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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괴물'로 성추행 폭로 '충격'…"그는 상습범"


입력 2018.02.07 07:36 수정 2018.02.07 09:27        부수정 기자

JTBC '뉴스룸' 출연해 문단 내 성추행 고발

"문인 사과, 구사한 변명…한두 번 아냐"

문단 내 성추행을 고발하는 시 '괴물'로 뒤늦게 주목을 받은 최영미(57) 시인이 6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문단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를 낱낱이 폭로했다. JTBC '뉴스룸' 화면 캡처 문단 내 성추행을 고발하는 시 '괴물'로 뒤늦게 주목을 받은 최영미(57) 시인이 6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문단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를 낱낱이 폭로했다. JTBC '뉴스룸' 화면 캡처

문단 내 성추행을 고발하는 시 '괴물'로 뒤늦게 주목을 받은 최영미(57) 시인이 6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문단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를 낱낱이 폭로했다.

최 시인은 이날 '뉴스룸'에서 '괴물'을 쓴 계기에 대해 "잡지사로부터 페미니즘 특집이니까 관련 시를 써달라는 청탁을 받았다"며 "이 문제를 건드리지 않으면 작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처음에 누구를 써야겠다 하고 쓰지만, 시를 전개해나가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이 막 들어온다. 처음에 자신의 경험이나 사실을 기반해서 쓰려고 하더라도 약간 과장되기도 하고 그 결과물로 나온 문학 작품은 현실과는 별개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당사자로 실명이 언급된 원로 시인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아마도 30여년 전 어느 출판사 송년회였던 것 같은데, 여러 문인이 같이 있는 공개된 자리였고, 술 먹고 격려도 하느라 손목도 잡고 했던 것 같다.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오늘날에 비추어 희롱으로 규정된다면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뉘우친다"고 말했다.

손석희 앵커가 이를 언급하자 최 시인은 "그 문인이 내가 처음 떠올린 문인이 맞다면 굉장히 구차한 변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상습범이고 한두 번이 아니다. 내가 데뷔할 때부터 너무나 많은 성추행과 성희롱을 목격했고 대한민국 도처에 피해자가 셀 수 없이 많다"고 반박했다.

또 문단 내 성폭력 문제에 관련해선 "내가 등단할 때 일상화돼 있었다. 첫 시집을 1994년에 내고 문단의 술자리에 많이 참석했는데, 그때 목격한 풍경은 놀라울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문단이 이런 곳인 줄 알았다면 내가 여기 들어왔을까 싶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성폭력 피해를 본 여성 문인이 이를 문제 제기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최 시인은 주장했다. 자신의 요구를 거절한 여성 문인에게 청탁하지 않고, 작품집이 나와도 평론 한 줄 실리지 않는 일이 반복되다 보면 해당 여성은 작가로서의 생명이 끝난다는 것이다. 문단의 경우 '작품이 좋지 않았다'고 이유를 대면 반박하기도 어렵다는 게 최 시인의 설명이다.

최 시인은 "어떤 여성 문인이 권력을 쥔 남성 문인의 성적인 요구를 거절하면 뒤에 그들은 복수를 한다. 그들은 문단의 메이저 그룹 출판사, 잡지 등에서 편집위원으로 있는데, 자신의 요구를 거절한 (여성) 문인에게 원고 청탁을 하지 않는다. 작품이 나와도 그에 대해 한 줄도 쓰지 않고 원고를 보내도 채택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녀들의 피해가 입증할 수도 없고 '작품이 좋지 않아서 거절한 거예요'라고 말하면 하소연할 곳도 없다는 것이다. 그녀는 작가로서 생명이 거의 끝난다"고 털어놨다.

최 시인은 지난해 계간 '황해문화' 겨울호에 발표한 시 '괴물'이 오랜만에 받은 시 청탁이었다면서 성적인 요구를 거절해 빚어진 일이었냐는 손 앵커의 질문에 "관계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최 시인은 "내가 거절한 요구가 한두 개가 아니고 한두 문인이 아니다. 30대 초반으로 젊을 때 문단 술자리에서 내게 성희롱, 성추행을 한 이들이 한두 명이 아니라 수십 명이었다. 그런 문화를 방조하는 분위기, 묵인하는 분위기였다. 내가 그들의 성적인 요구를 거절해 복수한다면 그들은 한두 명이 아니고 아주 여러 명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특히 독신의 젊은 여성들이 타깃이 된다”며 "이런 상황들은 일일이 제가 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아주 많다"고 덧붙였다.

최 시인의 시 '괴물'은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고발로 시작된 '미투'(Me Too·성폭력 피해고발) 확산으로 최근 뒤늦게 주목을 받았다.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K의 충고를 깜빡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미투)/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라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최 시인은 1992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 민주화 세대의 빛과 그림자를 노래한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1994)를 발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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