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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재건축 수주경쟁의 후폭풍…되풀이되는 ‘고식지계’


입력 2017.11.08 06:00 수정 2017.11.09 17:39        원나래 기자

포스코·대우건설, 과천주공 1단지 두고 소송전

수주 위한 파격적인 사업조건 제시에 수주 후에도 난감

올 3월 대우건설이 새로운 시공사로 교체된 과천주공1단지 전경.ⓒ다음맵 캡처 올 3월 대우건설이 새로운 시공사로 교체된 과천주공1단지 전경.ⓒ다음맵 캡처

경기 과천시에서 과천주공7-1단지와 과천주공1단지의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된 대우건설은 최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이 두 단지는 과천중앙공원과 과천고등학교를 사이에 두고 이웃해 있다. 단지 규모도 주공7-1단지가 1182가구, 주공1단지가 1571가구로 비슷하다.

앞서 4년 전 처음 대우건설이 주공7-1단지 시공사로 선정되며 과천 일대 재건축 사업에 첫발을 들인 이후, 올해 주공1단지 재건축 사업의 시공권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원래 주공1단지 재건축은 포스코 건설이 맡기로 했으나, 공사비와 조합 사업비 지급 등을 둘러싸고 조합 측과 갈등을 겪다가 올 1월 조합 측이 포스코 건설과의 시공 계약을 해지하고 시공사 재선정에 들어가면서 새로운 시공사로 대우건설이 선정됐다.

수주 당시 박창민 전 대우건설 사장이 직접 조합원을 찾아가 설득해 시공권을 획득한 성공 사례로 잘 알려져 있다. 박 전 사장은 올 8월에 착공할 수 있도록 본인이 직접 사업 진행 속도를 체크하고, ‘미분양 발생 시 3.3㎡당 3147만원의 대물변제를 책임지겠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푸르지오 써밋 브랜드를 과천에서 유일하게 1단지에만 쓰겠다’ 등 갖은 파격 조건을 제시했다. 덕분에 현대건설과 GS건설 2파전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업계 예상을 깨고 주공1단지 재건축 사업을 수주했다.

하지만 수주 당시 과도하게 제시했던 주공1단지 재건축 사업조건은 결국 화근이 돼 돌아왔다.

주공1단지의 경우 올해 3월 새 시공사로 선정됐지만 공사를 재개하려하자, 기존 시공사인 포스코건설과 철거 현장에서 충돌하더니 법적 분쟁으로 까지 이어져 현재 소송전에 휘말려 있다.

여기에 앞서 수주한 주공7-1단지 조합원들은 주공1단지 수주조건과 동일한 조건을 요구하고 나섰다. 결국 조합원의 요구에 ‘1단지에만 쓰겠다’는 프리미엄 브랜드인 ‘푸르지오 써밋’을 적용해 ‘과천 파크 푸르지오 써밋’이라는 단지명이 결정됐지만, 여전히 1단지와 동일한 사업조건 요구와 일반분양가 산정 등으로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당초 8월에 예정됐던 주공7-1단지의 분양일정도 10월로 연기됐다가 다시 내년 초로 기약 없이 미뤄진 상태다.

한 정비사업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당시 사업 약속을 했던 박창민 사장도 현재 없어 매우 난감한 상황일 것”이라며 “재건축 수주전이 너무 출혈경쟁으로 번지면서 무리한 조건들이 향후 수익성 악화로 되돌아올지 염려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사실상 ‘승자 없는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재건축 사업이라는 반포주공1단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국토교통부의 시정 명령으로 무산된 이사비 7000만원 지원을 어떤 방식으로든 조합원 혜택으로 돌리겠다고 약속했고,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손실이 생길 경우 이를 보전해주겠다고 했다.

고식지계(姑息之計). 당장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해 먼 장래를 생각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최근 건설사들의 재건축 수주전을 보면 이 말이 떠오른다. 수주전 이후에도 계속되는 갈등은 어쩌면 이미 예견된 후폭풍이었다.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하고 이를 지킬 때 건설사에 대한 신뢰가 쌓이고 미래가 있다.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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