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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사례 구자욱’ KIA 최원준 어디에 써야하나


입력 2018.08.10 11:50 수정 2018.08.10 10:40        데일리안 스포츠 = 케이비리포트팀

최원준 기용 논란에 항변한 KIA 김기태 감독

8일 넥센전 최원준 수비 실책으로 역전패

올시즌 6개 포지션을 오간 KIA 최원준 ⓒ KIA 타이거즈 올시즌 6개 포지션을 오간 KIA 최원준 ⓒ KIA 타이거즈

선수 기용은 어디까지나 감독 고유의 권한이다. 다만 그로 인해 파생되는 결과에 대한 책임 역시 감독의 몫이다.

KIA 타이거즈의 3년차 내야수 최원준은 뛰어난 타격 재능을 가진 유망주다. 고교시절 메이저리그 진출설도 있었고 2016 신인 드래프트에서 쟁쟁한 투수들을 제치고 1라운드 전체 3순위 지명을 따냈을 만큼 일찌감치 자질을 인정받았던 선수다. 특히 콘택트 능력과 파워를 두루 갖춘 타격 모습은 같은 우투좌타 유형인 삼성 외야수 구자욱을 연상시킨다는 평도 있다.

지난해 이후 외야수로 자리 잡은 구자욱도 1군 첫 시즌에는 수비 포지션 때문에 애를 먹었던 적이 있다. 고교 시절 3루수였던 구자욱은 프로에서는 3루수로 어렵다는 판정을 받았다.

때문에 구자욱이 상무에서 전역하고 처음 1군에서 뛰던 2015시즌에는 1루수, 3루수, 외야 전 포지션을 떠돌아야 했다. 지난해 이후 최원준도 마찬가지다.

최원준 역시 고교야구에서는 유격수로도 각광 받았지만 프로 1군에서 유격수를 소화하기에는 수비가 불안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때문에 최원준은 고정된 포지션 없이 내야와 외야를 넘나들며 비어있는 자리의 수비를 담당하고 있다. 올 시즌 최원준은 포수와 좌익수를 제외한 전 포지션에서 모두 수비를 소화했다.

최원준과 비슷한 사례였던 구자욱의 '떠돌이 생활'은 오래가지 않았다. 삼성은 2016시즌 채태인을 트레이드 시키며 구자욱의 포지션을 1루수로 고정시켰다. 그리고 이듬해에는 구자욱의 강한 어깨와 빠른 발을 살리기 위해 우익수로 포지션 전향을 시도했다. 이후 구자욱은 수준급 우익수로 거듭났다. 2017시즌 이후 구자욱은 부상 때문에 잠시 지명타자로 나왔던 것을 제외하면 전 경기에서 우익수로만 출장하고 있다.

리그 정상급 우익수로 거듭난 삼성 구자욱 ⓒ삼성 라이온즈 리그 정상급 우익수로 거듭난 삼성 구자욱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은 수비 포지션이 우익수로 고정된 이후 해당 포지션에서 리그 수위를 다투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삼성 타선의 중심으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구자욱 못지않은 재능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최원준도 포지션을 고정시켜 타격에 좀더 집중하게 할 경우 머지않은 시간 내에 KIA 타선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유틸리티 백업으로 수비 포지션을 옮겨 다닐 경우 타격에만 오롯이 집중하기가 힘들다.

출장해야 할 포지션이 많은 만큼 수비 훈련에 쏟는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단순하게 경기 전 준비하는 글러브만 해도 각 포지션용으로 여러 개를 가지고 다녀야할 만큼 불편한 점이 많다.

때문에 유틸리티 백업의 경우 타격에는 큰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수비를 특화시켜 1군에서 생존하려 하는 수비형 선수들이 대다수다. 최원준처럼 타격에 강점을 가진 유망주에게 내야와 외야를 오가는 현재 기용은 수비에 대한 부담으로 타격 능력마저 저하시킬 우려가 크다.

KIA 김기태 감독은 최원준의 '멀티 기용' 논란에 대해 "그럼 어디에 써야하나?"라고 취재진에게 반문한 바 있다. 또한 이범호, 김선빈, 김주찬, 최형우, 버나디나를 뺄 수 없지 않겠냐고 말하며 기존 포지션의 선수들을 밀어내고 최원준을 기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원준이 뛰어난 유망주인 것은 사실이지만 해당 포지션의 주전들을 완전히 밀어내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현재 KIA 야수진에 틈이 없는 것은 아니다.

타격 재능을 인정받고 있는 KIA 최원준 ⓒ KIA 타이거즈 타격 재능을 인정받고 있는 KIA 최원준 ⓒ KIA 타이거즈

일단 지명타자인 나지완의 경우 올 시즌 타격 기복이 심하다. 때문에 좌익수와 3루수 포지션에서 수비 폭이 좁은 최형우나 이범호 중 한 명을 때로 지명타자로 기용하고 그 자리에 최원준을 고정시켜 특정 포지션으로만 일정 타석을 소화시키는 방안으로 1군 경험을 쌓게 해도 충분하다.

김기태 감독이 '최원준 멀티 논란'에 대해 항변했던 당일 경기에서 KIA는 결국 우익수 최원준의 결정적 실책으로 인해 연장전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최원준은 10회말 2아웃 상황에서 김규민의 평범한 단타 타구를 제대로 포구하지 못해 3루까지 진루시키고 말았다. 이후 마무리 윤석민이 끝내기안타를 허용해 연패에 빠졌다.

순위 경쟁을 위해 꼭 잡아야 했던 넥센과의 경기였기에 KIA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다. 이날 최원준은 4안타를 치는 맹활약을 하고도 수비 실책 하나로 한순간 역적이 되고 말았다.

이날 최원준의 외야수비가 나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8회말 넥센에게 추격을 허용할 당시 나온 희생 플라이 상황에서 포수 한승택이 포구만 제대로 했다면 완벽한 홈 보살이 되었을법한 멋진 홈송구를 보이기도 했다. 최원준은 포지션이 고정될 경우 수비에서도 충분히 제 몫을 할 수 있는 야수다.

최원준은 KIA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다. 뿐만 아니라 기용 방법에 따라 현 시점에서도 쏠쏠하게 활용가능한 자원이기도 하다. 당장의 편의에 따라 내, 외야를 넘나드는 현재의 기용방식은 최원준을 평범한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전락시킬 우려가 크다. 장래 팀의 간판이 되어야할 대형 유망주라면 그에 걸맞은 장기적 관점의 기용이 절실하다.


글: 이정민, 김정학 /정리 :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김정보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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