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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쁘면서도 찜찜' 아 리듬체조선수권 사상 첫 개최


입력 2014.12.29 10:05 수정 2014.12.29 10:10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아시아 최대 규모 체조대회 지방 소도시 대학 체육관 개최

목적에 따라 체계적으로 완비된 체육관 아닌 곳 개최지 선정 '의문'

손연재 ⓒ 게티이미지

아시아리듬체조선수권대회가 내년 6월 10일부터 13일까지 나흘간 한국에서 개최된다.

대한체조협회는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카타르 도하서 열린 아시아체조연맹(AGU) 총회에서 2015 아시아선수권 한국 개최를 승인 받았고, 체조협회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리듬체조 아시아선수권대회 개최 안건을 통과시켰다.

리듬체조 아시아선수권은 2년마다 개최되는 대회로 한국 개최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안게임이 리듬체조 종목에서 개인종합과 단체(선수 4명의 개인 성적을 종합) 등 두 가지 부문 경기만 치른 것과 달리 아시아선수권은 개인종합과 단체 부문은 물론 세부종목(후프·곤봉·볼·리본)과 팀(5명의 선수가 동시에 연기) 경기도 펼쳐진다.

아시아 정상급의 기량을 지닌 선수들을 볼 수 있고, 국내 리듬체조 꿈나무들에게 국제대회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리듬체조의 저변확대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리듬체조 아시아선수권의 유치는 무척 반가운 일이다.

특히 내년 아시아선수권이 한국에서 개최된다는 사실이 반가운 이유는 손연재(20·연세대)가 안방에서 대회 2연패를 달성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것도 포함된다.

아시아선수권은 손연재가 한국에 첫 시니어 공식 국제대회 금메달을 안긴 대회로 손연재는 지난해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개인종합과 리본, 후프 종목 우승으로 3관왕에 등극하면서 아시아 리듬체조 지존의 자리에 오른 바 있다.

손연재가 내년 7월 3∼14일 열리는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 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 왔고, 2016년 리우 데 자네이루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세계선수권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현재로서는 아시아선수권 출전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손연재 소속사 IB월드와이드는 이와 관련해 손연재가 일단 광주 유니버시아드와 9월 세계선수권대회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다음 달 중 코치와 협의해 일정을 확정할 것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이고 대회 2연패가 걸려 있는 만큼, 일단 출전한다는 쪽에 무게를 두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손연재가 아시아선수권 출전을 결정한다면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포함 2개월 연속 국내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모습을 국내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올해 인천아시안게임 기간에 이어 내년에도 국내에 리듬체조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아시아선수권 국내 유치 소식 가운데 찜찜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대회가 개최되는 장소가 서울이 아닌 충청북도 제천시에 위치한 세명대학교 체육관이라는 점 때문이다.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갖게 될 국제대회를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치른다는 사실에 시비를 걸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미 지방의 여러 도시들이 세계규모의 스포츠 이벤트를 속속 개최하는 마당에 유독 리듬체조 국제대회를 지방에서 치르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하나마나 한 지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시아 지역 15-20개국에서 각국의 리듬체조를 대표하는 선수와 임원들이 모두 참가하는 아시아 최대의 리듬체조 대회를 플로어와 관중석, 그리고 방송/보도시설, 편의시설 등 부대시설이 목적에 따라 체계적으로 완비된 체육관이 아닌 체육교육의 목적으로 지어진 대학교의 체육관에서 치른다는 결정이 내려진 것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

세명대 홈페이지에 접속해 체육관 시설에 대해 확인해 봤다. 연면적 5813㎡에 지하 1층~지상 2층짜리 건물로 총 수용인원이 1800명에 불과한 그야말로 평범한 수준의 대학교 체육관이었다. 총 수용인원이 1800명 수준이니 관중석의 수는 이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과거 기록을 살펴본 결과 세명대 체육관에서 리듬체조를 포함한 여러 종목 전국단위 스포츠 행사가 치러진 사실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년 6월에 치르려는 리듬체조 아시아선수권은 국제대회다. 특히, 이 대회가 한국에서 치러지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체조계 전체의 입장에서 봤을 때도 이번 대회는 나름대로 상징성을 지니는 대회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대회를 준비하는 체조협회는 물론 대회에 참가하는 외국 선수단이나 취재진의 편의도 고려해야 함이 마땅하다. 대부분 외국 선수단과 취재진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다고 가정했을 때 인천아시안게임이 치러진 인천 인근의 경기장이나 서울 등 수도권 소재 체육관에서 대회를 치르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었을까.

손연재가 이 대회에 출전한다고 가정했을 때 손연재의 대중적인 인기와 그의 존재로 인해 리듬체조에 대한 관심이 국내적으로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황에서 수도권 소재 체육관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지고, 충분한 수의 관중을 수용하기도 어려운 시설에서 아시아 최대의 리듬체조 축제를 치르겠다고 결정한 것은 좀처럼 납득이 가지 않는다.

체조협회는 내년 리듬체조 아시아선수권 개최 정소 결정에 대해 충분한 이유가 있다면 설명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 뭔가 합리적이지 못한 이유로 개최장소를 결정했다면 지금이라도 다른 대회장소를 물색해야 한다. 체조협회의 눈에 안 그렇게 보일 수는 있겠지만 리듬체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분명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커져 있으며, 그 관심은 단순히 손연재 한 선수에 대한 관심에 머물고 있지 않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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