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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 사표'를 둘러싼 3가지 궁금증


입력 2019.01.20 03:00 수정 2019.01.20 06:45        이충재 기자

기자들에 보낸 문자에서 "새로운 아이디어 없다"

"나가고 싶다"는데...靑 사표수리 열흘넘게 '고심'

기자들에 보낸 문자에서 "새로운 아이디어 없다"
"나가고 싶다"는데...靑 사표수리 열흘넘게 '고심'


2018년 4월 3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합동공연 리허설에서 윤상 단장과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북측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2018년 4월 3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합동공연 리허설에서 윤상 단장과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북측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행정관의 사표를 둘러싼 의문은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 탁 행정관은 지난 7일 사표를 제출하고 2주째 출근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탁 행정관의 거취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앞서 탁 행정관은 16일에는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이번에는 청와대를 나가는 게 가능할 것"이라며 사표를 제출하게 된 이유에 대해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그를 둘러싼 사퇴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靑은 사표 수리하느냐

청와대가 탁 행정관의 사표를 수리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청와대는 지난 14일 "탁 행정관이 사표를 제출했지만 수리되지는 않았다"고 밝힌 이후 관련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탁 행정관의 사표 수리 여부는 절차적으로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몫이지만, 결국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 이후에야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문 대통령의 '결심'이 서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탁 행정관은 "나가고 싶고, 나가겠다고 했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실행'에 옮겼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실행'은 지난해 6월 페이스북에 올린 사의표명 등을 의미한다. 대통령의 참모가 공개적으로 사의표명을 하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었다. 또 다른 참모가 나서서 "첫 눈 올 때까지만"이라며 공개 만류를 한 것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사퇴쇼', '사표소동' 등으로 불렸다. 탁 행정관은 "이번에는 (나가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靑을 왜 나가야 하느냐

탁 행정관은 자신이 청와대를 떠나야하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기획자이며 연출가가 어떤 일을 그만 둘 때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일이 끝났거나, 더 이상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거나 그리고 입금이 안 되었거나. 바닥났다. 밑천도 다 드러났고. 하는데까지 할 수 있는 것까지는 다 했다. 새 감성과 새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소임을 마쳤고, 능력도 소진됐으니 나가겠다는 의미다.

정작 청와대 밖에서 바라보는 이유는 달랐다. 그가 과거 저서에서 여성을 비하하고, 성적 대상화 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등과 가슴 차이가 없는 여자가 탱크톱을 입는 것은 남자 입장에선 테러당하는 기분"이란 등의 표현이 문제가 됐다. 이에 야당은 정부 초기부터 사퇴를 요구해 왔고, 여성가족부 장관도 경질을 건의하겠다고 했다. 일부 여성단체는 탁 행정관에 대한 사퇴촉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청와대 입장에선 그동안 '논란'을 품고 있던 셈이다.

◆'靑이벤트' 대체할 사람은 있나

우선 청와대 사람들은 탁 행정관의 역할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보는 분위기다. 당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 3.1운동 100주년 기념식 등 굵직한 행사가 예정돼 있다. "탁 행정관의 개인 능력이나 일을 하는 것에 대해 욕심이 난다"며 그의 이벤트 기획능력을 높이 사고 있는 청와대다. 무엇보다 탁 행정관은 문 대통령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꿰뚫고 있는 최측근 인사로 꼽힌다.

이에 탁 행정관은 "그동안 혼자 일하지 않았다. 성취가 있었다면 그것은 절대 혼자 한 것이 아니다. 누구 한명 빠졌다고 일이 안되거나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청와대에서는 대통령 한 사람을 빼고는 누구도 언제든 대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관련 업계에서는 탁 행정관의 업무능력이 과대평가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靑행정관은 왜 이렇게 화제가 됐나

특정 인물이 정권 출범 후 화제가 되는 것은 권력자와의 친밀도와 관련이 깊다. 해당 인물이 맡은 직급 보다 권력자와 얼마나 가깝느냐가 관심의 척도로 작용했다. 정권 마다 직책 앞에 '왕(王)'자가 붙은 실세들이 나온 것도 비슷한 연장선상에 있다. 문재인 정부에선 '왕행정관'으로 불린 탁 행정관이 사실상 유일한 '왕'자를 보유한 인물이었다. 과거 문 대통령의 네팔 히말라야 트래킹에 동행한 것이 최측근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탁 행정관의 거취는 장관급 인사만큼 주목을 받았다. 청와대 안팎에서 '사표 소동'의 결론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이미 "잊혀질 영광"이라는 공개사의 표명에 "첫눈이 오면 놓아주겠다"는 간곡한 만류가 이어지는 등 청와대를 배경으로 보기드문 신파극을 연출하며 세간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탁 행정관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는 "'왜 이렇게 화제가 되었나' 생각해 봤는데, 그것이야 먼저 언론에서 화제로 만들어 줬고, 그리고나서 화제가 되었다고 화제를 삼으니 화제가 되고나서는 그냥 지나가도 화제, 얼굴만 비추어도 화제, 심지어는 얼굴이 안보여도 화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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