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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피해는 늘어나는데…쪼그라드는 화재보험


입력 2018.03.19 06:00 수정 2018.03.19 06:52        부광우 기자

지난해 원수보험료 3000억 못 미칠 듯…2011년 이후 6년만

화재 피해액은 5년 새 64% 급증…"공적 역할 외면 아쉬워"

국내 15개 종합 손보사들의 지난해 1~11월 화재보험 원수보험료는 2630억원으로 전년 동기(2679억원) 대비 1.83%(49억원) 감소했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15개 종합 손보사들의 지난해 1~11월 화재보험 원수보험료는 2630억원으로 전년 동기(2679억원) 대비 1.83%(49억원) 감소했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손해보험업계의 화재보험 시장 규모가 6년 만에 3000억원 아래까지 쪼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화재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더욱 대형화하는 추세로, 사적 안전망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손보사들이 위험 부담을 이유로 손해보험의 원조 격이자 사회적 역할의 핵심인 화재 보장을 외면하는 모습은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내 15개 종합 손보사들의 화재보험 원수보험료는 2630억원으로 전년 동기(2679억원) 대비 1.83%(49억원) 감소했다. 원수보험료는 보험사가 소비자와 계약을 체결하고 가입자로부터 받아들인 보험료를 가리키는 말로 손보업계에서 시장의 크기를 측정할 때 활용되는 지표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하면 지난해 국내 화재보험 시장 규모는 2000억원 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화재보험 원수보험료가 3000억원 이하를 기록했던 것은 2011회계연도(2698억원)가 마지막이었다. 지난해 이전 3년 동안 화재보험 원수보험료는 ▲2014년 3106억원 ▲2015년 3041억원 ▲2016년 3011억원 등으로 지속 축소돼 왔다.

액수뿐 아니라 손보업계에서 화재보험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함께 줄었다. 이제 손보사들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화재보험 상품의 존재감은 거의 제로에 가까워진 실정이다. 손보업계 전체 원수보험료 가운데 화재보험에서 발생한 금액의 비율은 ▲2014년 0.46% ▲2015년 0.42% ▲2016년 0.40% ▲2017년 1~11월 0.39% 등으로 하락했다.

손보사별로 보면 이처럼 힘을 잃는 화재보험 시장에서 그나마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은 NH농협손해보험이었다. 지난해 들어 11월까지 농협손보의 화재보험 원수보험료는 680억원으로 손보업계 전체의 25.9%를 점유했다. 이어 메리츠화재(14.87%)·DB손해보험(14.63%)·삼성화재(12.39%)·한화손해보험(10.08%) 등이 같은 기간 두 자릿수 대의 화재보험 시장점유율을 나타냈다.

반면 화재 사고에 대한 보장 수요는 오히려 크게 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경남 밀양 세종병원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등에서 발생한 대형 참사로 화재 보상을 둘러싼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실제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6년 화재로 인한 재산 피해 규모는 4206억원으로 5년 전인 2011년(2565억원)보다 63.98%(1641억원) 급증했다. 전체 화재 건수는 같은 기간 4만3875건에서 4만3413건 1.05%(462건) 감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만큼 화재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불어났다는 얘기다.

이 같은 화재 사고에 대한 피해 보상은 전적으로 민간 손보사들의 몫이다. 현재 법률 상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건물은 손보사를 선택해 화재보험에 의무 가입하도록 돼 있다. 이에 해당하지 않은 건물은 따로 손보사 상품에 가입해야 화재에 따른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화재보험은 손보업계가 가진 중요한 공적 기능으로 꼽히는 부분이다. 또 화재보험은 1666년 영국 런던 대화재를 계기로 만들어진 이후 300년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원조 손해보험으로 꼽히는 대표적인 상품이기도 하다.

이런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화재보험의 영역이 점점 좁아드는 이유는 정작 이를 취급하는 손보사 입장에서 봤을 때 매력이 없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손보사들이 판매에 적극 나서지 않다보니 가입률을 끌어올리는데 한계가 분명하다는 설명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시장의 구조 상 보험사가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특정 상품의 판매량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화재보험의 경우 손보사 입장에서 위험은 크고 이익은 적은 상품이라는 점에서 영업 확대에 나설 유인이 없고, 이에 따라 관련 시장의 성장은 힘든 현실"이라고 전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화재와 그에 따른 피해 보장 손보업계가 지닌 가장 핵심적인 사회적 역할"이라며 "국민들의 사적 안전망 확보 차원에서 화재보험 확대를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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