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희망퇴직 독려에도 시중은행 한숨 왜
금융위, 희망퇴직 성과 따라 인센티브 제공 방안 검토
은행들 "대규모 퇴직비용 부담과 고용 불안정 야기 우려"
금융당국이 희망퇴직을 독려하고 나섰지만 시중은행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비대면 채널 활성화와 인력 구조조정 개선 측면에서 공감하면서도 단기 비용 부담과 고용구조 불안정에 따른 부작용이 불가피해서다. 특히 노조가 임금피크제 적용 시점과 정년을 늦춰 일자리 안정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은행들의 고민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의 희망퇴직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은행들이 여론 때문에 직원들에게 퇴직금을 많이 주지 못하고 있다”며 “희망퇴직을 적극적으로 하더라도 눈치주지 않고 퇴직금을 올려주는 것도 적극 권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퇴직금을 많이 지급해 희망퇴직을 하게 되면 더 많은 청년들을 채용할 수 있다”며 “금융공기업 또한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이달 말 예정인 시중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이와 관련된 메시지를 전달할 방침이다.
그러나 은행들은 고개를 갸우뚱 거리고 있다. 희망퇴직을 활성화해 항아리형 인력구조 개선과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당국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선뜻 나서기가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당국이 희망퇴직 시행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부담은 덜게 됐지만 대규모 비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그동안 은행들은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 활성화로 영업점이 줄어들면서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임에도 여론의 눈치를 봐왔었다.
통상 은행들은 희망퇴직자에게 퇴직금으로 잔여 정년에 따라 27~36개월 치 급여를 일시에 지급한다. 퇴직자 1인당 평균 3억~4억원 수준이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지난해 1011명을 내보내면서 3000억원 가량의 비용을 썼고 KEB하나은행은 207명의 희망퇴직으로 930억원 가량의 비용이 들었다.
KB국민은행도 지난해 12월28일부터 이듬해 1월2일까지 임금피크제 대상자와 예정자를 상대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총 400여명이 퇴직했고 희망퇴직 비용으로는 1550억원을 썼다.
희망퇴직 단행으로 기존 직원들의 고용불안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노조도 올해 은행권 산별교섭 핵심 안건으로 임금피크제 적용 시점을 55세에서 60세로 늦추고 정년은 국민연금 수급 연령에 맞춰 최대 65세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한명당 평균 3억~4억 정도가 드는 상황에서 희망퇴직금이 더 늘어나면 은행 입장에서도 부담스럽다”며 “인상 규모 등에 대해 노사 간 협의를 거치겠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당국의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은행원들을 대상으로 실수요 조사를 하는 등 업계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