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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오심’ KBO 이렇게 덮어도 되나


입력 2013.06.18 16:03 수정 2013.06.19 00:30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명백한 오심 심판에 2군행 조치 ‘징계 마무리’

명확한 징계도 재발대책도 없는 안일한 행정

박근영 심판은 명백한 아웃을 세이프로 판정했다. (MBC SPORTS+ 방송 캡처)

최악의 오심에 대한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솜방망이 징계가 야구팬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KBO는 지난 15일 잠실 LG-넥센전에서 최악의 오심을 저지른 박근영(40) 심판에 대해 2군행 조치로 징계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박근영 심판은 명백한 아웃 상황을 세이프로 판정해 승부의 흐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오심을 저질렀다. KBO는 오심을 인정하고 경기 후 심판위원회와 협의 하에 박근영 심판의 2군행을 결정했다.

조종규 심판위원장은 이튿날 피해를 입은 넥센 구단을 찾아가 염경엽 감독에게 정식으로 사과하기도 했다.

KBO 측은 스트라이크와 볼, 세이프와 아웃 판정은 심판의 고유권한이라 상벌위원회 징계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엔 너무나도 명백한 오심을 저질렀고, 2군 강등만 해도 엄중한 징계로 본다는 것이다.

2013시즌 KBO 대회 요강에는 심판의 오심에 대해 '경고와 벌금(50만 원 이하) 출장정지(10게임 이하)'를 징계로 규정하고 있다. 2군행이 곧 1군에 대한 출장정지 개념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벌금도 없고 출장정지 기한에 대한 개념도 정해지지 않았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당장 내일이라도 징계가 풀리면 1군에 다시 올라올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징계가 아니더라도 14년 경력의 베테랑 심판에게 2군행만으로도 치욕적인 것임에 분명하다. 박근영 심판 역시 개인적으로 염경엽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진심으로 사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KBO의 안이한 대처는 여전히 팬들의 보편적인 정서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게 문제다.

한 네티즌은 "노골적으로 경기를 망쳐놓고 여론이 잠잠할 때까지 2군에서 쉬다 오는 게 징계?"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 정도로 크게 이슈가 된 사건이라면, KBO 차원에서 확실한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든지 아니면 엄중한 전례라고 남겼어야하는데 융통성 없이 어물쩍 넘어가려한다"고 비판하는 의견들도 있었다.

이번 오심 사태가 남긴 가장 큰 후유증은 심판 판정에 대한 노골적 불신을 부채질했다는 점이다. 이전에도 판정에 대한 불만은 선수와 팬들 누구나 있었지만 이번 오심은 심판의 재량과 권위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마저 무너뜨렸다. 심판들도 큰 상처를 받았지만, 팬들이 입은 배신감은 더욱 크다.

개인에 대한 소극적인 징계로 끝날 문제는 아니다. 비슷한 사례가 재발되거나 혹은 누적될 경우 심판들에게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보완돼야 한다. 오심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후속 대책도 절실하다.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비디오 판독의 확대, 잘못된 판정에 대해서는 4심 합의 이후에라도 번복이 가능하도록 기존 규정의 융통성 있는 개정 등이 선행돼야한다. 사람이 하는 스포츠이기에 오심이 나올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오심 그 자체가 마치 경기의 일부처럼 합리화돼서는 곤란하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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