 목소리가 있었다.

실제로 류현진은 한화에서의 7년간 경기당 0.48홈런(190경기 92피홈런)을 허용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12경기 79.1이닝동안 류현진의 피홈런은 6개에 불과하다. 경기당 0.5개인 셈으로 한국에서 뛸 당시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유는 제3의 구질인 슬라이더가 제대로 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류현진은 평균 구속 91마일의 직구와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등 3가지 변화구를 장착하고 있다. 이들 구질의 비율은 직구가 53.5%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체인지업(22.3%), 슬라이더(13.6%), 커브(10.7%)가 고루 섞여있다.

이 가운데 가장 위력적인 구질은 주 무기인 체인지업이 아닌 오히려 슬라이더였다. ‘브룩스 베이스볼’에 따르면, 슬라이더의 피안타율은 0.170에 불과해 4개 구질 중 가장 낮았다. 또한 슬라이더를 던졌을 때 피장타율(0.234)이 가장 낮았으며, 피홈런도 유일하게 없었다.

슬라이더의 장착으로 땅볼 유도 개수도 크게 늘어났다. 우타자 몸 쪽으로 예리하게 떨어지는 그의 슬라이더는 땅볼을 이끌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현재 류현진은 시즌 초반에 비해 슬라이더의 구사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이는 앞으로 오랜 기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해야할 류현진에게 고무적인 일이다. 땅볼 투수로의 변신은 투구 수 관리에 용이하고, 수비까지 뒷받침될 경우 이번 애리조나전처럼 위기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비록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지만 좋지 않은 컨디션에도 퀄리티스타트 행진을 이어나가며 가장 강력한 3선발의 입지를 굳힌 류현진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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