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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도체공정, 직업병 연관성 판단 어려워“


입력 2018.04.25 17:46 수정 2018.04.25 19:55        이홍석 기자

삼성 옴부즈만위원회 종합진단 결과 발표...“유해물질 검출 미미“

한계 뚜렷한 위원회, 화학물질 리스트 공개 등 재발방지 권고에 무게

이철수 삼성 옴부즈만위원회 위원장이 25일 서울대학교 교수회관에서 개최된 ‘종합진단보고’ 행사에서 그동안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철수 삼성 옴부즈만위원회 위원장이 25일 서울대학교 교수회관에서 개최된 ‘종합진단보고’ 행사에서 그동안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삼성 옴부즈만위원회 종합진단 결과 발표...“유해물질 검출 미미“
한계 뚜렷한 위원회, 화학물질 리스트 공개 등 재발방지 권고에 무게


삼성전자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의 근로자 작업환경이 백혈병 등 직업병과 연관이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진단결과가 나왔다. 일부 유해물질이 검출됐지만 유해성 판단이 불가능할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었다는 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다만 조사 대상과 자료 확보가 제한적이어서 위원회의 활동에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조사 결과에 대한 이해당사자들간 이견으로 인한 논란의 여지는 남아 있다.

삼성 옴부즈만 위원회(위원장 이철수 서울대 법대 교수)는 25일 서울대학교 교수회관에서 ‘종합진단 보고’ 행사를 개최하고 최근 3년간 작업환경측정 결과에 대한 분석과 직접 측정·실험 등을 통해 도출한 결론을 이같이 발표했다.

이번 종합진단은 조정합의서에 따라 ▲작업환경 중 유해인자 관리실태 평가 ▲작업환경의 건강영향에 대한 역학조사 ▲종합건강관리체계 점검 ▲재해예방을 위한 사업장 미래전략 연구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정보공개와 안전보건관련자료 보관에 관한 연구 등 5개 주제로 진행됐다.

위원회, “유해성 낮고 직업병 연관성 판단 불가”

위원회는 지난 2016년 1월 삼성전자와 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 등이 합의한 ‘재해 예방대책에 대한 조정 합의조항’에 따라 구성된 외부 독립 기구다.

산업보건·예방의학·직업환경의학·법학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로 2개 분과 5개 팀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삼성전자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발생한 직업병과 관련 조사 및 진단, 예방 대책 등을 논의해 왔다.

우선 위원회는 삼성전자 근로자들의 작업환경에서 발견된 유해인자가 유의미한 수준이 아니고 작업환경과 백혈병·암·뇌종양 등 질병 발생과 인과관계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삼성전자의 최근 3년간 작업환경측정 결과를 분석한 결과, 사업장별 유해인자 불검출률은 모두 70%대(기흥·화성 79.9%, 온양 71.6%, 아산 73%)로 검출된 유해인자의 경우에도 법적 노출 허용기준의 10%를 초과한 경우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웨이퍼 제조 공정에서 사용되는 감광액 용액 중 벌크 시료 54개를 선정해 25종의 유해화학물질 검출 여부를 직접 분석한 결과, 벤젠과 에틸렌글리콜류 등 16종은 검출되지 않았다. 또 톨루엔과 크레졸-오쏘 등 9종의 물질이 검출됐으나 극미량의 농도여서 인체 유해성 판단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수치는 아니라고 위원회는 강조했다.

작업환경과 질병과의 연관성도 판단하기 어렵다고 결론냈다. 이철수 위원장은 이 날 발표에서 “선행연구를 대상으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을 실시해 질병과의 연관성에 대한 통합요약값을 산출했다”며 “하지만 통계의 유의성 및 연구간 이질성 등의 문제로 관련성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고 밝혔다.

입증 한계 뚜렷한 조사...법·제도 개선 뒤따라야

하지만 이 날 행사에서 위원회 조사의 한계성도 명확히 드러났다. 위원회는 조사 과정에서 대상과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사안을 입증하고 결론을 내기가 어려웠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미래 재발 방지를 위한 제안에 보다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위원회가 사업장 유해인자 검출 여부를 조사한 범위는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최근 3년간 작업환경 측정 결과여서 과거 직업병 발병과의 인과관계를 밝히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위원회 건강영향조사팀으로 조사에 참여한 박수경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도 조사과정에서 확보한 자료와 데이터만으로는 사실 입증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들뿐만 아니라 퇴직자까지 전수조사가 이뤄져야 충분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유의미한 통계 수치가 나올 수 있는데 개인정보보호 등의 문제로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다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행사 발언 도중 감정에 복받쳐 울먹이기도 하는 등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박 교수는 “현재 개인정보보호법 등으로 퇴직자 등 과거 근로자들을 조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며 “과거 문헌 고찰 등을 통해 보완하려고 애썼지만 결국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제한으로 향후 이와 같은 조사가 한계에 부딪히지 않도록 법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국회가 이를 위해 나서주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 날 보고서 한계를 의식한 듯 위원회는 이 날 행사에서 향후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 및 시스템 구축 권고에 보다 중점을 뒀다. 보고서 내용이 삼성전자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니며 현재의 상황을 철저히 점검해 미래에 과거와 동일한 상황이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는 점을 강조했다.

위원회는 질병과의 관련성 추적을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사업장 재직자뿐만 아니라 퇴직자 및 보상대상자 등 전·현직 직원들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코호트 연구(전향성 추적조사)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보건관리 조직의 적극적인 홍보와 운영이 필요하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건강증진 프로그램·종합검진 항목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전자에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 리스트를 공개할 것을 권고하고 선도적 기업으로서 건강·안전·환경 관련 위험 관리 사례의 지속적인 벤치마킹과 근로자 및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강화도 주문했다.

위원회는 향후 삼성전자가 권고사항들을 준수하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사업장 환경이 보다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철수 위원장은 "옴부즈만 위원회의 활동으로 건강하고 안전한 삼성전자 내부 재해관리 체계가 구축되고, 나아가 우리 사회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 날 위원회 발표에 대해 적극적인 이행 의사를 밝혔다.

삼성전자는 "옴부즈만위원회가 장기간의 연구와 진단을 통해 제시한 제안을 충실히 검토해 세부적인 후속조치를 마련해 이행하겠다"며 "위원회의 추가적인 향후 활동에도 성실히 협력해 더욱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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