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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한 미국 실리 챙기는데 우린 돈만 대주기?


입력 2018.05.05 09:06 수정 2018.05.05 10:09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한반도 주도권 잃지 않으려는 중국 독립하려는 북한

댕기려는 미국 사이에서 '굴종'과 '캐시박스' 되려는 한국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위원장, 시진핑 중국국가 주석. ⓒ데일리안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위원장, 시진핑 중국국가 주석. ⓒ데일리안

5월 3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김정은을 만나 담화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 통신은 “담화는 시종 동지적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라며 "최고영도자 동지께서는 왕이 동지와 훌륭한 담화를 나누면서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조·중의 견해를 재확인하고 의견을 교환한 데 대하여 커다란 만족을 표시하시었다"고 전했다. 그야말로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보도지만, 그 이면을 따져 볼 만 한 기사이기도 하다.

중국이 급했다. ‘코리아 패싱’, ‘재팬 패싱’에 이어 ‘차이나 패싱’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협상의 주인공은 미국과 북한이라는 사실의 반증이기도 하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북은 ‘남·북·미 3자회담’을 제시했는데, 우리가 ‘중국을 포함한 4자회담을 해야 최종해결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우리 덕분에 중국이 간신히 면을 살린 것이다. 북한의 당면한 목표는 미국과의 관계고 중국은 보험일 뿐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빈방문에 ‘홀대논란’이 있을 정도로 듬성듬성하던 중국이 김정은의 베이징 방문에는 최고의 예우를 표한 배경이다.

중국의 대(對)북한전략은 춘추전국시대 이래 전통적인 ‘천하경영’ 전략의 연장이다. 전략의 핵심은 ‘존왕양이(尊王攘夷)’와 ‘계절존망(繼絶存亡)’이다. 이는 춘추시대 이래 중국을 지배한 양대 국제질서 원리 겸 대의명분(大義名分)이다. ‘존왕양이’는 “뭇 제후들은 왕을 숭상하고 외부의 오랑캐를 배척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대의명분으로 삼은 데서 비롯된 것”이고, ‘계절존망’은 “국통(國統)이 끊어진 나라의 종묘(宗廟)와 국통을 다시 이어주고 멸망한 소국들을 구원하여 복국(復國)시켜줌으로써 천하(天下)의 안녕과 봉건 제도하에서의 강상(綱常), 예악(禮樂) 질서를 수호하겠다는 의미”다.

‘존왕’의 왕은 지금은 형식적으로 인민이고, 구체적으로는 ‘시황제’라 칭해지는 시진핑주석이다. 아직 황제등극은 안했지만, 지금은 ‘패자’정도의 지위는 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굴기하는 중국의 ‘세계패권’이기도 하다. 대표오랑캐는 미국과 그 추종자들(일본 등)이다. 중국의 세계전략은 미국진영이라는 오랑캐에 맞서 왕(인민, 시주석, 중국의 세계패권)을 지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중요한 수단이 북한이다. 여기서 ‘계절존망’이 적용된다. 북한의 ‘김씨왕조’(종묘)를 지켜주고 우군으로 삼아 주변 오랑캐를 견제하는 것이다.

북한은 역사적 경험을 통해 중국의 속내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보다 자유롭고 세련되게 중국을 요리한다. 북한이 생존을 위해 중국의 도움이 꼭 필요하듯, 중국도 중국의 동북아 전략에서 북한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존재다. 중국은 북한이 중국을 통해서만 세계와 접촉하길 바란다. ‘6자회담’에서는 의장국 지위로 북한 문제에 대해 미국을 앞설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열강이 격돌하는 동북아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은둔형 지도자인 김정일은 중국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파트너였다. 그러나 김정은은 좀 달랐다. 한마디로 ‘말이 통하지 않는 파트너’였다. ‘제재와 압박’에도 끄덕 않고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더니, 완성을 선언하고는 독자적으로 미국과 거리를 트고자 했다. 계산에 능한 중국은 체면을 볼 여유가 없었다. 북한문제에서의 ‘패싱’은 동북아 뿐 아니라, 세계패권경쟁에서도 중국이 큰 손상을 입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중국의 볼모상태에만 만족할 수는 없었다. 70년대 미·중 국교정상화 때도 북한은 촉각을 세우고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총력을 다 했다. 수교를 위한 미·중 정상회담이 중국에서 열릴 때, 김일성이 직접 베이징까지 가서 북한의 의사가 제대로 미국에 전달되는지 확인한 사실은 좋은 예다. 결국 미국이 요구한 ‘남한의 인정’을 양국이 거부하면서 북한은 미국과의 교류를 포기해야 했다. 이후 93년 한·중 수교가 있고나서 북한은 큰 배신감을 갖게 된다. 그 결과가 2000년 베이징올림픽 반대로 나타나고, 독자생존을 위해 북한은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지난 해 말, 북한은 ‘핵무기개발완성’을 선포했다. 올해 신년사부터 대대적인 평화공세를 펴며, 홀가분하게 미국과의 협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전에 미국과 중국에 사정하던 상황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이제는 핵보유국지위에서 대등하게 협상에 임할 수 있었다. 대북제재에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던 미국도 이제 북한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지금 미국은 공화당 정부다. ‘미·중 수교’ 등 데탕트외교의 대부분은 미국의 공화당정부 때 이루어 졌다. 협상 타결의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철저히 국익의 입장에서 협상에 임하고 있다. 국익은 각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중국 시진핑은 동북아에서 패권의 유지와 공고화다. 미국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견제 및 핵위협의 회피이며, 덤으로 세계전략의 성과까지 챙길 수 있다. 북한은 가장 큰 소득을 기대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거들 떠 보지도 않던 중국의 변방에서 독립국가로 인정받고 경제성장도 이룰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미국은 가장 중요한 파트너고 한국은 미국으로 가는 통로이자 조력자다. 미국과 통 큰 합의를 하고 그 비용은 한국이 대는 구도를 상정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복잡한 동북아의 약육강식 경쟁환경에서 우리 정부는 흥분만 하고 있다. 실속은 엉뚱한 사람들이 챙기고, 우리 국민은 ‘호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말이 좋아 ‘평화’지 얻는 것은 ‘굴종’과 ‘캐시박스’라는 비웃음이다. 게다가 잘못된 경제정책으로 그 캐시(경제력)의 바닥이 멀지 않아 보인다. 이제라도 정부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따질 것은 따져 봐야 한다. 미국 트럼프는 ‘협상이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지 협상장에서 뛰쳐나올 수 있다’고 으름장을 논다. 협상전략인지 다 알지만 통한다. 우리는 왜 그렇게 못하나? ‘파투 낼 권한’이 없으면 발언권도 없다. 국익을 위하고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다면 어떤 연기라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국제사회 경연장에서 지도자가 가져야할 최고의 덕목이다.

국민도 감상에 빠져있기 보다, 더 냉정하게 정부를 감시하고 경계해야 한다. 결국 우리나라의 돈이 나가도 국민의 안전이 볼모로 잡히는 것이지 않는가? 야당과 언론은 보다 디테일하게 점검과 감시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담을 우리가 져야 하고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가부터 따져야 한다. 거대담론은 일단 차치하고 생존과 실리에 집중해야 한다. 누군가는 해야 하고 정부가 소홀하다면, 국민을 대신해 야당과 언론이 해야 하지 않겠는가?

글/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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