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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라오스 댐사고를 대하는 안타까운 제살 깎아 먹기


입력 2018.08.02 06:00 수정 2018.08.02 06:08        이정윤 기자

라오스 현지, 사고수습이나 인명구조 등에 초점

국내, 유독 부실시공 가능성을 들춰내는 것에 시선

라오스 현지, 사고수습이나 인명구조 등에 초점
국내, 유독 부실시공 가능성을 들춰내는 것에 시선


생활경제부 이정윤 기자 생활경제부 이정윤 기자
“다 같이 힘을 합쳐도 모자를 판인데 많이 아쉽습니다. 아직 원인 규명도 안 된 상황에서 부실시공 추측성 기사가 쏟아지고, 우리 컨소시엄 업체끼리도 서로 책임을 미루고…국가대 국가 경쟁체제인 해외건설 시장에서 이런 상황은 국익에 도움이 될 리 없죠.”

이번 라오스댐 사고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가 아쉬움을 토로했다. 라오스 현지에서는 오히려 사고수습이나 인명구조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한다. 반면, 국내에서는 유독 부실시공 가능성을 들춰내는 것에 시선이 쏠려있다는 것이다.

잘못이 있으면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책임을 지고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 마땅하다. 그러나 아직 원인 규명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국 기업 때리기에 열중하는 여론 조성은 득이 되지 않는다.

해외건설 시장은 국가 간의 치열한 경쟁 무대다. 이런 무대에서 작은 실수는 커다란 흠이 되고 수주에서 우위를 다지기 위한 상대방의 무기로 사용된다.

이번 사고는 단순히 시공을 맡은 특정 건설사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건설사’ 전체로 화살이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해외건설 시장에서 해당 국가와 건설사의 이미지는 기술력만큼이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경쟁상대인 일본이나 중국 업체들은 이번 사고에 대해 원색적인 꼬투리 잡기에 나섰다. “우리가 지었으면 이런 사고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우리 기업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 측은 하나로 똘똘 뭉쳐 사태수습에 나서기 보다 조금이라도 책임을 덜어내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 안타깝다.

사고가 난 댐은 SK건설, 한국서부발전, 라오스 기업, 태국 전력회사 등으로 구성된 합작법인 PNPC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였다.

SK건설은 시공, 한국서부발전은 운영을 맡았지만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만큼 책임의 무게를 함께 견뎌야 한다.

그러나 시공사 측은 기록적인 폭우로 댐의 일부가 유실되며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고, 운영사 측은 사고발생 사흘 전부터 이미 침하가 진행되고 있었다고 주장하며 입장을 달리했다. 폭탄 돌리기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무엇보다 지금은 피해 주민들에 대한 구호에 집중해야할 때다.

침체된 해외건설 시장에서 최근 아시아 지역 수주는 마른하늘에 단비 같은 존재였던 만큼 이번 사고가 업계에 큰 아쉬움으로 남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엎질러진 물을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다. 한국 기업은 우수한 기술력 못지 않게 책임 있는 사고 대응 능력까지 갖췄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바란다. 또한 자극적인 추측이나 무조건적인 때리기 보다 합리적인 비판을 바탕으로 한 여론 조성이 필요한 때다.

이정윤 기자 (think_u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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