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D-인터뷰] 곽경택 "실패는 친구, 두려워하지 말아야"


입력 2017.10.18 09:03 수정 2017.10.23 12:23        부수정 기자

영화 '희생부활자'로 스크린 복귀

20년 연출 원동력은 '재미'

영화 '희생부활자'를 만든 곽경택 감독은 "원작의 빠른 전개를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쇼박스 영화 '희생부활자'를 만든 곽경택 감독은 "원작의 빠른 전개를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쇼박스

영화 '희생부활자'로 스크린 복귀
20년 연출 원동력은 '재미'


"이 일을 하면서 송사에 휘말린 적도 있고, 루머에 휩싸이기도 했죠. 20년 동안 우여곡절을 겪은 결과 깨달은 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다는 겁니다."

1997년 영화 '억수탕'으로 충무로에 첫 데뷔한 영화감독 곽경택(51)은 20년이란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영화를 내놓았다. 항상 흥행한 건 아니었다. 실패한 적도 있고, 뜻하지 않은 일을 겪기도 했다.

이번엔 '희생부활자'로 충무로에 컴백했다. 미스터리 스릴러물에 도전한 그를 11일 서울 소격동에서 만났다.

'친구'(2001), '똥개'(2003), '사랑'(2007), '통증'(2011), '극비수사'(2015) 등을 내놓은 그는 그간의 감독 활동을 떠올리며 "실패는 친구"라며 "실패를 무서워하면 아무것도 못 한다. 실패할 각오를 하고, 스스로 단련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희생부활자'는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히려고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는 현상 RV(Resurrected Victims Phenomenon)에서 파생된 말로, 복수를 위해 살아 돌아온 사람을 뜻한다.

곽 감독은 박하익 작가의 소설 '종료되었습니다'를 읽고 "세상에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영화화를 결심했다.

그는 "어제 시사회를 통해 처음 영화를 봤는데 후회투성이"라며 "아직 한참 멀었다고 생각한다. 이음새가 매끄럽지 않은 부분, 편집한 장면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털어놨다.

과거 찍었던 미스터리 스릴러물 '닥터 K'를 언급한 감독은 "보통 두 편을 망하면 충무로에서 '아웃'"이라며 "다행히 '친구'가 잘 돼서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희생부활자'를 '도전'이라고 여겼다가 이도저도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고통스러워야 재밌다'는 생각으로 이번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했다.

영화 '희생부활자'를 만든 곽경택 감독은 "김해숙, 김래원 등 배우들의 연기만큼은 남은 작품"이라고 했다.ⓒ쇼박스 영화 '희생부활자'를 만든 곽경택 감독은 "김해숙, 김래원 등 배우들의 연기만큼은 남은 작품"이라고 했다.ⓒ쇼박스

원작의 장점은 숨 쉴 틈 없이 이어진 이야기다. 곽 감독은 원작의 장점을 스크린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

'희생부활자'라는 소재는 관객들에게 생소하다. 자칫하면 허무맹랑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감독은 "희생부활자가 세상에 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검찰, 경찰, 국정원 조직의 갈등을 다루고 싶었다. 무엇보다 소설의 스피드를 살리려고 했다"고 했다.

감독은 '체내 발화'와 '비가 오면 희생부활자가 나타난다'는 설정을 새롭게 추가했다. 특히 체내 발화 CG(Computer Graphic·컴퓨터 그래픽)를 최대한 자연스럽게 표현하도록 신경 썼다. "모든 생명체의 근원은 물입니다. 시각적인 조건들을 연구하고 촬영했습니다"

영화는 '희생부활자'라는 소재를 통해 '범죄자의 심판'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원작에서 사업가였던 진홍의 직업을 검사로 바꾼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평소에 사회 정의를 고민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이번 영화를 통해선 법, 복수, 용서 등을 고민했죠. 법을 집행하는 검사인 진홍이 자기가 저지른 죄에 대해 벌을 주는 장면에서도 영화의 메시지를 담았죠."

'희생부활자'는 원작과는 다른 결말로 마무리된다. 영화의 큰 틀인 '모성애'에 대해선 "모성애라는 소재를 쓰지 않았더라면 영화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들과 엄마의 관계가 나오는 원작의 틀을 유지했다"고 했다.

영화 '희생부활자'를 만든 곽경택 감독은 "항상 새로운 이야기와 재미를 찾으려 한다"고 했다.ⓒ쇼박스 영화 '희생부활자'를 만든 곽경택 감독은 "항상 새로운 이야기와 재미를 찾으려 한다"고 했다.ⓒ쇼박스

주연 김래원과 김해숙은 영화 '해바라기'(2006), 드라마 '천일의 약속'(2011)에 이은 세 번째 모자 호흡이다.

곽 감독은 "영화가 부족해도 김해숙 선생님의 연기만은 남아 있었다"며 "모성애, 복수의 화신 등 다양한 모습을 탁월하게 표현해냈다. 김래원 씨는 혼란스러운 역할을 잘 해냈다. 사소한 장면도 철저하게 준비해 촬영한 배우"라고 배우들의 연기를 극찬했다.

오랜 시간 충무로에서 활동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물었더니 '새로움'이라는 답변이 나왔다. "항상 새로운 것을 찾고 있습니다. 창작자라면 다들 이런 고민을 하지요. 새롭고 재밌어야 합니다. 평소 떠오르는 아이디어나 지인들에게 들은 이야기들을 적어 놓고, 유용한 것들을 영화에 집어넣곤 합니다."

감독 지망생들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하자 그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직업인데 말릴 이유가 없다"고 웃었다. "이렇게 재밌는 일을 하지 않는 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최고의 일이지요. 다만 '폼'내기 위해 덤벼들진 말았으면 해요.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감독은 인내력도 필요하고 누군가를 끊임없이 설득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안 그러면 100전 100패입니다."

'희생부활자'를 기다리는 관객들에겐 "평가는 관객이 하는 것"이라며 "'볼 만한' 영화라고 회자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석 달 남은 올해, 이루고 싶은 소망을 물었다. "뒷걸음만 안 치고 싶어요. 최선을 다했는데도 빠지면 어쩔 수 없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는 빠져나오기 힘듭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부수정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