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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상으로 들끓었던 분노, 컬링으로 치유


입력 2018.02.24 12:18 수정 2018.02.24 16:45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스피드스케이팅 팀 추월 내분으로 국민들 분노

컬링 대표팀이 보여준 배려와 협동, 큰 의미

여자 팀 추월 대표팀이 선보였던 '막장 드라마'는 컬링으로 강제 종영됐다. ⓒ 2018평창사진공동취재단 여자 팀 추월 대표팀이 선보였던 '막장 드라마'는 컬링으로 강제 종영됐다. ⓒ 2018평창사진공동취재단

한국 대표팀은 평창 올림픽 대회 막바지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적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바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 대표팀의 내분이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이른 바 ‘케미 박살’이었다. 세 선수가 힘을 합쳐 달려야 하는 종목에서 김보름과 박지우가 마지막 바퀴를 앞두고 내달렸고, 노선영이 홀로 남아 기록이 뒤처지고 말았다.

결과보다 실망스러웠던 점은 그 이후다. 김보름은 ‘책임 회피성’ 인터뷰로 여론의 십자포화를 한 몸에 받았고, 대한빙상연맹이 이튿날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했음에도 비난은 가라앉지 않았다.

노선영도 마찬가지다. 감독의 해명이 자신의 뜻과 달랐다며 기자회견 직후 특정 언론사를 통해 반박에 나섰고, 팀 추월 7~8위전이 끝난 뒤에는 믹스트존을 함구한 채 지나쳐 의혹을 가중시켰다.

근대 올림픽의 장을 연 쿠베르텡 전 위원장은 “올림픽 대회의 의의는 승리가 아닌 참가에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이라고 규정했다.

실제로 이번 대회뿐만 아니라 동, 하계 올림픽에 참가하는 대부분의 선수들은 자신의 기록과 결과에 만족감을 나타내고 참가 자체에 의미를 두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과거 성적지상주의였던 한국도 결과에 목을 매는 모습이 사라져가는 추세다.

팀 추월 대표팀에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빙상연맹의 구조적 문제점 또는 특정 고위 인사에 집중된 권력까지 거론되고 있지만 분노의 본질적 이유는 상대에 대한 배려와 따뜻한 시선의 실종 때문이다.

일본을 꺾고 사상 첫 결승에 오른 여자 컬링. ⓒ 2018평창사진공동취재단 일본을 꺾고 사상 첫 결승에 오른 여자 컬링. ⓒ 2018평창사진공동취재단

자칫 최악의 대회라 자평할 수 있었던 위기의 순간을 구해낸 이들은 바로 컬링 여자 대표팀이다.

경북 의성 출신으로 이뤄진 이들은 학연과 지연, 심지어 혈연으로 얽히고설킨 관계다. 하지만 이를 최고의 장점으로 부각시켰고, “영미”로 발현된 이들의 친밀감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결승까지 오른 원동력이 됐다.

컬링 대표팀의 경기력이 매번 좋았던 것만은 아니었다. 샷의 실수도 있었고, 스킵 김은정이 밝혔듯 예선에서의 유일한 패배는 “다른 팀보다 더욱 이겨야 할” 일본이었다. 그러나 컬링 대표팀은 위기 때마다 대화로 풀어갔고, 이는 말소리 하나하나가 중계 마이크에 잡히는 컬링 종목의 특성상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생중계됐다.

실수를 나무라지 않고 자신이 그 구멍을 더 메우면 된다는 이들의 자세는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이미 결승전에서의 메달색은 중요하지 않다. 대표팀에 실망했던 국민들이 다시 감동과 힐링을 얻었기 때문이다. 영미와 안경 선배, 그리고 영미 동생, 영미 동생 친구는 국민적 찬사를 한 몸에 받기에 충분하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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