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 문재인] '5조 법인세 폭탄'…경제 회복은 '뒷전' 우려
반기업적 공약을 내세웠던 문재인 당선자가 지난 9일 대통령 선거에서 제 19대 대통령으로 선출되면서 경제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 당선자가 공약을 이행할 경우 당장 과세표준 500억원 이상인 기업들은 매년 도합 5조원의 법인세 폭탄을 맞게 된다.
10일 경제계에 따르면 문 당선자는 그동안 정부 주도의 일자리창출 및 기존 대비 진일보한 복지공약을 내세우면서 이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증세를 통해 매년 6조원 이상의 세금을 추가로 걷겠다고 밝혀왔다. 반면 기업 경영환경 개선을 통한 경제 살리기 대책은 딱히 눈에 띄지 않는다.
문 당선자의 증세안 6조원 중 5조원 이상이 기업들로부터 추가로 걷는 금액이다. 과표 500억원 이상 기업의 최고세율을 기존 22%에서 25%로 올리고, 과표 1000억원 이상 기업은 최저한세율을 기존 17%에서 19%에서 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고세율 인상을 통해 4조6000억원, 최저한세율 인상을 통해 6700억원의 세금이 매년 추가로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추가로 소득세 증세를 통해 1조2000억원이 확보된다는 것이다.
경제계에서는 미국, 영국 등 전 세계적으로 법인세 인하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우리만 법인세 폭탄을 맞게 됐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보다 높던 35%의 연방 법인세율을 15%까지 낮추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내놓았다. 영국은 2010년 28%였던 세율을 2015년 20%로 인하한 데 이어 2년만에 또다시 2020년까지 15%까지 낮출 방침이다. 일본도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법인세율을 3차례에 걸쳐 인하하는 등 법인세 인하가 글로벌 트렌드가 되고 있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법인세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족쇄를 차고 외국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꼴이 된다”면서 “기업들의 경영환경 악화는 결국 우리 경제 활성화에도 악재가 될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법인세 인상은 실질적으로도 기업에 타격이 되지만, 상징적인 의미도 상당하다”면서 “(인상을 현실화했다가는) 기업 이탈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통상 경기 과열 억제 정책으로 활용되는 법인세 인상이 지금과 같은 불황에 언급되는 게 경제 정책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인세율 인상 목적이 결국 세수를 많이 걷기 위함인데 이는 경기가 좋을 때 가능한 것으로 경기가 나쁠 때는 기업들의 수가 줄면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 법인세 비중이 상당한 수준인데, 더 이상 법인세를 올리는 것은 반성장적인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이미 법인세를 많이 걷고 있다. OECD 국가 중 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라며 “우리와 마찬가지로 일자리가 고민인 미국은 법인세를 낮추는데 우리는(대선 후보들은) 반성장적인 세금 구조개혁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은 4%로 OECD 국가들 중 5위에 해당한다. 총 조세대비 법인세수 비중은 우리나라가 15%로 OECD국가들 중 3위에 올라 있다.
조 교수는 “전 세계에 법인세를 올리는 나라는 없다”면서 “그나마 올린 곳은 너무 낮았기 때문인데, 우리가 낮아서 올릴 만한 입장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정부 주도 일자리창출과 복지 확대에 집중하느라 기업 경영환경 개선을 통한 경제 살리기는 뒷전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 문 당선자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재정경제분야 공약을 살펴보면 청년고용할당제 확대, 청년구직촉진수당 도입, 청년·신혼부부 집 걱정·임대료 걱정 해결 등 청년 일자리·주거대책만 가득할 뿐 기업 경영환경 개선과 관련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선관위 공약 목록에 ‘복지’ 분야가 별도로 존재함에도 불구, 재정경제 분야까지 복지로 채운 것은 ‘경제’가 뒷전에 밀렸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문 당선자는 선거 전 후보 간 토론에서도 규제완화 등에 가장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심지어 기업의 지방 이전을 촉진하기 위해 수도권 규제 완화를 철회하겠다는 공약까지 내놓기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에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고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건 실현 불가능한 희망일 뿐”이라며 “실제 정책에서는 ‘경제는 정부가 살릴 테니 기업들은 돈만 내라는 식’의 공약이 현실화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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