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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생' 강소라 "실제 제가 장그래였죠"


입력 2014.12.26 09:53 수정 2015.01.29 10:26        부수정 기자

엘리트 신입사원 역 맡아 호평

"조직 생활 쉽지 않다는 거 느껴"

지난 20일 종영한 tvN 금토드라마 '미생'에서 안영이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강소라. ⓒ 윌엔터테인먼트

"이런 작품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미생'을 끝낸 강소라는 이번 작품이 참 소중하다고 했다.

지난 2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작품을 마친 소회를 묻자 그는 연신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종방연에서도 눈물을 쏟은 강소라는 "'미생'은 제 역량을 끌어올려 준 드라마"라며 고마워했다.

"'미생', 욕심 없이 연기했다"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미생'은 바둑이 인생의 모든 것이었던 주인공 장그래(임시완)가 프로입단에 실패한 후 종합상사에 입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러브라인 없이 직장인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담담히 그려낸 드라마는 "과연 될까?"라는 우려를 보란 듯이 떨치고 사회 전반에 '미생 신드롬'을 일으켰다.

'미생'에는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신입사원 4인방 임시완(장그래)·안영이(강소라)·한석율(변요한)·강하늘(장백기)이 나왔다. 이들이 회사라는 전쟁터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신입 때 내 모습이 생각났다"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4인방 중 홍일점인 안영이 역을 맡은 강소라는 '넘사벽' 신입사원으로 분했다. 영어·러시아어 등 외국어에 능통하고, 일 처리도 빠르다. 회사 생활이 수월할 것 같았던 영이는 자원2팀에서 남자 선배들의 벽에 부딪혀 좌절한다.

강소라는 쉽지 않은 안영이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마치 직장생활을 해본 것처럼 말이다. "직장생활을 해본 적은 없어요. 대본이 워낙 탄탄해서 '어떻게 연기하면 영이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정말 욕심 없이 촬영한 작품이에요. 좋은 드라마에 제가 묻어간 거죠."(웃음)

회사원 캐릭터를 위해 강소라는 방송 전 대우인터내셔널을 찾아 회사생활을 스케치했다. 업무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실제 회사생활은 어떤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처음에는 막연했습니다. 직장인을 연기하는 게 어려울 거라 생각했죠. 같은 직급끼리 얘기할 때 모습, 상사에게 보고하는 모습 등을 잘 살펴봤어요. 실제로 안영이 같은 분이 있었는데 많은 조언을 해주셨어요. 의상, 소품 등 사소한 것까지 신경 썼죠. 영이의 책상은 최대한 단순하고 깔끔하게 표현했어요. 드라마에선 별로 보여준 게 없는데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원작에서 안영이의 비중은 크지 않다. 캐릭터도 조금 다르다. "드라마에선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영이의 비중이 컸어요. 영이는 회사에서 완벽해서 극 중 가장 비현실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근데 또 내면에는 상처가 있어요. 부모님에게 받은 상처로 인해 타인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벽을 치죠. 인간관계도 서툴고요. 이런 부분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어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 서툰 영이에 비해 강소라는 지인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얘기를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그는 "영이와의 싱크로율은 40% 정도"라며 "일을 즐기는 건 영이와 비슷하지만 성격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화제가 됐던 외국어 실력에 대해선 겸손한 대답을 내놨다. "영어는 어릴 때부터 좋아했는데 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익혔죠. 영화 하나를 정해서 50번 정도 반복해서 봤어요. 러시아어는 이번에 처음 배웠는데 듣는 사람들이 친숙하게 들릴 정도로 연습했어요. 유튜브 영상을 찾아가면서 공부했는데 많이 부족합니다."(웃음)

지난 20일 종영한 tvN 금토드라마 '미생'에서 안영이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강소라. ⓒ tvN

"'미생' 통해 직장인 고충 이해"

영이는 겉으론 완벽해 보이지만 상처가 많은 인물이다. 빚 독촉에 시달리는 게 지겨워 집을 뛰쳐나온 그에겐 삶 자체가 버겁고 고단하다. 여기에 남자 직장 상사들의 무시와 핍박은 영이를 더 힘들게 했다.

15회에서 영이는 월세 보증금을 부탁하는 엄마와 아빠의 전화를 받고 홀로 계단에서 눈물을 흘렸다. 아무것도 모르는 선배 하대리(전석호)는 "개인적인 일은 집에서 해결하고 출근해"라며 쏘아붙였다.

"영이가 가장 안쓰러웠던 장면이에요. 힘들다고 털어놓을 수도 없고, 속 시원히 울 곳도 없는 상황을 표현했죠. 촬영할 때 담담하게 연기했어요. 너무 힘들고, 지친 사람들의 심정을 느꼈어요. 힘든 상황이 몰려오면 화가 나기보다 담담해진다는 걸 알았죠."

영이의 시련은 계속됐다. 자신이 낸 사업 아이템이 본사의 승인을 받았지만 마부장(손종학)의 압박으로 프로젝트 진행을 포기했다. 일만 착실히 잘하면 될 줄 알았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허탈감이 밀려왔다.

"처음엔 직장인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일과가 정해져 있어 그 일만 하면 되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미생'을 통해 이런 생각이 깨졌어요. 회사라는 전쟁터가 너무 치열하고, 개인이 감당해야 할 업무도 많다는 걸 알았죠. 부담도 크고요. 저는 '좋다 싫다'를 확실하게 표현하는 편인데 조직 사회에서는 쉽지 않더라고요. 제 뜻대로 되지 않는 거죠."

강소라는 또 연예인과 직장인의 생활을 비교하기도 했다. 그는 "연예인은 원하는 작품이 있으면 오디션을 보고 담당 제작진을 찾아가면 되는데 회사원은 '일의 절차'가 훨씬 복잡했다"며 "배우가 드라마를 할 땐 기획 단계 자체에 신경 쓰지 않는데, 직장인이 회사에서 일을 추진할 땐 몇 차례에 걸쳐 승인을 받아야 하는 걸 알았다"고 설명했다.

남자라는 세계의 종합상사에서 홀로 애쓴 영이는 이 시대 여성 직장인들을 대변했다. 여성 직장인은 가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진 남성 직장인과 또 다른 고민을 안고 있다. 워킹맘 선차장(신은정)이 직장과 가정 사이에서 겪은 딜레마가 대표적인 예다.

"누가 더 힘들다고 말할 순 없는 것 같아요. 짐의 무게와 성별을 떠나 모든 직장인이 버티는 것 자체가 힘들지 않을까요?"

극 중 영이도 참고 또 참고 그렇게 버텨냈다. 참 힘들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표정으로 감내했다고 강소라는 말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깨달은 게 있다. "아버지가 왜 술을 드시고 들어올 수밖에 없는지, 왜 힘든 표정으로 퇴근하시는지 이해했어요."

극 초반에 영이를 무시했던 하대리 같은 상사를 만났을 때 실제 강소라라면 어떻게 행동할까. 강소라는 "털털하게 다가갔을 것 같다"며 "선배들에게 말도 많이 걸고, 제 잘못이 무엇이냐고 물어봤을 것 같다"고 당차게 말했다.

이어 시즌2를 한다면 좀 더 풀어진 영이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영이가 사람들과 밥도 먹고 친해지는 인간적인 모습이 나왔으면 해요."

"사실 제가 장그래였다"며 연기 생활을 반추한 강소라는 "이렇게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실지 몰랐다"며 "'미생'을 찍고 눈물이 많아졌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체력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에 '미생'을 통해 위안받았어요. 저 자신이 '힐링' 되는 기분을 느낀 작품입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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