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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지사의 특검 조롱화, 살아 있는 권력의 오만의 극치다


입력 2018.08.10 09:17 수정 2018.08.10 09:26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 피의자로서 자숙은커녕 특검 조롱·모욕하는 적반하장(賊反荷杖)

김 지사 임의로 '본질을 벗어난 수사 여부'를 판단…특검 향해 훈계조의 말

<칼럼> 피의자로서 자숙은커녕 특검 조롱·모욕하는 적반하장(賊反荷杖)
김 지사 임의로 '본질을 벗어난 수사 여부'를 판단…특검 향해 훈계조의 말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허익범 특별검사 사무실에서 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 사건과 관련해 두번째 소환조사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허익범 특별검사 사무실에서 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 사건과 관련해 두번째 소환조사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특검이 원하는 만큼, 원하는 모든 방법으로 조사에 협조하고, 충실하게 소명했다. 이제는 특검이 어떤 정치적 고려도 없이 오직 진실에 입각해서 합리적이고 공정한 답을 내놓을 차례다. 저는 경남으로 내려가 도정에 전념하고 경제와 민생 살리기에 최선을 다하겠다."

드루킹 일당의 댓글 공작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10일 새벽 드루킹과의 대질신문 등 특검의 2차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면서 취재진에게 한 발언이다.

한마디로 '살아 있는 권력'의 오만함의 극치요, 범죄 유무를 떠나 피의자로서 자숙하기는커녕 오히려 특검을 조롱하고 모욕하는 적반하장(賊反荷杖)의 발언이다.

첫째, 김 지사가 특검의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한 것이 무엇이 있는가?

범죄 혐의가 있어 피의자로서 출석하는 것은 모든 국민들의 당연한 의무다.

진실 규명을 위한 대질수사에 임하는 것도 대부분의 피의자들이 하는 것이다.

김 지사가 소환과 대질수사에 응한 것이 특별히 수사에 협조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진정한 수사의 협조는 모든 증거들을 특검에 스스로 제출하고, 시시비비(是是非非)를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김 지사의 모습은 과연 어떠했는가?

그는 "댓글 조작을 부탁한 적 없다.", "킹크랩은 본 적도 없다.", "다양한 국민들의 의견수렴일 뿐이다." 등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명확한 증거가 나타날 때만 마지 못해 기존 진술을 번복하고 말 바꾸기를 거듭했다.

이것이 과연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한 모습인가?

증거 인멸과 은폐 의혹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애초에 김 지사가 시그널이나 텔레그램 등 비밀이 보장되는 메신저로 드루킹과 모든 대화를 주고 받은 것부터 부적절했다고 본다.

선플을 부탁하는 등 한 점 부끄러움이 없었다면 굳이 비밀 대화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지 않은가?

드루킹측이 조작한 댓글만 약 8000만개에 달하고 기소된 것만 수십만개에 달하는데 어떻게 수백명(?)의 사람들이 그 많은 선플을 달 수 있는가?

선플이라는 말 자체도 '내게 선플은 상대에게 악플'이라는 점에서 '내로남불'의 전형 아닌가?

무엇보다 김 지사는 드루킹과의 대화를 모두 삭제해 버렸다.

본인이 억울하다면 결백을 위해 오히려 보존해야할 증거를 스스로 삭제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또한 김 지사가 의원 시절 사용한 컴퓨터 자료도 복원 불가능할 정도로 완전 삭제되었다.

이 또한 규정 여하를 떠나 통상 의정활동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 자료를 복사해 둔다면 스스로 제출하는 것이 맞지 않은가?

결국 김 지사는 그동안 가능한 한 모든 증거를 삭제하고 은폐하는데 주력했다.

이것이 과연 성실하게 수사에 협조를 한 것인가?

김 지사는 '스스로의 눈높이'가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 자신의 행동을 다시 한번 겸허히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둘째, 김 지사는 벌써 몇차례나 '정치특검'이 아니라 '진실특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 결론의 타당성을 떠나 이 또한 결코 '피의자'가 할 말은 아니다.

지금 김 지사가 아무런 정당한 이유도 없이 부당한 특검의 수사를 받고 있는가?

수많은 인적·물적 증거에 따라 합리적 의혹이 제기되어 특검의 수사를 받고 있지 않은가?

그가 그동안 "드루킹을 잘 모른다"에서 부터 수차례 말바꾸기를 하여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어 특검의 수사를 받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그는 좀 더 낮아지고, 겸손해지고, 국민앞에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마치 민주화 투사처럼 두손을 흔들며 미소를 짓거나 주먹을 불끈 쥐는 모습으로는 결코 대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그는 어제 출두하면서 취재진에게 “본질을 벗어난 조사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도정에 집중하도록 해 달라”고 했다.

20년이 넘는 법조 경험을 가진 필자도 보도 듣도 못한 부적절한 모습이다.

김 지사가 말하는 '본질을 벗어난 조사'가 무엇인지 알 수 없으나 피의자 신분인 그가 임의로 '본질을 벗어난 수사 여부'를 판단하여 특검을 향해 훈계조의 말을 쏟아내는 것이 말이 되는가?

힘 없고, 백 없는 일반 국민이라면 아무리 억울한 수사를 받아도 과연 상상이나 할 수 있는 말인가?

김 지사를 향한 집권여당의 도를 넘은 비호와 특검에 대한 부당한 공격도 큰 문제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그간 특검팀이 보여준 행태는 드루킹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보다 김 지사를 흠집 내고 망신 주는 것에 방점이 있었다”며 “본질을 벗어난 짜맞추기 식 기획수사는 정치특검이라는 오명만을 남긴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당 대변인'이 김 지사 의중을 충실히 반영하는 '피의자 대변인' 역할을 한 것이다.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냉랭한 태도와 확연히 구별되는 행태다.

실체진실이 밝혀지기 전에 미리 무죄를 단정하고 특검을 공격하는 것은 공당의 대변인으로서는 매우 부적절한 처신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그동안 특검은 집권 2년차 살아 있는 권력을 상대로 초동수사 부실 등 갖은 악조건 속에서도 묵묵히 맡은 바 소임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김 지사와 여당'이 외치는 진실이 아니라 '일반 국민과 인적·물적 증거'가 가리키는 '진실의 순간(moments  of truth)'이 다가왔다고 생각한다.

“김 의원님이 저와 연결되었던 텔레그램 비밀 대화를 삭제하셨더군요. 김 의원님과 제 관계는 1년 4개월 이상 이어져 왔고 꼬리 자를 수준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참고로 제가 지난 1년 5개월간 의원님께 일일보고 해드렸던 기사 작업 내용은 모두 8만 건입니다.”

드루킹이 김 지사의 의원 시절 보좌관에게 보낸 문자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 굳이 드루킹이 거짓말을 할 하등의 이유가 없지 않은가?

김 지사는 자신의 정치적 생명과 정권의 운명을 걸고 진실을 은폐할 사활적 이익이 있지만 굳이 드루킹이 김 지사를 거짓으로 모해하여 얻을 이익이 없지 않은가?

모두 구속되어 있는 드루킹 일당들이 말을 맞추어 킹크랩 시연 당시 김 지사의 자세까지 정확하게 진술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또한 그럴 하등의 이유가 없지 않은가?

수사에서 양 당사자자의 진술이 극단적으로 갈릴 때에는 과연 그 진술이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가'를 따져봄은 수사의 기본이다.

김 지사와 드루킹 진술의 진실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드루킹이 거짓말을 해서 얻을 이익과 김 지사가 거짓말을 해서 얻을 이익을 형량해 보면 누구말이 맞는지는 금방 밝혀질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살아 있는 권력'에 의해 은폐된 진실은 영원히 사라지는 게 아니라 언젠가 '죽은 권력'이 되면 반드시 드러났다.

김 지사와 여권이 정말로 진실을 원한다면 특검을 비난할 게 아니라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보름밖에 남지 않은 특검 수사기간의 연장을 먼저 주장해야 한다.

그리고 김 지사를 드루킹에게 소개한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이나 인사 청탁의 당사자인 도변호사를 만난 백원우 민정비서관도 자진 출석하여 철저한 수사를 받아야 한다.

이번에 모든 실체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만 언젠가는 현 권력이 죽은 권력이 될 때 '다시 특검을 받는 일'이 없을 것이다.

악전고투 속에서도 특검이 '권력'에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오직 '진실을 바라는 국민'과 '증거'만 바라보고 담담하게 수사를 진행하여 '앞으로 깨끗한 얼굴하고 뒤로는 더러운 짓 했던' 위선자들을 철저히 뿌리뽑기를 바란다.

'법불아귀(法不阿貴)'와 '승불요곡(繩不撓曲)'의 성역 없는 수사로 '민주주의의 적'들을 '발본색원(拔本塞源)'하기를 기대한다. 

글/서정욱 변호사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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