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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한국축구, 이대로는 브라질서도 캄캄


입력 2013.06.19 10:48 수정 2013.06.19 10:51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세대교체-신구조화 실패..대표팀 경쟁력 퇴보

중장기적 비전 수립..팀워크-조직력 회복 중점

한국은 안방에서 이란에 0-1로 패하며 간신히 월드컵 티켓을 손에 쥐었다. ⓒ 연합뉴스

한국축구가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을 확정지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8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서 열린 이란과의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수비수 김영권의 실수 속에 후반 15분 레자 구찬네자드에게 결승골을 얻어맞고 0-1로 패했다. 지난해 10월 테헤란 원정에서의 패배를 되갚겠다던 대표팀은 어이없는 패배로 고개를 들지 못했다.

어쨌든 한국은 1986 멕시코월드컵 이후 8회 연속 본선 진출의 위업을 달성했다. 아시아 최다는 물론 세계에서 6번째로 8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달성했다. 역대 월드컵 기록을 봤을 때 8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 기록을 세운 국가는 1930년 첫 대회부터 2014 브라질월드컵까지 개근하는 브라질(20회 연속)을 비롯해 독일(15회 연속), 이탈리아(13회 연속), 아르헨티나(10회 연속), 스페인(9회 연속).

멕시코나 잉글랜드, 벨기에, 미국도 가장 길었던 것이 6회 연속에 불과하다. 그만큼 한국의 8회 연속 본선 진출은 뜻 깊은 기록이다. 또 1954년 스위스 대회 포함 9회 본선 진출로 10회에 가깝게 다가서게 된다.

하지만 현재 한국축구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이번 월드컵 예선은 그 어느 때보다 험난한 과정을 거쳤다. 3차 예선에서 벌써 한 차례 탈락의 고비를 맞기도 했고, 최종예선에서도 험난한 행보를 이어가며 마지막까지 가슴을 졸였다.

2010 남아공월드컵 이후 박지성과 이영표의 공백을 메우지 못한 한국축구는 자연스러운 세대교체와 신구조화에 실패했고 대표팀의 경쟁력이 오히려 퇴보했다는 지적을 들었다. 급성장한 아시아 축구의 성장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협회의 장기적인 전략 부재, 스타 선수들을 제대로 장악하고 활용하지 못한 국내파 감독들의 지도력 한계도 큰 몫을 담당했다.

한국축구는 이제 월드컵 본선 대비체제로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예선에서 드러난 경기력으로는 내년 브라질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축구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성적부진으로 3차 예선에서 경질된 조광래 감독에 이어 최강희 감독도 최종예선 종료와 함께 자진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한국축구는 월드컵 본선을 1년 앞두고 새로운 사령탑을 찾아야하는 상황에 몰렸다. 예선과정에서 마무리 짓지 못한 대표팀의 전술적 개편과 선수단 재정비는 후임 감독의 몫으로 남겨졌다.

무엇보다 이제는 대표팀 운영에서 중장기적인 비전 수립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감독이 오더라도 1년 안에 대표팀의 경기력을 갑작스럽게 끌어올리기는 힘들 수밖에 없다.

홍명보-귀네슈 등 물망에 오른 차기 감독에게 당장 내년 월드컵에서의 성적을 기대하는 것보다 2015년 아시안컵, 2018년 러시아 월드컵까지 대비한 긴 안목에서 대표팀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시간과 투자를 지원하는 것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감독만 아니라 선수들의 의식전환도 절실하다. 한국축구는 역대 가장 많은 해외파 스타들을 보유하며 세계적으로 그 위상이 높아졌지만, 오히려 선수 개개인의 태극마크에 대한 책임감과 헌신성을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번 대표팀의 경우, 한국축구의 전통적인 강점으로 일컬어지는 일체화된 팀워크와 조직력을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역대 대표팀에서는 거의 등장하지 않았던 팀 내 갈등과 파벌 의혹까지 나올 정도로 잡음이 많았다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다. 선수들 개개인의 수준은 높아졌지만 국가대표에 대한 책임감과 자부심이 없다면 강한 팀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축구가 아직 세계정상권에 근접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올라가는 것은 어렵지만 추락은 한순간이다. 월드컵 8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성과에 안주할 동안, 세계축구 역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정신 차리고 혁신에 들어가지 않는 한, 내년 월드컵 본선은 한국축구에 또 다른 악몽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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