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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항소심 판결, 법조계는? "형사소송법 대원칙 충실"


입력 2018.02.07 06:00 수정 2018.02.07 08:58        이홍석·이호연 기자

"파격적 감형...1심 선고 법리에 무리했다는 방증"

프레임에 의한 모호함 대신 증거재판주의-무죄추정의 원칙 따른 판결 평가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이 함께 쓰고 있는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전경.ⓒ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이 함께 쓰고 있는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전경.ⓒ연합뉴스
"파격적 감형...1심 선고 법리에 무리했다는 방증"

프레임에 따른 모호함 대신 증거재판주의-무죄추정의 원칙 따른 판결 평가


‘세기의 재판’이라고 불렸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재판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판결로 귀결된 것은 형사소송법 대원칙을 충실히 이행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증거재판주의와 입증책임의 주체를 분명히 했고 법리에 따라 모호하거나 불명확한 것들은 사실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재판부가 명확한 기준을 갖고 판단했다는 것이 법조계의 평가다.

변호사와 법학교수 등 법조계 관계자들은 6일 전날 서울고등법원 제13형사부가 작성한 이 부회장의 항소심 판결문 요지를 살펴본 결과, 이같이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 판결과 달리 뇌물 공여 대부분을 무죄라고 판단했다.

특히 1심에서 유죄로 판단됐던 한국동계스포츠 영재센터 후원 및 재산 국외 도피 부분은 모두 무죄로 뒤집히면서 형량 감경에 크게 기여했다. 재산 국외 도피죄는 도피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어도 징역 5년 이상을 선고받을 수 있는 중범죄다.

항소심 판결, 법과 원칙에 따라 명확한 부분만 수용

이는 재판부가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을 충실히 따른 결과물이라는 것이 법조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증거재판주의다.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해야 하고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제 307조를 철저히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1심에서 승마지원(72억9427만원)·영재센터(16억2800만원)·재산국외도피(37억3484만원) 등에 대해 모두 유죄로 본 반면 항소심에서는 승마와 마필 차량 구매 대금 중 36억3483원만 뇌물로 인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무죄로 보았다. 유죄로 인정된 뇌물 공여 범위를 마필 대여와 용역대금으로만 철저히 한정한 것에서 이를 잘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승마지원 중 마필을 대여해 지원한 부분을 유죄로 본 것이 이러한 원칙을 보다 명확히 한 것으로 보인다”며 “명확하게 입증된 것은 사실로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은 사실로 볼 수 없다는 것이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라고 말햇다.

이와함께 의심스러운 부분은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대원칙도 제대로 준수한 것으로 평가했다.

형사소송법상의 증명에 관한 법언에 따르면 피고인을 유죄로 하려면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유죄의 입증이 있어야 하며 그렇지 못한 때에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유리한 무죄로 추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입증책임의 주체를 기소를 하는 검사(특검)에게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검사가 주장하는 범죄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면 피고인은 무죄가 된다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경제 공동체’, ‘묵시적 청탁’, ‘정경 유착’등 검찰 측의 주장을 인정했지만 항소심은 검찰이 이러한 혐의를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 변호사는 “검찰에서 주장한 경제적 공동체나 묵시적 청탁 등은 불확실성이 많아 이를 판결 근거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었다”고 강조하면서 “재판부가 철저한 법리주의에 입각해서 판결을 내렸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실형 아닌 집유 판결, 재판부의 판단 범주 내 가능

재판부가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 것도 재판부가 법적인 틀 내에서 재량권을 갖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이 부회장을 공범이 아닌 수동적 범죄자로 판단했는데 이는 증거없는 재판으로 불릴 정도로 정치적 재판 성격이 강했던 이번 사건에서 타당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형사재판은 형량을 잘 변경하지 않는 것이 원칙임에도 파격적인 감형이 이뤄졌다”며 “이는 1심 선고가 법 논리 측면에서 다소 무리했다는 방증으로 항소심이 이를 바로 잡은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일단 승마지원에 대한 뇌물공여죄가 인정된 만큼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을 줘도 무방했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기소혐의가 대부분 무죄가 됐고 이미 1년간 수형생활을 했다는 점을 재판부가 참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법리에만 몰두해 일반적인 상식을 외면했다는 판결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 부회장이 기업 현안과 관련해 뭔가를 바라지 않고 공여를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는 주장이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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