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외 대안 없다? 또 희생양 될라
18개월 전 최강희 감독 스스로 사임 뜻 분명히
홍명보, 1년 남겨놓고 무거운 책임 떠안기엔..
월드컵 8회 연속 진출에 성공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차기 사령탑 선임을 놓고 팬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본선진출을 이끈 최강희 감독이 예정대로 최종예선을 마치고 물러남에 따라 한국축구는 ‘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을 지휘할 새 감독을 찾아야하는 시급한 상황.
대한축구협회는 현재 3~4명의 후보를 놓고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가장 유력한 후보는 홍명보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 협회서도 홍명보 감독이 현재 1순위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2012 런던올림픽에서 한국축구에 사상 첫 동메달을 안기며 지도력을 검증받았다.
홍명보 감독의 능력과 자격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월드컵 본선이 1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홍명보 감독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선수 파악에 많은 시간이 들지 않고, 가장 최근 국제무대서 검증된 실적을 올린 감독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홍명보 감독을 차기 사령탑으로 내정한 가운데 감독 후보군 등 형식적인 모양새만 갖춰 진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조광래 감독을 경질하고 최강희 감독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축구협회는 절차에 어긋난 밀실행정으로 빈축을 샀다. 감독 경질은 물론 새로운 감독을 추대하는 과정 역시 엉성하기 그지없었다.
당시 축구협회는 '국내와 외국 총망라해 최선의 감독을 선임하겠다‘ ’월드컵 경험이 있는 검증된 감독을 선임하겠다‘며 거창한 기준을 제시했지만, 축구협회가 접촉한 것은 전북 최강희 감독이다.
후보군에 거론됐거나 오히려 한국 대표팀 감독직에 먼저 관심을 보였던 거물급 외국인 사령탑도 있었지만, 실제로 이들은 어떤 공식적인 제의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보니 “처음부터 최강희 감독 외에는 관심도 대안도 없었으면서도 역풍을 피하기 위해 외국인 감독 영입설 등으로 연막을 피운 것”이라는 비판까지 들었다.
이번에도 상황이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축구협회는 국내와 외국인 포함 4명의 감독후보군을 선정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홍명보 감독 외에는 추측만 있을 뿐 구체적으로 알려진 후보가 없다.
이런 식의 감독추대 과정은 결과적으로 공정하지도 투명하지도 못할뿐더러 차기감독에게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2011년 당시 최강희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을 원하지 않았지만, 축구협회의 강요 아닌 강요에 의해 무거운 책임을 맡았다. 그 결과, 월드컵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경기력에 대한 숱한 논란을 자아내며 '퇴행'에 대한 비판을 들어야했다.
홍명보 감독 역시 오래전부터 몇 차례나 차기감독직이 공석일 때마다 후보로 올랐으나 '아직은 이르다'며 고사했다. 아직 A대표팀에 대한 의지가 없거나, 스스로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감독에게 무거운 책임을 떠넘기려는 행태는 최강희 감독을 희생양으로 만들었을 때와 달라진 게 없다.
홍명보 대세론에 무게를 싣는 것은 '지금으로선 홍명보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것은 결과적으로 핑계에 불과하다. 최강희 감독 스스로 최종예선 이후 사퇴를 예고한 것이 2011년 12월이었다. 축구협회가 새로운 집행부를 출범시킨 올해 2월 이후만 해도 차기감독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시간은 충분했다.
홍명보 감독은 아직 젊고 가능성이 충분한 지도자다. 좀 더 경험을 쌓고 내공을 쌓은 뒤 차기 대표팀 감독직에 도전해도 늦지 않는다. 남이 이뤄놓은 월드컵 본선에 무임승차해 1년밖에 남지 않은 시간에 성적을 내야한다는 부담도 크다.
홍명보 감독이 자신만의 색깔로 대표팀을 만들어갈 수 있는 확신과 환경이 갖춰졌다면, 차기 월드컵에서 지역예선부터 차근차근 다져가며 검증을 받게 하는 것이 옳다. 최강희 감독 같은 불운한 희생양은 한 명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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