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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통령 문재인] '5조 법인세 폭탄'…경제 회복은 '뒷전' 우려


입력 2017.05.10 06:00 수정 2017.07.26 10:07        박영국 기자

경제부문 공약, 청년 일자리·주거대책만 가득

문 당선자가 공약을 이행할 경우 당장 과세표준 500억원 이상인 기업들은 매년 도합 5조원의 법인세 폭탄을 맞게 된다.(자료사진)ⓒ연합뉴스 문 당선자가 공약을 이행할 경우 당장 과세표준 500억원 이상인 기업들은 매년 도합 5조원의 법인세 폭탄을 맞게 된다.(자료사진)ⓒ연합뉴스

반기업적 공약을 내세웠던 문재인 당선자가 지난 9일 대통령 선거에서 제 19대 대통령으로 선출되면서 경제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 당선자가 공약을 이행할 경우 당장 과세표준 500억원 이상인 기업들은 매년 도합 5조원의 법인세 폭탄을 맞게 된다.

10일 경제계에 따르면 문 당선자는 그동안 정부 주도의 일자리창출 및 기존 대비 진일보한 복지공약을 내세우면서 이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증세를 통해 매년 6조원 이상의 세금을 추가로 걷겠다고 밝혀왔다. 반면 기업 경영환경 개선을 통한 경제 살리기 대책은 딱히 눈에 띄지 않는다.

문 당선자의 증세안 6조원 중 5조원 이상이 기업들로부터 추가로 걷는 금액이다. 과표 500억원 이상 기업의 최고세율을 기존 22%에서 25%로 올리고, 과표 1000억원 이상 기업은 최저한세율을 기존 17%에서 19%에서 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고세율 인상을 통해 4조6000억원, 최저한세율 인상을 통해 6700억원의 세금이 매년 추가로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추가로 소득세 증세를 통해 1조2000억원이 확보된다는 것이다.

경제계에서는 미국, 영국 등 전 세계적으로 법인세 인하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우리만 법인세 폭탄을 맞게 됐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보다 높던 35%의 연방 법인세율을 15%까지 낮추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내놓았다. 영국은 2010년 28%였던 세율을 2015년 20%로 인하한 데 이어 2년만에 또다시 2020년까지 15%까지 낮출 방침이다. 일본도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법인세율을 3차례에 걸쳐 인하하는 등 법인세 인하가 글로벌 트렌드가 되고 있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법인세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족쇄를 차고 외국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꼴이 된다”면서 “기업들의 경영환경 악화는 결국 우리 경제 활성화에도 악재가 될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법인세 인상은 실질적으로도 기업에 타격이 되지만, 상징적인 의미도 상당하다”면서 “(인상을 현실화했다가는) 기업 이탈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통상 경기 과열 억제 정책으로 활용되는 법인세 인상이 지금과 같은 불황에 언급되는 게 경제 정책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인세율 인상 목적이 결국 세수를 많이 걷기 위함인데 이는 경기가 좋을 때 가능한 것으로 경기가 나쁠 때는 기업들의 수가 줄면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 법인세 비중이 상당한 수준인데, 더 이상 법인세를 올리는 것은 반성장적인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이미 법인세를 많이 걷고 있다. OECD 국가 중 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라며 “우리와 마찬가지로 일자리가 고민인 미국은 법인세를 낮추는데 우리는(대선 후보들은) 반성장적인 세금 구조개혁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은 4%로 OECD 국가들 중 5위에 해당한다. 총 조세대비 법인세수 비중은 우리나라가 15%로 OECD국가들 중 3위에 올라 있다.

조 교수는 “전 세계에 법인세를 올리는 나라는 없다”면서 “그나마 올린 곳은 너무 낮았기 때문인데, 우리가 낮아서 올릴 만한 입장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제 19대 대통령 당선자의 재정경제 분야 공약.ⓒ중앙선거관리위원회 문재인 제 19대 대통령 당선자의 재정경제 분야 공약.ⓒ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부 주도 일자리창출과 복지 확대에 집중하느라 기업 경영환경 개선을 통한 경제 살리기는 뒷전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 문 당선자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재정경제분야 공약을 살펴보면 청년고용할당제 확대, 청년구직촉진수당 도입, 청년·신혼부부 집 걱정·임대료 걱정 해결 등 청년 일자리·주거대책만 가득할 뿐 기업 경영환경 개선과 관련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선관위 공약 목록에 ‘복지’ 분야가 별도로 존재함에도 불구, 재정경제 분야까지 복지로 채운 것은 ‘경제’가 뒷전에 밀렸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문 당선자는 선거 전 후보 간 토론에서도 규제완화 등에 가장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심지어 기업의 지방 이전을 촉진하기 위해 수도권 규제 완화를 철회하겠다는 공약까지 내놓기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에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고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건 실현 불가능한 희망일 뿐”이라며 “실제 정책에서는 ‘경제는 정부가 살릴 테니 기업들은 돈만 내라는 식’의 공약이 현실화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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